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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지도로 세계 학계에 충격줄 것”
“개념지도로 세계 학계에 충격줄 것”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8.27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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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김용구 한림대 한림과학원장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국내에서 한글로만 싸우면 이깁니까? 영토의 개념은 중세에 공간에서, 근대에는 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대질서의 국경개념이 국제법에 들어맞는다는 것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입증하는 것이 학자들의 몫입니다.”

김용구 한림과학원장, 한림과학원 HK연구단과 함께 '개념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용구 한림과학원장의 열정이 그의 머리를 하얗게 세도록 한 것일까. 인터뷰 내내 그는 식지 않는 학문적 열정으로 학자의 사명을 강조했다.

2005년 김용구 교수(국제정치학)는 한림과학원 4대 원장으로 취임하며, ‘한국 인문·사회과학 기본개념의 역사·철학사전’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뜻이 맞는 교수 서넛이 하던 연구는 2007년 HK사업에 선정되며 연구재단의 본격적인 지원을 받았다. 신청한 예산보다 증액된 예산이 배정됐다. 한림대HK연구단의‘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소통 사업’은 뚜렷한 어젠다와 키워드로 1단계 사업 평가에서 우수연구사례로 뽑혔다.

알듯 아리송한 ‘개념사’를 김 원장은“어떤 용어가 역사적인 시점에 그 사회구성원들이 타당하다고 인식해서 사회의 발전을 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명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념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첫째로, 우리가 쓰고 있는 서양식 개념을 우리의 개념으로 바꾸자는 의미를 가진다. 둘째로는 동아시아 3국에서 갈등의 문제들이 표출될 때, 국제학계에서 인정받고 수용될 수 있는 학문적 선점의 의미도 가진다.

김 원장은 EU를 예로 들며, 미래 사회에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한·중·일 3국이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과학원이 많은 동아시아 관련 연구소와 차별성을 가지는 지점은 바로‘개념사’인 것이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아시아사는 세계사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한림과학원의 개념사 초기 연구는 유럽의 이론을 차용했다. 독일 개념사 연구의 대가 코젤렉의 난해한 총서 중 다섯 권이 이 단계에서 번역됐다.

그러나 김 원장은 유럽의 개념사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단언했다. 일제강점기,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은 한국에 유럽의 개념은 기성복일 뿐 맞춤복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학계에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적 개념사 이론적 연구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중국어 학술지를 2회 째 발간했고, 오는 겨울, 영어잡지 <Concepts and Contexts in East Asia>도 준비 중이다.

개념총서의 영역과 DB구축으로 개념지도를 만들어 세계학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김 원장. 2단계까지는 개념사가 무엇인가를 학계에 알리는 계몽적 역할을 해왔다면, 3단계에는 한국 개념사에 대한 창조적인 해석 작업과 더불어 이론적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학제 간 연구, 융합으로 인문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시도들이 HK연구단 중에도 많다. 인문학이 처음부터 목표를 정하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학문이 아니기에 좌충우돌의 시간을 거치기 마련이다. 15년 안에 각 1000페이지에 달하는 개념사전을 86권 편찬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한림과학원. 개념사전으로 세계 학계에 인정받을 개념지도를 만들고자 하는 한림대HK연구단에 게는 좌충우돌 할 시간적 여유도, 마음도 없어 보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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