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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지표 분석 … 구성원 마음 구하는 것이 비결”
“철저한 지표 분석 … 구성원 마음 구하는 것이 비결”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9.24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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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재정지원 제한대학 불명예 벗은 강태범 상명대 총장

상명대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마다 강태범 총장(62세, 화학공학)은 늘 최전선에 있었다. 1995년 상명대가 여대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때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했다. 2005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대학종합평가를 받을 때는 기획부총장을 맡아 ‘최우수대학’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9월 5일 ‘재정지원 제한대학’이라는 핵폭탄이 상명대에 떨어지자 강 총장은 다시 구원투수로 호출을 받았다.
취임식을 치를 겨를도 없이 같은 달 20일 총장에 취임한 그는 1년 만에 상명대를 완전히 리뉴얼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하위 15%에 속했던 대학을 상위 1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수시모집 경쟁률도 지난해 12.5대 1에서 올해 15.9대 1로 상승했다. 수시모집 지원횟수가 올해부터 6회로 제한되면서 수도권 대학들의 수시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했는데 상명대는 거꾸로 올랐다. 천안캠퍼스도 8.3대 1에서 9.5대 1로 높아졌다.
지난 19일 만난 강 총장은 “지표를 철저히 분석하고, 법인부터 교수·직원·학생·동문·학부모까지 모두가 한 마음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강 총장은 나아가 “IT를 기반으로 한 특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상위 10위권 대학으로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일시·장소: 2012년 9월 19일 오전 10시 30분 상명대 총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정리·사진: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강태범 상명대 총장은 △1950년생 △경희대 화학공학과-경희대 공학석사-경희대 공학박사 △1983.9.1~ 상명대 화학과 교수 △190.9.1~1991.8.30 University of Alberta(캐나다) 화학과 교환교수 △1994.2.15~1996.2.14 상명대 기획조정실장 △1995.11.1~1997.2.28 상명대 전산정보대학원장 △1997.3.1~1999.2.3 상명대 자연과학대학장 △2002.7.1~2003.11.23 상명대 자연과학대학장 △2003.11.24~2004.11.30  상명대 기획처장 △2003.11.24~2005.12.31 상명대 기획부총장 △2007.1.1~2007.12.31 한국막학회 회장 △2006.1.1~2009.2.4 상명대 서울캠퍼스 부총장 △2007.11.29~2008.4.14 상명대 총장직무대행 △2011. 9.20~ 상명대 제9대 총장 ⓒ권형진 기자
△ 오늘로 취임 1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대학 설립 47년, 법인 설립 75년. 그렇게 자존심 상하고 고통스러운 일은 처음이었다. 재정지원 못 받는 것은 오히려 작은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은 정말…. 총장협의회 같은 데 나가면 남들이 그렇게 생각 안 해도 작아지고 위축된다. 교수도 그렇다. 학회 가면 인사차 한 마디 던진다. 처음에는 인사로 받는데 다음부터는 상처다. 제일 상처를 많이 받은 것은 학생들이다.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전 구성원의 마음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다.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데서 움직여 주는 게 필요하다. 교수, 직원, 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다. 교수들과는 대여섯 시간씩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렇게 해서 뭐가 문제였고, 현재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가야하고,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시동을 걸었다.”

△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나.
“전국 대학을 놓고 지표별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분석했다. 그렇게 해 보면 어느 정도 해야 어느 위치에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표를 보면 법인이 할 게 있고, 대학이 할 게 있다. 교수가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법인, 총장, 교수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재정과 관련된 것은 예산 편성을 다시 했다. 그래도 모자란다. 직원들이 월급에서 6%씩 기부했다. 정년퇴임하는 교수들이 3천만원, 5천만원씩 내고 갔다. 학생들도 총학생회가 중심이 돼 경매도 하고 해서 모금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그 정성이나 마음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걸 받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느 누구도 방관자가 없었다. 그렇게 하면서 전체적인 전략을 새로 구상했다. 최근 하위 15%에 든 대학들은 지난해 우리가 그랬듯 설마 우리가 들어가겠냐 했을 것이다. 자기 대학에 대한 지표 분석을 안 한 것이다. 하위 15%에 들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표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 구성원이 움직여야 한다.”

△ 특히 어떤 노력이 주효했다고 보나.
“캠퍼스 경쟁체제로 간 것이 가장 큰 작업이었다. 교육·행정단위 조직을 캠퍼스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기획처는 총장 직속으로 하나였는데, 양쪽에 똑같이 만들어 경쟁 시켰다. 두 캠퍼스 부총장을 자극한 것이다. 그리고는 교수들이 움직이게끔 했다. 돈 안들이고 점수를 제일 많이 딸 수 있는 것이 재학생 충원율이다. 우리는 재학생 충원율은 문제없다. 그러니 취업률에 전력투구했다. 크게는 단과대학 학장 책임 하에 학과별로는 교수마다 학생을 지명했다. 학생 개인별로 취업 여부, 어디에 취직했고 유지 가능한지 한 명도 빠짐없이 분석했다. 학과장이 3주마다 발표했다. 끝날 무렵에는 2주 단위로 했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 가운데 일반취업이 좋겠다 싶은 아이들은 다른 회사나 직업을 설득했는데, 이게 취업률 높이는 데 컸다.
시간강사 강의료는 8천원 인상했다. 중위권 이하였는데 삼십 몇 위까지 올라가더라. 전임교원 확보율은 60%가 안 됐다. 70명을 초빙하려다 적격 여부 등을 따져 45명을 뽑았다. 교과부나 대교협 인증평가 등에서 요구하는 61%에 맞췄다. 등록금도 지난해에 3%보다 더 올린 것을 고려해 7% 인하했다. 그런 내용을 교수들에게 직접 브리핑했다. 이게 모자라니 도와 달라 요청했고, 전 구성원이 협조해서 벗어난 것이다. 자체 분석해 보니 수도권 75개 대학 가운데 십 몇 위쯤 했더라. 정말 치밀하게 했다. 학교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 철저한 분석과 대책을 세워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다 했다.”

△ 외부 자극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사실 안일했다. 2005년에 대학종합평가를 받았다. 최우수대학 12개를 뽑았는데 우리가 들어갔다. 우리는 늘 최우수대학이라고 생각했다. 정부에서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한다고 했을 때 누구도 하위 15%에 들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가만히 둬도 상위권이라 생각했다.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안 했다는 중요한 증거가 등록금 인상이다. 3% 이상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4% 이상 올려 ‘배 째라’ 한 것 아니야. 그래서 갈라진 것이다(웃음).”

ⓒ권형진 기자

평가지표 논란에 대한 생각은

△ 취업률을 비롯해 평가지표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반적 시각에서는 잘못된 것이 맞다. 연구, 봉사 기능이 다 빠져있다. 대학을 평가하는 균형 이룬 지표는 아니다. 대학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지표다. 지표에 따라 대학마다 유불리가 있는데, 교육과학기술부에 얘기해서 고쳐야 한다. 지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예체능계 같은 경우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교과부에 얘기한 것 아니냐. 문광부도 예체능계 교수 모아놓고 합의점을 도출해 교과부에 얘기한 것이다. 어느 정도 조정이 됐지만 교과부서 받아들인 선이 흡족하진 못했다. 미술 분야는 전국 평균 취업률이 20%다. 공학계열은 70%다. 학문분야별로 취업률이 다 다르다. 그래서 표준점수제를 도입하자고 건의했는데 교과부가 그건 안 된다고 하더라. 교과부 입장에서는 예술분야 학과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학문분야별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인 것 같다. 예체능계열과 공학계열을 비교하는 말도 안 되는 평가를 가져가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 정상적 방법으로 1년 만에 취업률을 10% 이상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해보니 어떤가.
“10%는 어렵지 않다. 20%까지는 구성원들이 움직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학교를 예로 들면, 지난해 취업률이 45%였다. 그건 학생이 알아서 한 수치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45%다. 교수가 뛰면 다르다. 서울캠퍼스 교수가 200명이고 졸업생이 1천400명이다. 한 사람이 한 명만 취직시켜도 10% 이상 올라간다. 예전에 없던 과목도 만들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취업과 진로’라는 과목을 만들어 두 캠퍼스에 640개 강좌를 개설했다. 3~4명 단위로 진행하는데, 4학년은 주로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취업특강도 많이 했다. 토익·토플뿐 아니라 취업컨설팅이라고 해서 면접태도, 자기소개서 작성, 정보 취득 등을 대대적으로 교육했다. 취업동아리, 창업동아리 등 학교가 그간 신경 쓰지 않았던 것 다 했다.”

△ 상대평가다 보니 현 수준을 유지해도 다른 대학 지표가 더 올라가면 내년에는 어찌 될지 모르는 것도 문제다.
“절대평가는 답이 나와 있다. 상대평가는 정답이 없다. 60%에 맞춰야 할지 70%로 올려야 할지 감을 못 잡는다.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 온 안테나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한다. 대학마다 연구비 지원이라든지 정상적으로 예산 편성을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지금은 장기적 안목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일단 살아남기 위한 소모성 예산도 있다. 이게 계속 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시점에 방향 전환을 할 것으로 본다.”

 

ⓒ권형진 기자
IT 기반한 특성화 전략 지속 추진

 

△ 이제 불명예를 벗어났다. 앞으로 학교 발전 전략은.
“지난해 그런 일이 있었지만 특성화 전략은 예전부터 체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스마트2015’를 대신할 ‘스마트2020’이라는 장단기 발전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있다. 앞으로도 IT를 기반으로 한 대학 특성화로 갈 것이다. 모든 학과를 IT를 기반으로 특성화하려 방향을 잡고 있다. 사학과 같으면 순수사학만 하는 것이 아니라 IT를 접목시킨 사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콘텐츠학과로 이름을 바꿨다. 음악대학의 경우 작곡과 IT를 접목시켜 뉴미디어작곡과로 바꿔 놨다. 전체 콘셉트가 이렇다.”

△ 재임 기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것은.
“두 캠퍼스를 독립경영체제로 개편해 그 지역 특성에 맞게끔 발전시키는 것이다. 천마산에 땅이 백만 평 있다. 욕심이라면, 서울·천안 외에 제3캠퍼스를 추진하고 싶다. 조금 늦었지만 사이버대학도 만들고 싶다. 기초 작업은 끝났다. 원격 강의, 이러닝 등의 경험을 쌓기 위해 사이버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원격평생교육원 인가도 받았다. 사이버대학 설립의 전 과정이다. 더 키워서 상명사이버대학을 설립하고 싶은 생각이다. 천안은 기숙사가 잘 돼 있다. 서울캠퍼스도 학교 인근 평창동에 400명 규모의 기숙사가 올해 완공된다. 25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를 추가로 짓는 일도 현재 설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준비작업을 하려고 한다. 천안에 3천평 정도 되는 창업보육센터를 짓고 있는데, 서울캠퍼스도 지난주부터 검토에 들어갔다.”

△ 전임교원 확보율이 61%를 겨우 넘겼다. 충원 계획은.
“지금 61.1%다. 70% 정도 되면 20위권 안에 드는데, 우리 목표치는 75%에 두고 있다. 그러면 15위 정도 된다. 2~3년 안에 75%에 맞추려 한다. 모든 지표가 50위권 안에 들면 종합점수가 10위권 안에 든다. 전 지표에서 50위권 안에 들도록 (목표치를) 세워 놨다. 교수 초빙에서 트랙 자체를 교육, 연구, 산학협력으로 바꿨다. 이미 들어온 교수들도 트랙이 정해져 있고, 트랙마다 승진이나 승급의 기준을 좀 더 강화했다.”

△ 교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총장은 총장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역할이 있다. 교수들은 연구하고, 교육하고, 봉사하고. 지금은 여러 것들이 변해서 졸업 이후의 학생 관리랄까 그런 부분까지 각자 제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강태범 상명대 총장은…
첫눈에 50대로 보이지만 1950년생이다. 경희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했다. 1983년 상명대 전신인 상명여대 화학과 교수로 부임해 기획조정실장, 전산정보대학원장, 자연과학대학장, 기획처장, 기획부총장, 서울캠퍼스 부총장 등 을 거치며 학내 행정을 구석구석까지 두루 경험했다. 2007년 1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총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한국막학회 회장을 지냈고, 『화학의 원리』, 『일반화학』, 『일반화학실험』, 『환경화학』, 『열역학』 등의 저·역서를 냈다. 지난해 9월 5일 상명대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되자 같은 달 20일 제9대 총장에 취임해 1년 만에 상명대를 정상화시켰다. 지난 19일 찾은 강 총장 책상 위에는 단과대학·학과별 취업률, 학생 개인별 취업 현황 등 여전히 자료가 빼곡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할 때에는 전국 4년제 대학을 12개 세부지표별로 분석한 표를 직접 넘겨가며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다”는 그의 말은 으레 하는 수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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