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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집트 학자들도 참여 … ‘대화속 독문학’ 제안
이스라엘· 이집트 학자들도 참여 … ‘대화속 독문학’ 제안
  • 서장원 고려대·독일문화정보학과
  • 승인 2012.09.10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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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참관기_ 2012 북경 아시아독문학자대회(AGT)

서장원 고려대 교수(독문학)는 일찍이 독일 마인츠대 자비네 오버마이어 교수와 ‘독일문학 디알로그 학회’를 창설했다. 서 교수는 최근 중국 북경에서 열린 ‘2012 북경 아시아 독문학자 대회’에 참가해 이 학회를 소개했다. ‘상호언어성-상호문화성-상호학문성’을 주제로 내건 북경 복문학자 대회에 적합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서 교수의 학회 참관기를 소개한다.

북경에서 열린 아시아독문학자대회에서 발제한 서장원 교수는 학회기간 동안 안내를 맡았던 북경외국어대 독문과 학생들의 유창한 독일어 실력이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감명받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9일부터 24일까지 북경에서 개최 된 ‘2012 북경 아시아 독문학자 대회’에 다녀왔다. ‘아시아 독문학자 대회 (AGT)’는 한국, 일본, 중국의 독어독문학회가 3년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국제학술회대회다. 여기에는 한국,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매번 독일, 타이완 등 20여 개국의 독어독문학 관련학자들이 참여한다.

이번 대회에 한국에서는 임한순(서울대), 최민숙(이화여대), 김정용(서울대), 김임구(서울대), 안미현(목포대) 교수와 필자가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일본 독어독문학회 회장인 무로이 요시유키(室井楨之) 와세다대 교수를 비롯해 20여명이, 독일에서는 카스퍼-헤네 괴팅겐대 부총장, 바이로이트대 뷔어라허 교수 등 10여명이 참가했다. 타이완은 물론 스위스, 이스라엘, 이집트 등지의 독문학자들도 참여했다.

주빈국인 중국 독어독문학회는 조직 위원장인 북경외국어대학 왕젠빈(王建斌) 교수를 주축으로 '상호언어성-상호문화성-상호학문성(학제 간 협력): 독어독문학의 경계확장'을 주제로 설정하고, 문학, 어학, 번역학, 언어 교수법, 상호문화 커뮤니케이션, 독일학 등 여섯 개의 분과로 나누어 대회를 진행했다.

대회 첫날에는 북경외국어대 자원젠 교수의 「중국 독어독문학의 상호학문성과 상호문화성」과 일본 릿교대 마예다 료조 교수의 「(일본 독어독문학 시각에서 본) 문화 번역」 기조강연이 있었다. 대회 셋째 날에는 독일 만하임 ‘독일어 연구소 (IDS)’ 소장 루트뷔히 M. 아이힝어 교수의 「어학의 선택권. 독일어로 할 수 있는 것」과 임한순 서울대 교수의 「괴테 파우스트에 나타난 축제들」이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는 기조연설을 제외하고 독문학 26, 독어학 22편 등 6개의 분과에서 100여개의 논문이 발표됐다.

상호성으로 독문학의 경계 확장

필자는 독일 마인츠대 독어독문학과 자비네 오버마이어 (Sabine Obermaier) 교수와 공동으로 '文學學[問])의 다양한 시각성: 기억, 정체성, 장르, 문화 디알로그'를 주제로 내세운 문학 분과에 참여해 「디알로그(대화) 속의 독일문학」을 발표했다. 발표 주제는 심오한 독문학이 아니라 2009년 필자와 오버마이어 교수가 독일 라인강변의 고도 마인츠에서 공동으로 창립한 '독일문학 디알로그 학회 (DeLiDi)' (홈페이지: http://www.delidi.de)를 한국, 중국, 일본, 독일의 독문학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동기는 중국 독어독문학회가 2012년 아시아 독문학자 대회의 주제로 내세운 '상호언어성-상호문화성-상호학문성(학제 간 협력): 독어독문학의 경계확장'이 DeLiDi 학회의 이념과 일치했고 동시에 이에 대해 一助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발표 전 천편일률적으로 원고를 읽어내려 가지 않고 PPT를 사용해 필자와 오버마이어 교수가 서로 돌려가며 설명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정했다. 발표시간이 20분으로 짧았고, 청중과의 근접적인 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발표는 우리 학회의 ‘존재 이유’, ‘목적’, ‘성과’, ‘계획’등을 골격으로 삼았다.

학회를 창립하게 된 최초의 동기는-적어도 독문학자라면-독일문학은 독일어로 읽고 또한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독일문학을 번역본으로만 읽고 또한 그에 대해 논의 할 때 장점이 있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어딘지 모르는 불만족스러움을 지워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가진 불만족스러움은 문학작품을 읽을 때뿐만 아니라 학문 활동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학회지나 학술발표 대회에서 본인의 주장인지 아니면 기존의 독일어판 연구결과 및 행태를 답습해 전달하는 것인지의 경계가 모호함을 자주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실증적 믿음이 이번 아시아 독문학자 대회에 참가한 이유였다.

한국인들은 독일문학을 애호한다.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측한다. 이러한 전제하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독일작가를 꼽으라면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이 우선 떠오른다. 독일도 그럴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것들 역시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한국인과 독일인, 일본인과 독일인, 중국인과 독일인들은 독일문학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 중국, 일본인들 간에도 독일문학 사랑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한국, 중국, 일본, 독일의 독문학자들에게 '대화속의 독일문학'을 공동 작업하자고 제안했다. 대화의 매체는 물론 문화어인 독일어이다. 발표 후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재원조달 등 풀어야 할 문제점들은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

중국 독문학 상승세 … 일본 전통적 강세 유지

이번 국제학회에 참가해 뛰어난 학자들과 교류도 했고 훌륭한 논문발표를 듣고 감명도 받았다. 중국 독어독문학이 상승기류를 타는 것을 보았고, 일본 독어독문학이 전통적으로 강한 학문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았다. 한국 독어독문학이 강한 경쟁력으로 전진하려는 모습 또한 보았다.

 ‘2012 북경 아시아 독문학자 대회’는 막을 내렸다. 다음의 주빈국은 한국이다. 학회기간 동안 머물던 호텔을 떠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동안 안내를 맡았던 북경외국어대 독문과 학생들이 여행안내 때 사용했던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학생들은 독일어를 너무도 잘했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가장 감명 받은 부분이다. 학생들은 너무나 순수했고, 자부심이 강했고, 맑고, 희망에 가득 찬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계속 커가기를 바라며 이번 학회 때 내가 발표한 “가르치려는 것보다, 공격하려는 것보다, 토론하려는 것보다, 대화 속에 독일문학을 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를 비행기 속에서 까지 되뇌었다.

서장원 고려대·독문학

필자는 독일 구텐베르크-마인츠대에서 독일 바로크문학 연구로 석사, 망명문학 연구로 박사를 했다. 현재 고려대 인문대학 독일문화정보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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