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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동향 ] 국제무대에서 평가받는 한국과학자들
[과학 동향 ] 국제무대에서 평가받는 한국과학자들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07.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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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30 15:22:45

 
이공계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난 상반기 이공·의학 계열 학자들의 약진이 도드라졌다. 지난 4월 과학 기술부는 2001년도에 우리 나라 과학자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1만4천1백62편으로 전년 대비 2단계 상승한 세계 14위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후 2002년 상반기에도 과학자들의 해외저널 논문 등재 횟수는 상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정보운영팀에 따르면, 2002년 1월부터 6월까지 SCI급 저널에 실린 한국 과학자의 글은 9천1백94개이다. 노시경 과학기술원 정보운영팀 선임 기술원은 “이 숫자는 논문 외에도 리뷰, 기사 등을 포함한 것이라 정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 SCI급 저널에 논문을 등재한 것이 그 학자의 모든 역량을 다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 논문이 점차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경향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상반기 한국 과학계에 있었던 몇 가지 소식들을 짚어 본다.

먼저 수상 소식. 김기문 포항공대 교수(화학)가 지난 3월 ‘제3세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제3세계 과학아카데미상’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했다. 제3세계 아카데미는 제3세계의 과학 발전을 위해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1983년에 설립된 상으로, 매년 기초의학, 생물학, 화학, 수학, 물리학 등 5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과학자를 선정한다. 김 교수는 분자들이 모여 이뤄진 거대한 초분자를 합성하는 방법과 초분자가 촉매 기능을 갖게 하는 방법을 개발한 업적으로 이 상을 받았다. 포항공대의 이름을 따서 ‘POST-1’이라 이름 붙인 초분자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거나 조절하는 촉매 등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의학과 정밀화학은 물론 최근 각광받는 나노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다. 변증남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전기전자학) 역시 2002 세계자동화학술대회에서 소프트 컴퓨터 분야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다. 이 상은 오토 소프트사가 1996년 자동화시스템 분야의 연구개발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는데, 국내 과학자로는 변 교수가 처음 수상했다.

연구 업적 부분에서 세계적인 평가를 받은 과학자들의 소식도 있었다. 김수봉 서울대 교수(물리학)는 지난 6월 세계 물리학자 톱 15인에 올랐다. 미국과학논문인용기관(ISI)는 1991∼2001년 10년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다른 논문에서 얼마나 많이 인용됐나를 기준으로 최고 15인의 물리학자를 선정했는데 여기에 김 교수가 포함된 것. 정헌택 원광대 교수(의학)의 ‘세포 고사의 조절자로서의 일산화질소’라는 논문은 미국에서 발행되는 국제적인 학술지인 ‘BBRC(Biochemical and Biophysical Research Communication)’의 2001년도 탑 20 논문에 선정, 이 중에서도 1위를 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타겠다는 한국 의학계의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 않은 듯 하다.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는 노벨 생리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우수 의학자 20인을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수와 인용빈도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 우수 의학자엔 8명의 해외 의학자와 10명의 분자생물학자가 선정됐다. 대장암 유전자 및 암세포주 연구 업적을 인정받은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과 뇌졸중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김종성 울산대 교수(신경학), 유전자 라이브러리와 질병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정종경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30대 젊은 나이인 이민구 연세대 교수(약리학) 등이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이 단지 꿈만은 아니라는 한국 의학계가 가진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의약학계에서 뛰어난 연구 논문이 속속들이 발표됐다. 김성훈 서울대 교수(약학)가 인간의 몸속에 있는 p43이라는 단백질이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생물화학지 ‘JBC(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에 논문을 실었다. 전은석 성균관대 서울삼성병원 교수와 바이로메드사의 김종묵 박사팀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심근에 염증억제 유전자를 주입, 심근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관련 내용을 저명 국제학술지인 ‘순환’ 지에 발표했다.

자연과학 분야의 소식도 살펴보자. 국양 서울대 교수(물리학)는 탄소나노튜브에 축구공 모양의 금속 플러렌을 넣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인 아주 작은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해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가 긴 빨대 모양으로 연결된 것으로 미래의 반도체, 센서 등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신물질이다. 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 안에 플러렌을 차곡차곡 쌓은 결과 플러렌이 있는 부분과 그 사이의 빈 부분이 모두 각각 반도체의 기능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탄소나노튜브는 반도체의 성질을 갖고 있지만 길이가 길어 실용화가 어려웠는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하나의 탄소나노튜브로 수백개의 아주 작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 집적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송기형 한국교원대 교수(화학 교육)도 분자구조에 관련한 연구로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실었다. 제목은 ‘최소 에너지 구조를 통과하지 않는 친핵 2체 치환 반응의 예’. 이외에도 이상복 박사(미국 플로리다대 화학과)가 자체 개발한 새로운 나노·바이오기술을 합성 박막에 적용해 제약산업에서 중요한 과제의 하나인 이성질체의 분리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지에 실렸으며, 획기적 연구성과로 평가받았다.

지난 상반기 한국 과학자들은 끊임없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열악한 지원과 연구 환경에서 나온 산물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높다. 무더운 여름만큼 뜨거운 연구 열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을 전망해 본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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