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임용된 신임교수의 첫 학기는 ‘저녁이 없는 삶’의 연속이다. 오후 6시 넘어 임현수 부산대 교수(41세, 지질환경과학과·사진)에게 전화를 했더니 주위가 소란스러웠다. 저녁식사 중인 듯했다. 8시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임 교수는 연구실에 있었다. “보통 오전 8시 전에 연구실에 나와 새벽 2시에 퇴근한다”고 한다. “2학기에는 3과목을 강의하는데 연구소에 있다가 오다 보니 강의 준비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국립대) 성과연봉제 때문에 짧은 시간에 실적을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고….”
지질학을 이용한 고기후 연구는 정부 출연 연구소인 극지연구소로 이어졌다. 임 교수는 극지연구소에 6년 반 정도 있으면서 남극기지만 일곱 번을 다녀왔다. 매년 남극기지에 머물며 남극지역에서 고기후와 고환경 변화를 복원하는 연구를 했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남극은 최적의 연구 장소이기 때문이다. 남극은 인간의 활동이 없어서 과거의 기후변화 흔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고기후 연구는 과거의 기후변화를 복원해 미래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학문분야다.
연구소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고기후 연구는 계속 해 나갈 생각이다. 극지연구도 병행할 계획이다. 임 교수는 “극지 연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극지과학과 관련된 커리큘럼이 거의 없다. 극지연구소에 오래 있으면서 남·북극 연구를 많이 한 경험을 살려 학생들에게 극지과학을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지질학과가 있는 대학은 전국적으로 13곳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대부분 국립대이고 사립대 중에는 고려대나 연세대에 지질학과가 있다. 게다가 지질학과도 세부 분야가 많아 자기 전공에 꼭 맞는 교수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임 교수가 박사학위를 받고 정부 출연 연구소에 들어간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작용했다. 그래서 교수 임용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임 교수는 “박사 후 과정을 할 때에는 분야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학제 간 연구를 많이 강조하는데,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받아들이고 남들이 안 하는 분야를 익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도 퇴적지질학이 전공이지만 생물이나 환경 분야 연구자, 심지어 고고학자들과도 공동연구를 하면서 연구의 폭을 넓혔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