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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출판부가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 적극 알리겠다”
“대학출판부가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 적극 알리겠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11.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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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지 <시선과 시각> 창간 주도한 이종백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서평집편찬위원장

 

▲ 이종백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서평집편찬위원장은 영남대출판부에서 오랫동안 기획편집 책임을 맡아 왔으며,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출판분과장을 하고 있다.
수익이라는 잣대로 대학출판부를 평가한다면, 학술 출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이뤄질 수 없을 겁니다. 대학출판부가 수익 창출부서가 아니라, 교육 및 연구지원 기관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청됩니다. 서평집도 이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대학출판부협회(회장 권원순 한국외대 출판부장·경제학)가 야심찬 시도를 하고 있다. 대학출판부가 펴내는 학술서를 학계와 긴밀하게 공유하고, 학술서평의 품격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서평지’를 곧 내놓는다. 서평지의 제호는 <시선과 시각>이다. 이번 서평집 출간에는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이종백 서평집편찬위원장의 숨은 노력이 크다.

 


그는 국내 학술서평 및 서평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저자와 연구자들, 대학 운영진, 일반 독자들에게 대학출판부의 출판도서와 목적, 방향 등을 제대로 알리려면 ‘학술서평집’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혀 왔다. 그래서 도서목록과 연감은 웹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활용으로 돌리고, 알맹이만 가득한 서평집을 구상하게 됐다. 구상은 올초 4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실무위원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으로 제안해 동의를 얻었고, 이후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일정은 숨가쁘게 전개됐다. 2012년 5우러 25일 대전에서 1차 편집위원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서울과 대전, 대구에서 모두 네 차례의 편집위원회가 열렸다.


<시선과 시각> 첫호는 창간호이기에 가급적 많은 대학출판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선정 종수에 제한을 둬, 서평대상 도서 100종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종당 2페이지 분량 원고를 할애할 계획인데, 30개대 대학출판부에서 88편의 서평원고가 접수돼 원고 검토 및 교정이 이뤄지고 있다. 서평집은 12월쯤 출간된다.
그는 “대학출판부의 학술도서가 지닌 학문적 위상과 사회문화?역사적 맥락들을 서평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다양한 시선과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술서평이 드문 학계 현실에서 과연 대학출판부협회가 내놓을 서평집이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이종백 편찬위원장에게 서평지 간행 배경, 운용계획, 앞으로의 구상 등을 통해 알아본다.

<시선과 시각> 편집위원

이종백(영남대 : 편찬위원장)

성두현(단국대) 김미숙(경남대) 전민규(가톨릭대) 양광준(충남대) 김용훈(경북대) 장웅수(방송대) 김현호(서울대) 최상근(계명대) 심종섭(동국대)

자문위원

권영자(서울대) 탁경구(한국외대) 김정규(한국방송대

△ 대학출판부협회가 ‘서평’지를 만들기로 했다. 간행 배경, 구체적인 발행 주기, 그리고 누가 만드는지 궁금하다.
“대학출판부에서 간행하는 학술도서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서평지입니다. 그동안 한국대학출판부협회에서는 매년 신간도서 목록을 꾸준히 발간해 왔으며, 급변하는 출판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황통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2009년 2010년도부터는 연감자료를 추가했습니다. 2012년 후반기부터는 대학출판부협회 홈페이지에 신간 도서를 등록하면 각종 현황통계가 곧바로 반영되도록 프로그램화해 시간상의 간격을 줄였습니다. 이렇게 목록과 연감을 온라인화하면서 생긴 여력들을 바탕으로, 대학출판부의 학술도서들이 지닌 가치를 적극적으로 평가받고자 서평집을 기획하게 된 거죠.

현재 신문이나 출판 전문지에 게재되는 서평들이 교양서 중심이다 보니 대학출판부의 좋은 학술서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나 독자들이 대학출판부 학술도서에 대해 정보들을 접할 매체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대학출판부 학술도서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서평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고, 저자와 출판부가 출판기획에 피드백해 활용함으로써, 학술출판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작과정은 대학출판부협회 소속 대학출판부의 편집장들로 편집위원회가 구성돼 실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발행주기는 일단 반 연간 형태로 출발해 정체성과 서평집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확립한 뒤 계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 지난 9일 오후에 관계자들이 모여 추가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 서평지의 명칭은 정해졌나? 서평지의 방향은?
“서평지의 명칭은 <시선과 시각>으로 정했습니다. 대학출판부의 학술도서가 지닌 학문적인 위상과 사회 문화 역사적 맥락들을 서평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다양한 시선과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아가 서평지 <시선과 시각>을 통해 대학출판부가 한국사회에 존립해야 하는 이유와 추구하는 목표들을 대학과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가고자 합니다.”

△ 63개대가 대학출판부협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활성화된 곳은 어느 정도인가? 단지 출판 종수가 많다고 해서 활성화됐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내부적 판단이 궁금하다.
“한때는 80여개에 이르던 대학출판부가 63개로 줄어든 것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연간 출판종수와 출판 도서의 성격(교재만 출판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서와 교양서도 함께 출판), 매출액, 조직운영의 자율성, 독립성 등을 기준으로 볼 때 학술서와 교재, 교양도서를 꾸준하게 펴내는 곳은 25개 대학출판부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대학출판부협회 소속 회원교가 31개교 이고 양국의 출판규모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출판 활동하는 대학출판부가 25개 정도라는 것은 작은 숫자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 대학출판부들이 중심이 돼 출판 종수가 아니라 양질의 책들을 활발하게 펴내야 하고, 그 성과들이 외연 확대로 이어져 더욱 많은 대학들이 출판부를 키워갈 수 있도록 기반을 넓혀가야 할 때라고 봅니다.”

△ 대학출판부에 거는 기대가 높다. 일반 출판사와 달리 학문적 베이스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익성’을 고려한 출판정책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몇 곳은 이미 그런 포지션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학출판부가 학술단행본과 학문연구에 필요한 기초 자료집을 지속적으로 출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 현실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죠. 대학출판부협회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으로도 대학출판부의 역할과 목적을 조명해, 대학출판부가 학문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가야 합니다. <시선과 시각> 서평집이 이런 역할의 한 부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신문이나 출판 전문지에 게재되는 서평들이 교양서 중심이다 보니 대학출판부의 좋은 학술서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나 독자들이 대학출판부 학술도서에 대해 정보들을 접할 매체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대학출판부 학술도서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서평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고, 저자와 출판부가 출판기획에 피드백해 활용함으로써, 학술출판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작과정은 대학출판부협회 소속 대학출판부의 편집장들로 편집위원회가 구성돼 실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발행주기는 일단 반 연간 형태로 출발해 정체성과 서평집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확립한 뒤 계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대학출판부가 학술단행본과 학문연구에 필요한 기초 자료집을 지속적으로 출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 현실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죠. 대학출판부협회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으로도 대학출판부의 역할과 목적을 조명해, 대학출판부가 학문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가야 합니다. <시선과 시각> 서평집이 이런 역할의 한 부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출판부도 당연히 ‘수익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수익 부분을 어디에 투자하는지가 중요하겠지요. 그동안 교재에서 얻은 수익을 학술 출판에 많이 투자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영논리를 바탕으로 수익성 확보에 역점을 두는 대학경영이 됐고, 그 후 출판부가 수익사업 부서로 규정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출판부의 경영을 평가하고 성과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수익이라는 잣대로 대학출판부를 평가한다면, 학술 출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이뤄질 수 없을 겁니다. 따라서 대학출판부가 수익 창출부서가 아니라, 교육 및 연구지원 기관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청됩니다. 해외의 세계적인 대학출판부가 수익을 많이 내서가 아니라, 좋은 책을 오랫동안 많이 출판함으로써 유명해졌고, 그것이 대학 발전의 디딤돌이 됐다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실 서평은 학술출판과 긴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 아카데미는 ‘학술 단행본 출판’을 거의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오랫동안 대학출판부에 몸담아 왔는데, 이런 분위기랄까, 환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일 주제의 깊이 있는 연구물, 학술 기초자료집의 출판이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논문 중심의 업적 평가라고 봅니다. 논문위주의 글쓰기에 익숙해지면서, 단일한 주제의 호흡이 긴 저술에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술을 비롯해서, 서평, 학술에세이, 번역 등도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평가들을 다양화해서 대학에서 연구된 지적 결과물들이 사회와 폭넓게 소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대학마다 고전과 명저읽기 등 독서교육과 글쓰기는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도 교수들이 연구해 좋은 책을 저술하고, 그것을 대학출판부가 출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왜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지 안타깝습니다. 읽기-쓰기-연구-출판은 별개의 것이 아닌 상호 관련된 것이기에, 통합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플랜을 가지고 정책이 추진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대학출판부협회가 내놓을 서평지가 궁금하다. 기존의 서평문화에 대한 판단도 작용했을 것 같다. 서평문화 특히 학술서평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번 간행하는 새로운 서평지가 과연 이들 문제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현재 간행되고 있는 <출판저널>, <기획회의> 등 출판 전문지와 언론 북섹션에서 다루고 있는 도서들은 인문 사회 교양서 중심입니다. 그리고 리뷰보다는 신간에 대한 프리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내용들을 다루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출판부협회 서평집 <시선과 시각>이 지금까지 이러한 단점을 단번에 넘어서리라고 자신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평자·저자·출판사로 이어지는 한국적인 인간관계들, 비판적인 논쟁에 익숙하지 않은 학술 풍토, 분과학문 결속주의, 학연주의… 등 외부적인 환경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을 풀어나갈 시도들을 하나씩 해 볼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대학출판부가 아닌 일반 출판사에서 나온 학술도서도 서평 대상에 올려볼 생각입니다.”

△ 서평지 발행에 적잖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이 서평지의 잠재독자 집단은 어디인가? 교수들을 비롯한 아카데미가 일차적 대상일 거 같은데, 염두에 둔 다른 독자집단도 있는가?
“서평지 비용은 협회비와 회원교의 광고비로 충당할 예정입니다. 일차 독자는 대학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입니다. 하지만 대학 밖에도 인문, 사회, 과학 각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하는 일반 독자들도 많이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논문 형식의 문체나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쉽고 짜임새 있는 글쓰기를 통해 이들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 서평지가 단시일 내에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 책, 저자, 서평자, 그리고 서평지의 편집자 이들 간의 역학관계가 정비돼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각오들 하고 있는가?
“사실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서평자들이 저자들과 같은 전공자들이고 학연을 비롯한 친분 관계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날카로운 비평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먼저 저자들이 비판적인 서평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서평에 대한 반론 재반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면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담론들이 학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간호 이후부터는 서평 편집자의 역할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특정 주제를 선정하고 해당 도서를 선정해 서로 다른 전공이나 관점을 가진 이들에게 서평을 받아서 다각도 조명해 봄으로써, 향후 다른 저술 작업에 메타텍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 이번 서평지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처음 시도하는 서평집이라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창간호라서 많은 대학출판부의 다양한 도서들을 선보이게 되면서 서평원고의 분량이 짧아진 점, 학술서평에 익숙하지 못한 원고들로 인해 원고의 편차가 있었던 점, 칭찬이나 내용 정보 위주의 원고가 아니라 책의 학문적인 지형과 맥락을 짚어 줄 수 있는 내용들로 청탁 했지만, 상당수 서평원고들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고 이를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입니다. 이밖에도 어려운 난관들이 있지만, 비판이 두려워 회피한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봅니다. 이렇게 드러난 이런 문제들은 호수를 추가할수록 나아질 것이므로,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보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시각과 시선> 서평집을 통해서 학계나 독자들이 대학출판부의 출판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다양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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