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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산업’, 최근 10년 간 방향성 없이 커지기만 했다”
“‘아카이브산업’, 최근 10년 간 방향성 없이 커지기만 했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0.24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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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기념 학술대회 연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덕수궁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회장 김현숙,덕성여대) 2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주제는 ‘미술사, 쓰기/개입하기?’였다. 총4부로 구성된 학술대회는 한국근현대미술의 궤적을 돌아보며 현재 미술사와 아카이브 현황을 점검했다. 한국근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미국학자의 시선도 소개됐고, 동아시아 근현대 미술연구현황도 짚어봤다. 한국 현대미술의해외진출이나최근화두인‘미술한류’를 위해서, 공공의 자산인‘미술’에 좀 더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20주년 기념학술대회의가 ‘미술사, 쓰기/개입하기?’를 주제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렸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의 미술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학술대회에서 청중이 발제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1부에서는 수묵 채색화, 서양화, 조각과 미술교육의 측면에서 한국근현대 미술사의 연구궤적을 돌아봤다. 강민기 충북대 강사(고고미술사학과)는「전통과 근대, 수묵 채색화 연구의 50년」에서 근대 수묵채색화 연구사를 세 시기로 구분했다. 그는 미술평론가를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된 1970년대를 여명기로, 미술사학과에‘한국근대미술사’강좌가 개설되고 전시회도록, 자서전, 잡지들이 발간됐던 1980~1990년대를 발전기로 규정했다. 이어 젊은 미술사학자들의 작가론 연구 및 동시기 일본과 중국의 교류를 연구로 연구 범위가 심화 확장된 2000년대를 성숙기로 봤다. 그는 대한제국시기의 미술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는 요즘의 연구가 바람직하다고 진단하며, 일제강점기 이전 조선 후기의 미술에 대한 연구가 좀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1999년에야‘조각’에서‘조소예술’로 인식

한국조각사 60년을 돌아본 조은정 한남대 겸임교수(미술과)는「한국근현대조각 연구사」에서 조각가 김경승의 저서『현대의 조각』(1964)를 인용해, 근현대조각사의 시대구분이 단순히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로 구분했다고 지적했다. 김경승은 1910년부터 1944년까지를‘모방과 이식’의 시기로, 1945년부터 저서가 나오기 전 해인 1962년까지를‘근대에의 귀의’시기로 규정했었다. 조 교수는 근대조각의 범주를 불교조각과 능묘조각 등 전통조각의 영역까지 확장시킴으로써 근대조각의 시기를 1905년으로 올려잡았다. 조선후기 조각이 근대조각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린 것이다.

그는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근대를 보는 눈: 조소’전시에 이르러서야‘조각’을‘조소예술’로 보는 움직임이 태동했음을 윤범모 가천대 교수(미술·디자인대)의 글을 인용했다. 조 교수는 조각연구대상에서도 제외되다시피 했던 동상과 기념건조물, 황제릉에 대한 연구를 정리해 주목을 받았지만, 김복진, 윤효중, 김종영으로만 국한된 연구자는 아쉬움을 남겼다. 목수현 서울대 연구원(미술사)은「미술교육과 제도부문 연구사」에서 미술을 둘러싼 제도를 크게 미술가 집단, 미술가 활동의 장인 전람회 및 미술관, 활동을 알리는 보도 매체, 그리고 미술가를 양
성하는 미술교육으로 구분했다.

짧지 않은 미술사를 통해 축적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해 관리하는 아카이브에 대한 논문들은 2부에서 발표됐다. 류한승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미술 아카이브의 구축 및 운영 사례 연구: 게티미술연구소를 중심으로」에서 일반적인 아카이브 업무흐름을 고려한 자료수집 및 조사, 등록, 보존과학, 목록화 및 기술, 보관, 디지털 서비스, 열람, 활용(전시·출판(순으로 업무의 특징을 살폈다. 동시에기관기록, 표준용어를 관련 전문협회들이 표준화시켜 타기관과의 연계성을 강화시켰음을 주지시켰다.

목적별 자료 수집 작업 지향해야 전시에만 치중하지 말자는 지적도 있었다.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은「한국 미술 아카이브의 분포 상황 및 수집여건 분석」에서 그동안 미술자료에 대한 관심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전시 관련 자료에만 치중해 왔음을 비판했다. 목적별로 자료를 수집하는 아카이브 구축이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미술인 개인별, 시대별, 미술단체별로 범주를 정해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라져가는 개인 소장미술품들을 아쉬워하며, 미술은 국가의 유산이고, 공공의 재산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 아카이브 구축과 활용 방안」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 운영은 거시적으로‘연구센터(Research Center)’로의 발전을 예비한 것임을 밝혀, 최근 10년간 방향성 없이 커져온 아카이브 산업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급속한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수준은 정비례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김 학예연구사는 외국 선진 미술관의 연구센터를 사례로 들었다. 앞으로는 미술관 내부의 큐레이터 인력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전망을 모두 수용할 수 없고, 세분화 된 주제 때문에 다양한 외부의 전문인력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센터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은 전국광역자치단체 공립미술관이 대부분 오픈하는 2, 3년 후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립미술관의 네트워크를 이뤄 통합적 미술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보탰다.

한국의 근대미술을 연구한 미국의 시각을 소개한 논문도 있어 이목을 끌었다. 버지니아 문 캘리포니아 주립대 방문교수(미술사)는 1951년 한국전쟁 사진전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한 한국 전통미술은 여전히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해 알려진 바가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는 예전에 비해 최근 학계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국미술은, 정보의 부족과 더불어 영어로 쓰인 주요 저작이 절대 부족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우수한 연구자(강태희 전 한예종 교수, 진휘연 성신여대 교수, 정무정 덕성여대교수 등)들이 미국에서 탁월한 박사논문을 쓰고도 한국에 돌아가 새로운 연구 논문을 영어로 발표하지 않아 연구의 진전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문 교수는 이 교수들의 박사학위논문이 한국미술 전공이 아닌 지도교수 밑에서 완성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2012년, 한국 미술학계 교수들의 분발을 요구하는 지적으로 읽힌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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