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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균 조선대 교수, 샌델의 정의론 비판서 『자유주의적 정의』 출간
염수균 조선대 교수, 샌델의 정의론 비판서 『자유주의적 정의』 출간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1.0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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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나라에 열풍을 불러온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이 나왔다. 염수균 조선대 교수(철학과)가 펴낸 『자유주의적 정의-샌델의 정의 담론 비판』(조선대학교출판부 刊)이 바로 그것.

 염 교수는 이 책에서 샌델을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에 비유했다. 그는 정의에 대한 샌델의 견해에는 많은 오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읽으면 샌델과 함께 비트겐슈타인의 ‘파리 병(fly-bottle)’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경고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이 철학을 하는 목적이 “파리에게 파리 병을 나가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유하는 철학자들을 파리 병 안에 빠진 파리에 비유했다.

샌델에 대한 염 교수의 비판은 매우 신랄하다. 그는 샌델이 도덕철학의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관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본다. 특히, 다양한 덕의 개념들을 구별하지 않고 씀으로써 정의에 대한 그의 주장들은 거의 이해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샌델의 정의관이 자칫 엘리트의 정치를 옹호할 뿐만 아니라 엘리트를 위한 정치를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샌델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사회적 공헌과는 관계없이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지위와 함께 명예와 보답을 받아야 할 응분의 자격이 있다는 정의관에 대해 동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염 교수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샌델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정의가 무엇이며 중요한 정의 문제에 대한 자유주의적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샌델이 중요하게 취급하는 덕과 공동체에 대한 문제를 다뤘으며, 그것을 토대로 샌델의 견해들을 비판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원자력발전의 문제와 시민불복종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정의라는 덕목이 왜 최고의 덕목이 되어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염 교수는 서울대에서 플라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양고전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고전철학에 정통할 뿐 아니라 롤스와 드워킨 같은 현대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 저자는 고전과 현대의 자유주의 철학에 정통한 학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주의적 정의론의 입장에서 자유주의적 정의론을 비판하는 샌델의 견해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샌델의 주장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평가와 함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분명한 견해를 밝힘으로써 독자들이 정의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정의와 관련된 주요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의 명확하고 이해 가능한 견해를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의에 관한 사유를 위한 하나의 참고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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