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2:20 (목)
‘우리 철학’ 고민하는 늦깍이 신임교수
‘우리 철학’ 고민하는 늦깍이 신임교수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2.11.07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임교수 인터뷰_ 이철승 조선대ㆍ철학과(동양철학)

이철승 조선대 교수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무비판적인 ‘수입철학’과 맹목적인 ‘전통철학’에 대한 지나친 의존현상을 반성하고, 민족, 계층, 종교,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특수와 보편 등 다양한 갈등이 복합적이면서 중층적으로 혼재돼 있는 이 시대의 우리 문제를 심층적으로 숙고한 ‘우리철학’의 정립가능성 문제를 가슴앓이 하고 있다.”

올해 9월, 늦깎이 ‘신임교수’가 된 이철승 조선대 교수(50세, 철학과ㆍ사진)는 곧 나오게 될 공저의 저자 약력 란에 이렇게 관심사를 밝혀 두었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철학자에게는 이론 생산을 위한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남과 북의 이념문제와 사회적 양극화, 다양한 종교, 서양과 동양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제가 한국사회에 섞여 있어요. 깊게 숙고해 장기적으로 연구하면 자생 이론을 생산하여 보편적인 이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토양이 마련돼 있다고 봅니다.”

사회에선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대학가에선 ‘인문학 위기론’이 떠나지 않는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신자유주의적인 배타적 경쟁이 강화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됐지요. 이걸 해소하려면 ‘어울림의 철학’이 필요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하고, 그래서 인문학에서 길을 찾는 것이지요. 자기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론을 만드는 것이 학문이니까 철학자들도 시대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죠.”

이 교수는 『유가사상과 중국식 사회주의 철학』『마오쩌둥 : 현대 중국의 초석과 철학사상』『철학자의 서재』『철학, 문화를 읽다』『강좌한국철학』『우리들의 동양철학』등 18권의 저ㆍ역서(공저·역서 포함)를 펴냈다. 「<서명>에 나타난 어울림 사상의 논리구조와 의의」「중국학 열풍과 유학의 재인식」등 50여 편의 논문을 썼다. 2001년부터 올해 8월까지는 수원에 있는 수원향교의 명륜대학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논어> 강의도 해왔다. 약 20년 동안 강사와 연구교수로 지내면서 쌓아온 흔적들이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었죠. 학문적인 활동은 게으르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재 많은 비정규교수들 역시 저의 경험과 유사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인재들이잖아요. 사회가 좀 더 따뜻하게 공감하고 끌어안아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함께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교수는 전통철학과 현대철학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해 보고 싶다고 했다.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공부와 관련된 일에 매진하고 싶어요. 연구와 강의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데요.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공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굉장히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