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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호 새로나온 책
669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2.12.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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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스만 데 알파라체, 마테오 알레만 지음, 강필운 옮김, 아카넷, 408쪽, 25,000원

스페인 고전문학의 가장 특징적이고 대표적인 장르인 피카레스크 소설의 원형으로, 일탈과 악행을 일삼으며 살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피카로(악동) 구스만의 인생 참회록이다. 작품은 이제는 죄수가 돼 그 형벌로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노역형을 살고 있는 구스만 데 알파라체가 어릴 적 세비야의 어머니 집을 뛰쳐나온 가출 이후 방탕과 악행의 일탈을 일삼으며 살아온 인생 역정을 1인칭 시점으로 회상하는 고백록이다. 구스만은 이상적인 의협심으로 살아가는 기사도 로망스의 주인공이 아니라 부랑의 길 위에서 남에게 속기 전에 남을 속여야 하고, 남에게 당하면 더 크게 되갚아야 하는 ‘도시형 양아치’에 가까운 인물이다. 작품은 주인공인 피카로 구스만을 등장시켜 스페인 황금세기의 뛰어난 해학과 특유의 리얼리즘을 보여주며 당시 스페인 사회의 어둡고 부조리한 모습을 통렬하게 고발한다. 僞作까지 나돌았던 유럽인들의 베스트셀러로, 『돈키호테』보다 더 인기를 구가했던 작품이다.

■ 벼랑 끝에 선 중국경제, 랑셴핑·쑨진 지음, 이지은 옮김, 책이있는풍경, 552쪽, 23,000원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10대 경제학자’(2006)에 뽑혔던 랑셴핑 홍콩 중문대학 석좌교수의 최신작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경제 규모를 세 배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30여 년의 개혁 개방 정책에 따른 고속 성장을 맛본 중국인들은 기대에 차 있다. 그들은 경제 대국에 올려놓은 지난 30여 년에 이어 앞으로 10년, 중국을 세계 유일의 경제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 믿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세계의 굴뚝’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에 우뚝 설 수 있을까. 중국 경제의 ‘미스터 마우스’ 랑셴핑 교수는 이는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 경제가 눈에 보이는 실적에만 집착해 왔으며, 이 때문에 지금 중국 경제는 급격하게 몰락할 수 있다고 예견한다.

■ 왕징웨이 연구━현대 중국 민족주의의 굴절, 배경한 지음, 일조각, 360쪽, 30,000

20세기 전반에 장제스와 함께 중국 국민당정부를 이끈 왕징웨이(汪精衛)는 다양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도 매우 다양해, 쑨원의 오른팔, 공화혁명의 이론가이자 활동가, 전제군주제 타도를 주장한 급진주의자, 마지막 황제 푸이의 아버지 섭정왕을 암살하려다 투옥된 테러리스트, 신해혁명의 영웅, 크로포트킨의 호조론을 숭앙한 무정부주의자, 국민당 좌파의 지도자로서 장제스와 대립한 정치지도자, 그리고 결국 친일파로 변절한 민족 배반자[漢奸] 등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 책은 중국인들의 영웅이었으나 친일파로 변절한 혁명가 왕징웨이에 관한 국내 최초의 본격 연구서다. 왕징웨이를 ‘민족 배반자’로만 평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를 재조명하는 한편, 그를 통해 중국 현대 민족주의의 폭넓고 다양한 면모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왕징웨이가 중일전쟁 이후 어떻게 친일괴뢰정권을 세우고 변절했는지 분석하는 대목은 우리사정에도 퍽 시사적이다.

■ 자연의 저주━명·청 시대 長江 중류 지역의 개발과 환경, 정철웅 지음, 책세상, 628쪽, 30,000원

명·청 시대 인구 증가에 대비해 개발이 진행된 후 환경 문제가 발생하게 된 장강 중류 일대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수천년 간 고요했던 이곳의 숲과 강이 개발을 통해 어떻게 파괴됐는지, 지역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이 환경 변화로 인해 인간과 동물의 삶 그리고 양자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살펴본다. 인간의 개발에 자연도 침묵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자연의 공격에 맞서 인간은 다시 사회를 조직하고 거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여하는 등 끊임없이 대응해야 했다. 수백 년 전 명·청 시대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처럼 ‘인위적’인 자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자연 환경의 파괴 속도는 폭발적으로 빨라졌고, 환경 악화로 자연계 자체가 개편됐다.

 

■ 정치경제학 강의━일반이론, 크누트 빅셀 지음, 이규억 옮김, 한국문화사, 342쪽, 22,000원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빅셀이 한계효용과 한계생산성의 이론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뵘-바베르크의 자본과 이자의 이론을 비판하고 시간의 한계생산성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사실이다. 후에 ‘빅셀 효과’라고 불린 가격효과와 실질효과를 결합한 개념이 그의 시도에서 정립됐다. 그는 생산의 시간구조의 변화양식이 어떻게 변모하고 임금, 지대, 이자율 그리고 자본축적과 기술변화와의 조건과 어떻게 상호 영향을 주는가를 분석했다. 빅셀의 가치론과 생산·분배론은 고전파 경제학과 신고전파 경제학의 성과를 정교화하고 체계화해 현재의 주류경제학의 이론적 기반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는 고전파 체계에 관한 문헌에 정통했기에 뵘-바베르크의 생존기금이론과 고전파의 임금기금이론 간의 잠재적 연속성을 찾았다. 빅셀의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이론, 화폐수량설은 화폐가치의 변동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제공하며, 기존에 정립된 화폐이론에서 가장 위대한 진보 중 하나다.

■ 조선시대의 훈민정음 발달사, 김슬옹 지음, 역락, 670쪽, 46,000원

저자가 이 책에서 밝힌 훈민정음 보급 발전의 핵심 요인은 과학성과 우수성, 비주류 문자로서의 ‘비주류성’, 문학의 힘, 교육의 힘, 종교 역할, 실용성 등 여섯 가지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인으로 훈민정음 문자 자체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꼽는다. 비주류 문자로서 일정한 영역을 지켜내며 발전한 요인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문자의 기본 바탕에 주목한 저자는 견고하고 배타적이었던 한문의 벽과 마주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남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생성(과학성과 우수성)’을 지적한다. 또한 주류 문자인 한자를 대체하지 않고 주변적인 데 머물렀던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저자는 훈민정음 보급 발전의 9단계 흐름을 창제과정에서부터 한글 성경이 발간돼 한글 발전에 이바지하기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 조선을 떠나며━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역사비평사, 296쪽, 14,800원 1945년

조선에서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뒷모습을 추적한 역사 논픽션이다. 일본인들의 회고를 통해 에피소드로 엮어나간 이야기 속에는 조선총독부 최고위 관료부터 시작해 독립운동가를 고문한 경찰, 일본인 갑부, 조선 태생의 일본인, 교사 등이 1945년 조선에서 어떻게 패전을 맞았는지, 조선에 남긴 폐긴 폐해는 무엇이며, 이들은 일본으로 어떻게 돌아갔는지, 그리고 돌아간 일본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오랜 한일관계사 속에서 식민지 조선으로부터 일본으로 돌아간 일본인들은 과연 어떠한 집단이었을까. 그들이 한반도를 떠나가면서 남긴 흔적은 한일 양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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