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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그라찌아스’ 길러내는 인성교육 중요 … 마라톤 완주했던 자신감으로 ‘MVP’ 대학 도전”
“‘호모 그라찌아스’ 길러내는 인성교육 중요 … 마라톤 완주했던 자신감으로 ‘MVP’ 대학 도전”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2.24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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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드림’으로 인재 키워내는 김상래 삼육대 총장

▲ 김상래 총장은 1958년 강원도 강릉 왕산면에서 태어났다. 강릉 명륜고를 졸업하고 삼육대에서 학부, 대학원을 마친 뒤 영국 셰필드대에서 성서학으로 박사를 했다. “삼육대에는 세계를 향한 미션(Mission)과 미래를 향한 비전(Vision), 그리고 그 미션과 비전을 이룰 열정(Passion)이 있다”고 강조하는 김 총장은 올 3월 총장에 취임, 삼육대 학생들을 각 분야 최고의 ‘MVP’로 키워낸다는 비전을 향해 마라톤 뛰듯 달리고 있다. 『히브리서 주석』(역서, 1982), 『구약의 역사와 고고학의 증거』(1998), 『포스트모더니즘과 이데올로기 성서 비평』(역서, 2000) 등의 저서가 있다.

일시: 2012년 12월 18일 오후 2시 삼육대 총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윤상민 기자

한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왔던 역사성은 늘 대학평가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이런 헌신의 역사를 정당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세계를 향한 미션과, 미래를 향한 비전, 이를 이뤄낼 수 있는 열정을 갖춘 ‘MVP’ 삼육인을 키워냄으로써 삼육대의 브렌드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김상래 삼육대 총장은 젊다. 1958년 생이라는 생물학적 나이 때문이 아니다. 생각이 젊고, 늘 도전적이고, 희망을 품고 있어서 젊다. 강원도 명주군 왕산면 대기리, 아흔아홉 구비 대관령 아래 산골 중의 산골 출신인 그는 완전히 ‘삼육인’이기도 하다. 신학과 학부에서 박사까지 모두 삼육대에서 공부했다. 이후 학교에서 영국 유학을 도와줘 셰필드대에서 신학 박사를 했다. 삼육대에서 신학을 가르치던 그가 어떻게 ‘총장’이 됐을까? 도대체 그가 어떤 비전을 품고 있길래 30년 전 무릎을 다쳐 잘 뛰지도 못하는 몸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 5시간 19분만에 완주한 것일까. 현직 총장으로서는 최초로 풀코스 완주라는 기록도 세웠다.


“올 3월 총장 취임후 대학 구성원들에게 꿈과 비전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빨간 조끼 입고 삼육대 학생들 2천여명이 함께 참가해 달렸다. 도망치고 싶었던 학생들이 총장의 마라톤 출사표를 보고 자신도 도전하는 새 힘을 받았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가슴 뭉클했다”라고 말하는 김상래 총장. 그의 비전은 ‘MVP’로 요약된다. 미션의 M, 비전의 V, 열정(passion)의 P에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인성과 지성, 영성을 밝히는 교육 미션, 사회적으로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희망 상실’의 시대에 ‘비전을 드리는’ 공동체가 되겠다는 비전, 이 두 가지를 반드시 구성원과 함께 일궈내겠다는 열정의 의미다.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Mission)의 첫 자인 M과 우리 함께 확인한 핵심가치인 비전(Vision)의 첫 자인 V와 우리가 바칠 열정 즉 Passion의 첫 자인 P를 합쳐 함께 삼육대를 MVP, 즉 각 분야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이 시대의 ‘MVP 대학교’로 만들어 나가자”고 말하는 그는 구체적으로 ‘SU(秀재) 100인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을 키워내는 야심찬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뛰고 있었다. 마라톤 완주는 그런 의미에서 실천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학벌주의 사회다. 이른바 SKY에 우리 학생들이 주눅 들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주눅을 걷어내고 자신의 자리에서 역량을 연마해 자기 가치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이로써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김 총장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지금 새로운 ‘마라톤’, 끝이 쉽게 보이지 않는 도전 길에 올라서 있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삼육대가 선택한 김상래 총장. 그리고 그런 총장이 지향하는 삼육대는 어떤 모습일까. 불암산 기슭 소나무 향기가 유난히 맑은 18일 그를 만났다.


△ 지난 11월 18일 아픈 다리로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들었습니다. 왜 뛰셨습니까?
“동기가 있었죠. 총장 취임식 때 구성원들에게 ‘뛰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라톤 완주에 도전함으로써, 스스로 의지와 실천을 천명한 것이죠. 매주 학교 운동장을 40바퀴 돌았어요. 불암산 암벽 등반도 빠뜨리지 않았고요. YTN손기정마라톤에 학생들과 출전해서 결국 완주했습니다. 학생들 반응이 너무 좋더군요. 은혜받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30년 전 다친 무릎이 문제가 돼 주치의는 마라톤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꿈과 비전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으로 완주했던 것입니다. 한 학생이 편지를 보냈더군요. 삼육대에 오는 학생들이 학벌주의 사회의 박탈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총장도 절뚝거리며 마라톤 완주하는데, 나도 도전해봐야겠다, 이런 자신감을 얻었다는 내용이었어요.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마라톤도 완주했다면, 약속한 비전을 구체화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감을 구성원과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 것이지요.”

△ 단순한 마라톤 완주가 아니군요. 마라톤 완주후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도전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마라톤 후 몇 가지 비전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5~6가지가 되지만, 무엇보다 삼육대가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한 인재를 키워내는 데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상징, 1m에 10만 원 해서 모두 42억 195만원의 장학금 모금을 시작했는데요. 한국 사회에는 학벌주의가 존재합니다. 세칭 ‘SKY’이라는 대학이름은 삼육대 오는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게 사실이죠. 그런데 사람이 가진 역량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아닐까요? 저는 삼육대에서 공부하는 4년 동안,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구체적인 실천 의지를 키워 한국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세컨 찬스’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입학생들에게 제 고교 성적표도 보여줍니다. 꿈꾸면 해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제가 영국 유학을 떠날 때, 어떤 분이 2천만 원을 주시더군요. 그걸 들고 무작정 떠났던 것입니다. 이후 한 학기 뒤에 영국 국회장학금을 졸업할 때까지 ‘풀 스칼라쉽’으로 받았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각자 꿈에 도전할 수 있도록 같은 기회를 주면 어떨까. 그래서 재학생 장학금이 아니라, 졸업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유학을 떠나 자신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그게 ‘SU 프로젝트’입니다. 2천만 원을 입학할 때 1천만 원, 졸업할 때 1천만 원 이렇게 100명에게 주겠다는 발상이죠. 이제 기금이 모여지고 있어서 내년부터 시행할 것입니다.”

△ 재학생도 아니고 졸업생이면, 장학금 통계에도 안 잡히는데 과감한 지원 같습니다.
“그렇죠. 2천만 원 100명, 20억 원입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죠. 이 돈으로 인생 종잣돈 삼아 꿈에 도전해보자는 것입니다. 이 장학금 모금을 위해 우리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로 구성된 ‘삼육사랑 인적네크워크’ 1천명을 모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육대와 전혀 관계 없는 분들이죠. 이런 발표를 하고 났더니, 제 스스로도 조금 의아스럽더군요. 말은 쉬운데, 과연 누가 믿어줄 수 있을까. 그럼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마라톤에 도전해서 완주한다면, 다른 분들의 시선이 바뀌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라톤 이틀 전부터 진통제를 먹고 뛰었는데, 반환점을 돌 때 쯤 못 뛰겠더군요. 진통제를 한 알 더 먹고 뛰었습니다. 처음부터 동기는 하나였어요. 우리 학생들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징적 의지였죠. 덕분에 학생들과 소통을 소득으로 얻었습니다. 교정에서 학생들 지나가면 ‘화이팅,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들 이러거든요.”

△ 이제 취임 1년이 돼 가는데요. 어떤 변화들이 있었습니까.
“개인적으로 제일 기쁜 것은 소통입니다. 우리 교수님들도 학생들이 인사 잘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인사를 넘어서, 학생들 표정을 보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 주눅 같은 것을 걷어낸 것이죠. 조금은 소외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 인지도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심리적 좌절을 극복한, 자신감의 회복, 이게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취임식에서 선포한 슬로건 ‘비전드림’과 ‘SU(秀) 100인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요?
“사실 ‘100인 인재’는 우수한 학생이란 표현도 맞지만, 우수한데 잘 몰랐던 학생 즉, ‘감추인 보화’를 의미합니다. 자기에게 내재됐던 잠재력 같은 것을 발휘할 수 있게 하자는 거죠. 최근 서울대 입학생들 보면, 강남 등 대도시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기회의 소외’일 뿐이지,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의 소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어떤 이유에서 어떻게 보냈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우리 학생들일 겁니다. 이들 스스로가 자기 안에 깃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지요. ‘SU 100인 프로젝트’는 바로 이것을 강조합니다.

모든 것을 일회적 시험으로로 판가름 하는 시대에, ‘외인구단’의 존재를 사회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우리 대학이 이 사회의 그런 대학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S대 출신들 비켜라, 우리 S 대학이 대한민국을 살려보겠다, 바로 이것이 ‘비전 드림’입니다. 이들을 발굴해서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도록 돕겠다는 것입니다. 성적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진학할 수 있게 도와주는 100억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죠.


감사하게도 올 1년 동안 장학금이 20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총장에 취임하던 날, 망마니같던 자식 많이 사랑해줬다고 어떤 부모님께서 금궤 두 돈을 갖고 오셨더군요. 끝가지 이름을 밝히지 않는 독지가께서는 3억을 기부해주셨습니다. 교수, 교직원, 학생, 동문, 학과별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큰 덩어리가 아니라 십시일반으로, 개믹군단이 모든 20억 원이라는 게 의미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죠. 그래서 마라톤 완주하고 42억 장학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모금하고 있고요.”

△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계신데, 어떤 특징이 있는지요.
“삼육대라는 특성 때문에 인성이라고 하면 단순히 착한사람 얘기하기 쉬운데요, 사실 개념이 있습니다. 대학은 결국 사람을 실력 있게 만드는 곳 아닙니까? 실력을 한자로 살펴보면 열매 實, 힘 力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그럼 어떤 열매인가? 우리는 실력을 정보의 過多로 판단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열매 실’이 사람과 관련해서 사용될 때는 항상 인격의 문제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誠實, 信實, 眞實 같은 낱말을 보세요. 이런 의미에서 인격과 관련되는 실력을 키워주는, 성실하고, 진실하고, 신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삼육대가 내세우는 ‘인성교육’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미션, 비전, 패션을 의미하는 ‘MVP’ 교육을 통해 이를 북돋고 있습니다.

매 주말마다 학과 단위로 40~50명 단위로 신입 1학년 학생들이 인성교육센터에 숙박하면서 저와 교수님들과 직접 대화합니다. 물론 이 자리에는 부모님들께서도 초청됩니다. 학교생활의 어려운 점 등 모든 것을 오픈합니다. 솔직하게 피드백하는 거죠. 이렇게 하고 나면, 언제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학생들이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을 ‘호모 그라찌아스’라고 정의내리고 싶습니다. 부모님에게 감사할 줄 아는 게 모든 것의 첫출발이고요.


저희는 기독교 대학이라 토요일이면 전학과 교수들이 다 동원돼 특별한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학과별로 모여서 셀을 하는 거죠. 교수들이 학생 5~6명을 모아서 끈끈하게 관계를 맺어나가는 걸 말합니다. 주중에 채플할 사람은 주중에 가지만 주말에 교수들이 다 동원돼 셀을 하니까 70~80프로 학생들이 다 옵니다. 거기 선배들도 있고 교수, 동료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맺어지는 인성교육은 다른 대학에서 못한다고 봅니다. 종교와 무관하게 학생들이 시간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 아무래도 대학평가에 고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년도 취업률 지표가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30->25%), 그래도 여전히 1/4을 차지하거든요. 간호학 예를 들면, 학생들의 취업이 월별마다 다 다릅니다. 어느 학생은 일찍 취업하길 원하지만, 또 어떤 학생은 조금 늦게 자신에게 맞는 병원에 취업하기도 합니다. 대학에서는 취업률 보고하는 데드라인이 있잖아요. 취업률에 안 잡히는 ‘취업’이 실제 존재한다는 거죠. 예체능은 더 심합니다. 예술혼을 가진 학생들을 포기하게 하고 직업을 가지라고 설득하는 선생은 자괴감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너무 기계적으로 젊은이들의 꿈을 죽이니까요. 취업률 베이스라는게 이렇습니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고, 여기에 맞춰 전체 대학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각각의 대학이 우리 사회에 기여했던 역사성과, 대학 규모의 문제는 기존 평가에서 개선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채찍과 당근책을 동시에 펴고 있는데, 평가의 함정은 ‘규모’에 있다고 봅니다. 소규모, 중규모, 대규모 대학을 같이 묶어서 평가하는 건 곤란합니다. 또 수도권에 있는 작은 대학은, 수도권 대학 정책에서도 소외되고, 지방 대학 정책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평가에서 더 중요한 것은 ‘항상 지금’이라는 평가 시점입니다. 삼육대의 역사는 106년입니다. 과거 재단 전입금, 교육비 환원율 등이 매우 높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삼육대가 사회에 기여했던 부분, 학생들에게 투자해서 사회로 배출해서 그들로 하여금 이 나라 발전에 기여토록 했던 바로 그 역사의 무게가 늘 평가에서 제외된다는 지적입니다. 이렇게 키워왔던 헌신의 역사가 고려되지 못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예컨대 자격증(공인)에 의한 학과들(약학과 등)과 그런 자격증이 없지만 대학역사를 지켜온 학과들이 있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른 국가정책 때문에 그런 오래된 학과가 지금은 마치 대학을 떠나야할 것 같은 학과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인가요?”

△ 좋은 지적입니다. 그러나 해외 대학 평가에서도 ‘대학의 역사’는 쉽게 평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개선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학생들 취업을 위해 30개 대기업을 직접 뛰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우리 재학생들이 선호하는 30대 기업을 추려내 제가 직접 방문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삼육대 졸업생들이 꼭 있습니다. 이들과 같이 식사도 하고, CEO도 만나고 있는데, 그냥 인사말이 아니라, 저희 졸업생들 칭찬 많이 합니다. 성실하고 착하다는 거죠. 그게 힘도 되고요. 결국은 취업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이죠.”


△ 앞에서 역사를 지켜왔던 전통적 학과들이 오늘날 주변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구조조정이 대학의 화두가 됐는데,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요?
“취임한 뒤 ‘경영 컨설팅’을 해서 9월 말에 파이널을 받았습니다. 결과를 넘겨받고 구성원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10번도 넘게 읽었죠. 이 때문에 9월 이후 거의 숙면을 못했어요. 밤에 자다가도 1시에 일어나서 거실 넘어갔다가 잠이 안와서 찜질방 가서 새벽까지 다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요. 컨설팅 자료 공개 시점을 마라톤 이후로 잡았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제가 먼저 갖고 싶었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반드시 마라톤을 뛰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도 이 컨설팅 자료집 때문이었습니다. 마라톤을 마치니까 마음이 정리가 되더군요. 마라톤 끝나고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던 그 수요일 밤에 처장님과 함께 모여서 여섯시간 동안 독해를 했습니다. 2016년이 일차 고비, 2020년이 이차고비다.

구조조정. 몸집을 재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 총장이 발표할 게 아니라 처장님들과 함께 하겠다. 이렇게 6시간을 함께 했더니 뜻이 모아졌습니다. 2주 전에 긴급 교수회를 소집,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17일 구조조정을 위한 발표를 두 시간에 걸쳐 발표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지만, 어떤 ‘그림’도 그리지 않고, 교수님들과 논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학과별로 교수님께 학과명, 융복합 가능성, 소속 단과대학의 적합성, 모집단위 문제 등 4개 과제를 요청드렸습니다. 저는 지금 전체 교수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 중입니다. 솔로몬이 지혜의 왕이라고 할 때, 이 ‘지혜의 왕’을 히브리어로 번역하면 ‘듣는 왕’이 되거든요. 다 듣겠다. 그래서 학과들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서 공통점을 발견하면, 다시 전체 교수님들과 공유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연말연시 모든 일정도 취소했습니다. 1월 초까지 하루에 2~3개 학과 교수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저희의 구조조정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 그렇다면 총장님이 생각하시는 대학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또 변화하는 시대 교수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제 전공에 비춰 말씀드린다면, 결국 어떤 전공을 하든지 간에 교사로서의 우리 교육관은 신, 자연, 사람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신으로 표현하면 신학, 자연으로 하면 자연과학, 사람으로 치면 인문사회과학이 되겠죠. 그런데, 이 신, 자연, 인간은 신학의 핵심과제이기도 합니다. 원론적으로 본다면, 유럽 대학들이 신학을 근간으로, 인간중심, 자연중심으로 옮아왔지만 결국 세 가지 모두 잘 조화롭게 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을 조화롭게 이해하고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오늘날 대학의 역할 아닐까요? 그런데 오늘날, 자꾸 실용적인 면이 강조되면서 이 관계가 어그러지기도 하는데, 신과 인간, 자연의 관계에 대한 종합적 관점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주는 게 대학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란 어떤 존재인가를 물었는데, 저는 지금까지 졸업한 제 학생 기록-취업, 신앙생활 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누가 어디에 취업했고, 지금 상태에 있는지 늘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거죠. 매년 12월 말, 신년 초에 제자들에게 전화합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인데, 무엇으로 가르치냐가 문제겠죠. 물론 강의실에서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졸업한 뒤 이들 학생들은 그 강의실의 열정보다는,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다가와 내밀었던 손을 더 기억하게 마련입니다. 情義的 관계, 인간적 친밀감이야말로 학생들을 향해 교수들이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역점을 둘 일은 무엇입니까?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삼육대란 말을 들으면 건강한 대학교, 정직한 대학교라고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삼육인이란 ‘브랜드’를 우리 사회가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가 역점을 두려고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교수님들을 비롯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중에 있습니다. 내년 2월 4일, 아마 삼육대가 가장 먼저 졸업식을 할텐데요, 제가 총장 되고서 첫 졸업식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졸업식을 하려고 준비중입니다. 졸업생들이 성적 순서로 입장하는 그날 형식적인 졸업식이 아니라, 누구든 참여하고 싶은 그런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어요. 전체 교수님들이 그날을 위해 한 달 전부터 금요일마다 모여 축가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이것이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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