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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로스쿨도 수도권 대학 출신이 싹쓸이
지방 로스쿨도 수도권 대학 출신이 싹쓸이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10.15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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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생 49%가 SKY 출신 ‘독과점 체제’ 여전
“로스쿨 소재 지역대학 출신 30% 선발하자”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법조인력의 다양화. 법률서비스 향상. 지역 균형…. 2009년 3월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도입 당시 내건 취지는 이처럼 창대했다. 하지만 첫 출발부터 스텝이 꼬였다. 미국과 달리 인가주의를 내걸면서 총 입학정원을 2천명으로 묶으면서부터다. 여기다 지역안배까지 더해지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서울·경기지역에서 15위를 한 동국대가 대표적이다. 총 입학정원 제한과 지역 쿼터제에 걸리면서 동국대보다 점수가 훨씬 낮은 일부 대학은 로스쿨을 유치한 반면 동국대는 탈락했다.

개원 3년이 지나 지난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 로스쿨은 도입 당시의 취지를 얼마나 실현하고 있을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로스쿨의 현재 모습을 보면 적어도 다양한 법조인력 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애초 취지와 달리 기존 대학의 독과점 체제가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다.

■ 입학생 출신지역 서울·경기 편중= 우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의 출신지역을 보면 수도권 편중 현상이 뚜렷하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출신이 절반이 넘는 53.3%다. 경기지역 출신이 13.8%로 뒤를 이었다. 서울과 경기를 합하면 67.1%로 전체 로스쿨 입학생의 3분의 2를 넘었다. 이어 부산 7.8%, 대구 5.3%, 광주 3.0%, 전북 2.6%, 대전 2.3%, 경남 2.0% 순이었다. 울산(0.8%), 전남(0.8%), 충남지역(0.9%) 출신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지방에 있는 로스쿨도 영남권(34.4%)을 제외하면 서울·경기지역 출신 입학생 비율이 대부분 60%를 넘는다. 특히 강원대는 로스쿨 입학생의 65.6%가 서울·경기지역 출신이었고, 전북대도 서울·경기지역 출신 입학생 비율이 64%를 넘었다. 충청권(61.7%)과 호남권(60.4%) 로스쿨도 서울·경기지역 입학생이 60%를 넘었고, 제주대(56.8%)는 서울·경기지역 출신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로스쿨이 위치한 지역 출신 비율은 충청권이 19.0%로 가장 낮았다. 제주대 20.8%, 강원대 23.0%, 호남권 32.1% 순이었다. 영남권 로스쿨은 유일하게 부산(29.2%) 출신 입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로스쿨 입학생의 지역편중 문제는 출신 고교에서도 나타난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14개 로스쿨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입학자의  51.1%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고교 출신이다. 입학자 10명 중 4명(39.0%)은 서울지역 고교 출신이며, 그 중에서도 1명(10.4%)은 서울 강남 3구(강남, 송파, 서초) 출신이다.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 고교 출신은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 출신대학 비율 사법시험과 비슷= 기존의 사법시험에서 나타나던 대학 서열 체계도 여전했다. 박인숙 의원이 2009~2012년 전국 25개 로스쿨에 입학한 8천275명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20.2%), 고려대(15.3%), 연세대(13.8%) 출신이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기존 사법시험 합격자 순과 똑같은 데다 ‘SKY’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사법시험 합격자와 거의 비슷하다. 지난해 사법시험 합격자의 출신대학별 비율을 보면 서울대(26.7%), 고려대(13.2%), 연세대(11.9%) 출신이 전체 합격자의 51.3%를 차지했다. SKY대학의 독과점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화여대(7.1%), 성균관대(5.2%), 한양대(4.7%), 부산대(2.6%), 한국외대·서강대(2.6%), 경희대(2.5%) 등 상위 10개 대학으로 범위를 넓혀도 기존 대학의 독과점 체제는 비슷하다. 전체 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상위 10개 대학 출신은 76.2%였다. 2011년 사법시험에서 합격자를 배출한 상위 10개 대학의 비중(80.8%)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사법시험에서는 SKY대학에 이어 성균관대(7.1%), 이화여대·한양대(6.4%), 경희대·서강대(2.4%), 전남대(2.3%), 경북대(2.1%) 순으로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다. 서울대(418명), 고려대(316명), 연세대(287명), 이화여대·성균관대(147명), 한양대(108명) 출신은 해마다 100명 넘게 로스쿨에 입학한다. 사법시험에서 서울 주요대학이 합격자 배출 상위 10개 대학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로스쿨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대학 출신들은 지방 로스쿨도 점령하다시피 했다. 영남권 로스쿨의 전체 입학생 가운데 수도권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60.2%인 데 반해 영남권 대학 출신은 26.0%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서울·경기지역 대학 출신 비율은 강원대 87.3%, 충청권, 78.9%, 호남권 72.8% 등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일수록 더 높다. 특히 강원대는 SKY대학 출신 비율이 49.6%에 달했다. 제주대는 서울·경기지역 대학 출신 비율이 69.9%나 됐지만 제주대 출신은 6.0%에 불과했다.

■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지역 편차 커= 로스쿨 입학생의 특정 대학·지역 편중 문제는 법조인 편중 문제로 고스란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 아니라 ‘선발시험’의 성격을 띠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 또한 지역, 대학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대학별 변호사시험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변호사시험 합격률 상위 7개 대학이 모두 서울지역 로스쿨이다. 이에 비해 합격률이 평균(87.6%) 이하인 11개 로스쿨 가운데 9개가 지방 로스쿨이다.

경희대와 아주대는 응시자가 모두 합격한 반면 충북대는 59명 가운데 21명이 불합격해 합격률이 64.4%에 불과했다. 수도권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94.9%인데 반해 지방 로스쿨의 합격률은 평균 79.9%에 그쳤다. 국·공립대 평균 합격률은 84.0%로 사립대 평균 90.4%보다 3.6%포인트 낮았는데, 서울대와 서울시립대를 제외한 8개 로스쿨이 지방에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유기홍 의원이 올해 24개 로스쿨(성균관대는 자료 미제출) 입학생의 학부 전공을 살펴봤더니 법학 전공자가 53.7%, 인문사회 전공자까지 더하면 76.3%였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고심’으로 풀이된다. 로스쿨협의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올해 로스쿨 합격자 통계자료를 보면 법학 전공자는 54.1%로 지난해 49.1%보다 높아졌다. 처음으로 법학 전공자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 로스쿨 A/S 생각할 때= 이제 로스쿨도 A/S가 필요한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기홍 의원은 “애초 취지와 다르게 특정 지역,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로스쿨이 운영되고 있다”며 “로스쿨 시행 4년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로스쿨의 문은 더 넓어져야 한다. 사회배려대상자 입학, 장학금 지급률 확대, 다양한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로스쿨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사법시험을 대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인숙 의원은 “법조인 양성의 지역 균형 유지를 위해 권역별로 로스쿨 설립을 인가했던 취지를 살려 로스쿨 소재 지역 대학 출신을 최소한 30% 이상 선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그나마 위안도 있다. 박 의원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평균 90%가 안 되는데도 절반이 넘는 14개 로스쿨의 취업률이 100%라는 사실은, 로스쿨이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할 수 있는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이라며 “로스쿨 입학정원은 점진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로스쿨 결원 문제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로스쿨이 출범한 이후 지난 6월까지 자퇴한 학생은 모두 310명이다. 부산대가 25명으로 자퇴생이 가장 많았고, 경북대 20명, 전남대 20명, 연세대 18명, 충남대 16명, 동아대·아주대 15명 순이었다. 입학정원 10% 안에서 결원을 충원할 수 있는데 그나마 2013학년까지만 가능하다.

민병주 의원은 “교과부는 2013학년까지 한시 허용되는 ‘결원 충원’조항을 영구 허용하는 시행령개정을 추진 중이나 법무부에서 반대하고 있어 자퇴생으로 인한 결원이 자칫 로스쿨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영구 허용을 반대하고 있어 허용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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