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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에서 나온 철학·인문학, 인간을 치유하다
골방에서 나온 철학·인문학, 인간을 치유하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8.2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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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_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인류는 점차 질병과 빈곤으로부터 벗어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반면, 매우 다양한 정신질환 및 장애와 더불어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빈곤한 생활세계에 살고 있다. 문명은 인류를 물질적 빈곤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물질적 풍요가 삶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헌장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의 정의는, 단순히 질병에 걸리지 않거나 몸이 허약하지 않은 것만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참살이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문학과 철학은 예로부터 물질과 의식의 간극을 직시하고 그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 왔다.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 HK인문치료 사업단(단장 이대범 국어국문학)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강원대 60주년 기념관에서‘철학과 인문학에서의 치료적 실천의 다양성’을 주제로 제11회 철학실천 국제학술대회 및 제4회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강원대 HK인문치료 사업단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어떻게 현대적 삶의 구조와 사유 방식에 의해 왜곡되고 고통 받는 마음을 치료하고 우리를 건강한 삶으로 인도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아시아 최초의 철학실천 국제학술대회

이번 학술대회는 강원대 HK인문치료사업단과 대만 보인대학교가 공동주최함으로써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인문치료 분야를 국제 무대에 선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대범 단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가“철학뿐만 아니라 문학, 역사, 어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 참가한 국내외 학자들을 연결하는 국제적 연구망을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하며 철학실천 국제학술대회(ICPP)로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것이 큰 의의라고 평가했다. 구미 중심의 철학 상담 및 실천 분야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학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한 것이다.

‘인문치료’를 화두로 국제학술대회를 몇차례 개최한 경력 때문인지, 참여 학자들이 낯익었다. 철학치료의 창시자로 불리는 인 루 메리노프 뉴욕시립대 교수와 리샤르 포레스티에르 프랑스예술치료학회장, 버나드리 대만 보인대 교수를 비롯한 24개국 45명의 외국학자가 참가했다. 국내에서는 김성진 한국철학상담학회장 및 강원대 HK인문치료 사업단의 연구자들과 철학 상담 및 실천 분야를 대표하는 국내 연구자를 포함, 도합 100여 명의 국내외학자가 학술대회에 열기를 더했다.

 

루 메리노프 뉴욕 시립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인문치료’를‘문화적으로 유도된 질병의 시대에 참살이를 복원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메리노프 교수는 참살이 복원을 위해 첫째, 인문치료 개념의 토대를 역사적 맥락에서 추구하면서 서양의 관점으로부터 나온 인문주의 개념과 더불어 인문학 자체의 탄생과 발전을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리노프 교수는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현재의 광범위한 건강문제들의 주된 원인이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질병이 아니라, 문화적 원인에 의한 질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두 번째 할 일로, 이런 질병들이 인문학적 영역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샤르 포레스티에 프랑스 예술치료학회장은 기조강연에서 예술적 조작이 환자의 치료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분석해 내 눈길을 끌었다. 예술은 작품을 세계 내 대상으로 표상함으로써 알려진다. 이런 반성은 예술사, 형이상학, 생물학이 그 주제를 이해하듯이 존재론과 시공간의 관계로 연결된다. 예술 작품은 인과적 관계에서는 단지 인간 중심적 미학의 자발적 행위의 결과이다. 그러나 리샤르 교수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는 아니므로 그런 활동을 허용하는 기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건강(생물학, 생리학, 심리학, 신경학 등)과 예술과 연관된 특수한 기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샤르 교수는“예술적 과정은 의미에 대한 이해를 허용하는 간섭이고, 예술적 조작이 개발됨에 따라 환자들
의 장애에 대한 치료적 전략이 발전한다. 이것이 예술치료의 특수한 치료 절차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문화 질병 시대와 인문치료의 가능성

버나드 리 대만 보인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효의 개념과 가치를 철학상담적인 주제로 탐색했다. 버나드 교수는『효경』에서“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손상이나 해를 가하면 안 된다”는 것을 효의 기원으로 본다. 그는 권위와 효의 두 개념을 관련시키는 사례와 전형적인 도덕과 관련된 불효의 결말을 다루는 우화를 통해 효의 효과와 가치를 탐색하고, 철학 상담에서 어떤 종류의 가치가‘가치 지도’로 활용될 것인가를 모색했다.

김성진 한국철학상담학회장은 기조강연「한국의 철학실천: 짧은 역사와 새로운 접근」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의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지적하고, 한국 철학실천의 연구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철학적 병’과‘임상철학’등 자생적 개념의 출현 과정과 메리노프와 아헨바흐로부터의‘철학상담과 치료’개념의 도입을 소개한 뒤 철학실천의 한국형 모형 개발과 관련해 세 가지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첫째, 한국 철학 교육은 삶의‘현장’과 떨어져 나왔다는 것. 둘째,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건강 때문에 철학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셋째, 철학자들은 그런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헌신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범 단장은 이번 학술대회가 국내적으로는 자살률 세계1위인 한국에서 철학치료 및 인문치료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 국외적으로 중국, 일본, 인도, 태국 등 동양적 접근과 서양 이론의 융합을 시도할 수 있었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이 단장은 국제 저널 <Journal of Humanities Therapy>의 발행을 통해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를 인문치료 연구의 국제적 중심기관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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