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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 체질은 바뀔 수 있나
[사상의학] 체질은 바뀔 수 있나
  • 교수신문
  • 승인 2002.08.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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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6 15:35:37
“저는 어려서부터 비쩍 마른 데다 몸도 허약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에서 입학하면서부터 부모님은 저에게 몸에 좋다는 각종 보약을 이것저것 지어다 먹이셨죠.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사십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비만 때문에 걱정이 돼 제대로 잠을 못 잘 지경입니다. 체질이 바뀐 걸까요.” 자신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을 의외로 자주 보게 된다. 정말로 눈물겨울 정도의 노력을 통해 체질은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천만의 말씀’이다.
한 번 타고난 저마다의 체질은 영원히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체질에 대한 첫 번째 금과옥조다. 폐대간소한 태양인을 결코 간대폐소한 태음인으로 바꿀 수 없다. 또한 선천적인 불균형 상태의 臟局에 균형을 맞춰준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만약에 네 장부의 기운이 모두 완벽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면 더 이상의 생명 현상이 있을 수가 없다. 완전함은 존재가 없으며, 그것은 곧 죽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체질이 바뀌었다고 한사코 우기는 환자를 진료해보면, 오랜 세월에 걸쳐 몸의 형태, 성향, 병의 증상이 다소 달라졌을 따름이지 체질이 바뀐 것은 결코 아니다. 즉 오랜 수양과 노력의 결과로 몸이 건강해지면서 소양인이 태음인의 체격과 성향을 닮을 수는 있어도, 체질 자체가 소양에서 태음으로 바뀔 수는 없다. 그러므로 체질을 바꿔준다는 말에는 아량을 베풀지 말기 바란다. 체질에 대한 개념을 모르거나 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체질에 대한 두 번째 금과옥조는, 체질감별은 반드시 전문의사를 통해 신중하고 정확하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한의사는 사람을 한번 보면 체질을 척척 알아낸다는 등의 과장된 이야기가 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환경, 음식, 운동, 교육 등에 따라 변하며, 이런 변화 때문에 기계적인 체질감별은 불가능하다.
실제 임상에서도 소양인의 체형, 성격, 음식습관을 나타내는 태음인 환자를 자주 보게 된다. 이런 경우 그 환자에 대해 소양인으로 진료가 이루어지고 그에 맞는 치료가 행해진다면, 체질치료의 치료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때로는 심한 역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런 변화를 최대한 빨리 포착하여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지만, 여러 가지 검증도 없이 단번에 체질을 판정한다는 것은 환자의 병을 치료하지 못할 뿐 아니라 향후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환자가 궁금해하더라도, 당장 환자가 의사의 실력을 의심할지라도 여러 번에 걸친 진찰을 통해 정확한 체질을 알려주는 것이 환자의 궁금증을 빨리 풀어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용원 / 청뇌한방병원 총괄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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