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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국가 이전 해항도시의 혼종성에 주목한다”
“국민국가 이전 해항도시의 혼종성에 주목한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9.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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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

“바다는 경계와 단절의 장이 아니라, 소통과 상생의 장입니다. 항구·항만도시가 아니라 해항도시, 시민·국민이 아닌 해민 또는 해항시민(seatizen), 문명이 아닌 해역문명 또는 해역교섭(seavilization)의 개념화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지난 2000년 산학관연 협력체제로 이미 학제 간 연구를 시행해 왔다. 한국해양대 전임교원들이 파트타임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성 연구수준이었다. 정문수 소장(52세, 유럽학과·사진)은 인문한국사업에 선정된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말한다. HK교수 8명, HK연구교수 5명, 일반연구원 9명에 행정직원 3명이 풀타임 인력으로, ‘해항도시의 문화교섭학’이라는 어젠다 하에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학내 연구소 평가에서 최하위에서 최상위로 급부상했다.

‘해항도시 문화교섭학’은 연구대상은 바다로 열린 해항도시(seaport city)다. 정 소장은 바다를 입체적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해항도시를 점으로 보면 해항과 해항을 연결하는 바닷길은 선으로 구체화되고, 바닷길과 바닷길을 연결한 면은 해역이 된다.

‘세계시스템형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한계를 지적하고‘크로스보더형 도시론’을 주창한 정 소장은‘해항도시 문화교섭학’에 대해“민족이라는 분석단위를 넘어서, 해역이라는 일정한 공간을 상정하고, 그 해역에서의 문화생성, 전파, 접촉, 변용에 주목하면서 문화교섭을 복안적이고 종합적인 견지에서 해명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말한다.

연구는 국내외해항도시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용됐다. 국회 남해안시대를 위한 의원연구모임과 함께 여수, 부산, 통영에서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2010년에는 KBS부산총국과 부울경 동남권포럼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 소장은“부산이 남해안의 결절점 역할을 해야지 수도처럼 모든 기능을 집중시키면 안된다”고 경계했다. 연구소가 구상하고 제안한 것은 해항도시들의 조화로운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부산-후쿠오카 해항도시 협력체 역시 중앙정부보다는 도시가 중심이 된 공동프로젝트이다. 정 소장은“초국적 해항도시네트워크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관철될 때 가능하다”고 말하며“중국은 국민국가의 통제력이 여전히 강하기에 해항도시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독도문제는 여전히 강한 국학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지속적인 해항도시 연구를 위해서는 국민국가 이전의 해항도시가 가진 교류성, 국제성(탈민족성), 잡종성의 가치가 미래지향적이란 것을 꾸준히 공유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으로볼 때 영상영화도시, 항만물류도시 부산보다는 해항도시로 좌표를 잡는 것이 부산의 미래 비전과도 어울리고 과거 역사에도 부합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향하며 상대와 다투지 않고 자신을 낮추기에 노자는‘최고의 선은 물’이라고 말했다. 우리말‘바다’도‘모든 물을 다 받아들이기’때문에 바다다. 정 소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최고의 선은 바다’라는 담론의 發信者로 도약하고자 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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