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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호 새로나온 책
659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2.10.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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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빠진 단테, A.N.윌슨 지음, 정해영 옮김, 박상진 해설, 이순, 522쪽, 28,000원
시인 예이츠에게 단테는 ‘기독교적 상상력의 권위자’였다면, 엘리엇에게는 시인으로서나 철학자로서 대단한 중요성을 갖는 인물이었다. 바이런은 단테를 추방한 ‘배은망덕한 피렌체’를 책망했다. 보르헤스는 『신곡』을 ‘모든 문학의 절정’으로 표현했다. 인류 문학사상 불후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신곡』은 단테가 조국 이탈리아에서 추방당해 유배생활을 하면서 무려 18년(1304~1321)에 걸쳐 완성한 장편 서사시다. 중세 종교와 사상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이 고전은 14세기 초 피렌체 사회를 보여주는 시대사적 문서이자 동시에 ‘거칠고 요동하는 시와 같은’ 삶을 살았던 한 개인의 내적인 여행기이기도 하다. 영국왕립문학협회 특별연구원으로 종교와 역사 분야에 정통한 전기 작가이자 저명한 소설가인 A. N. 윌슨은 이 책에서 중세 피렌체나 고전 신학과 數秘學, 기독교 철학,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 등 『신곡』을 읽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상상력 넘치는 문장으로 인간 단테의 내면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 신음악의 철학, 아도르노 지음, 문병호·김방현 옮김, 세창출판사, 328쪽, 29,000원
아도르노는 이 책에서 신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쇤베르크와 스트라빈스키의 중요 작품들에 대해 서구 음악이 구사하는 음악적 기법의 모든 개념을 동원하여 현미경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두 작곡가의 작품세계를 역사철학적, 인식론적, 사회이론적, 예술이론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도르노는 이 두 작곡가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는 쇤베르크의 음악을 진보의 음악으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복고의 음악으로 결론짓는다. 그러나 진보와 복고의 결론은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이 책은 서구 음악학사나 음악이론사에서 도달된 가장 높은 수준의 음악론이며, 동시에 역사철학이고 인식론이자 사회이론이다.

■ 열정적 정치-감정과 사회운동, 제프 굿윈 외 엮음, 박형신·이진희 옮김, 한울, 536쪽, 43,000원
이 책은 그간 사회학 연구에서 상당히 배제돼왔지만, 최근 사회학에서 다시금 부상하고 있는 ‘감정’에 대해 연구한 서양 학자들의 논문모음집이다. 감정사회학이 우리의 사회학적 인식을 어떻게 확장하고, 감정의 이해를 통해 우리의 삶과 우리 세계를 더욱 절실하게 이해하게 해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레즈비언 운동, 노동운동, 동물보호운동 등의 사례연구를 통해 감정이 어떻게 사람들을 운동으로 이끌고 집단정체성을 형성시키는지를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이제까지 합리적, 이성적으로만 접근해왔던 사회운동연구에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로, 이는 즉 감정을 다시 사회학의 중심으로 돌려놓으려는 시도다.

■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카를 만하임 지음, 임석진 옮김, 송호근 해제, 김영사, 632쪽, 23,000원
만하임은 이 책에서 마르크시즘의 영향을 받고, 그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사회학을 정립하려고 했다. 당시 사회집단과 계급의 정치적 투쟁의 도구로만 사용됐던 이데올로기 개념을 문화, 사회적 측면에서 재조명해 가치중립적 개념으로 새로이 정립했다. 그는 이데올로기는 현실을 정당화하는 것이며 유토피아는 현실을 부정하고 미래를 지향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둘에는 계급적 요인뿐 만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1929년 출간 당시 이데올로기의 난투장이었던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지성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지식사회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했다. 특히 독일 나치즘 등 전체주의적 체제를 낳는 사회적 배경과 인식론적 구조를 파헤치고 있기에 히틀러 정권에 저항했던 집단들의 이념적 무기로 널리 읽혔다. 1960년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이 책은 국내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 죽음, 임철규 지음, 한길사, 356쪽, 25,000원
저자는 2009년 故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을 계기로 죽음의 현상과 죽음 자체로 이야기의 진폭을 넓히고 있다. 고대 로마의 검투사,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죽음과 같은 실제의 사례와 요절한 시인 기형도, 오르페우스의 에피소드를 인용한 문학에서의 죽음을 폭넓게 다룬다. 이반 일리치와 하이데거, 프로이트가 언급했던 죽음에 관한 이론을 서술하면서 죽음을 향한 도정에 있는 인간에게 삶을 견디는 것이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첫 의무라고 역설하면서, 그리고 현재의 삶과 기쁨의 소중함을 깨닫고 죽음의 준비를 하라고 언급한다. 살아가면서 당장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인문학적인 텍스트와 역사라는 컨텍스트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정면으로 대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老 영문학자가 평생에 걸쳐 사유한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삶’을 돌아보게 한다.

■ 중국 문화대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 백승욱 지음, 그린비, 424쪽, 20,000원
국내 세계체계론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저자는, 문화대혁명을 중국공산당 내의 권력투쟁 과정으로 해석하거나 마오쩌둥의 실패한 유토피아로 해석하는 등의 단편적인 해석을 넘어, 복잡했던 문혁의 흐름 속에서 ‘造反派’의 문제를 핵심에 놓고 검토하고(대표 격인 천보다와 함께), 문혁이 드러낸 정치의 아포리아를 살펴본다. 특히 이 책에서는 ‘조반파’를 중심으로 한 대중운동의 과정을, 문화대혁명 시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바 있던 중앙문혁소조 소조장 천보다(陳伯達)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천보다와 마오쩌둥, 그와 조반파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문혁의 난점을 규명하고 있는 이 작업은 넓게는 중국 사회주의 역사 변화를 세계체계의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이자 좁게는 우리 사회에서도 함의하는 바가 큰 현실적 맥락을 공유하고자 하는 시도다.

■ 평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존 폴 레더라크 지음, 김동진 옮김, 후마니타스, 288쪽, 15,000원
저자는 평화 구축의 이론을 발전시켜 온 대표적인 학자이면서, 세계 5대륙 25개국에서 거의 30년 가까이 평화 구축에 참여해 온 실천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 속에서 평화 구축 연구의 사례들을 이끌어 내고,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 평화 구축의 이론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이런 레더라크의 시도를 가장 잘 정리해 놓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다. 이 책은 1994년 유엔대학교의 ‘갈등과 거버넌스’ 학술 시리즈 가운데 한 권으로 출간돼 미국평화연구소 등 세계 여러 평화연구자 및 활동가들을 위한 평화 구축 교재로 쓰였으며, 다시 1997년 미국평화연구소에서 보완 개정해 출간된 평화 구축 교재의 대표적 고전이다. 학술적인 성격을 지니면서도,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실제 사례가 생생히 들어 있다는 점에서, 국제분쟁과 평화 구축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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