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湖西지방의 옛 이야기로 일상과 문화 들여다봐
湖西지방의 옛 이야기로 일상과 문화 들여다봐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8.17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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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호서지방의 고문서』발간

『호서지방의 고문서』
우리 선인들은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가족 또는 친족 간의 생활, 향촌 내의 交遊, 관직생활 등 생활 속의 모든 일들을 상세히 기록해 문서로 남겼다. 오늘날로 따지면 일기를 쓰고 가계부를 작성하며, 관심사를 블로그에 올리고 책이나 영화 감상평을 적어두는 등 일상적인 기록이나 회사 업무로 문서를 작성하는 작업과 비슷할 것이다.

그날그날의 일을 기록할 때 우리는 그것이 지닐 문서로서의 가치를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이와 같이 옛 사람들도 당연히 자신이 남긴 일상적인 기록이 누군가에 의해 연구되고 큰 가치를 지니게 되리라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솔직하고 정확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그 덕분에 일정한 목적성을 가지고 작성된 왕조실록 같은 관찬사료에서는 보기 어려운 당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고문서를 통해 가감 없이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정정길)에서 펴낸 『호서지방의 고문서』는 그동안 호서지방에서 발굴된 고문서의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이용해 지역 연구를 시도한 책이다. 이 지역의 고문서 중 많은 수는 양반 가문에서 전해진 것이며, 이 지역이 호서사림(호서 지방의 사상·정치를 주도했던 지성인 집단)의 중심지였던 만큼 서원과 향교 소장 고문서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한편 주제 면에서 특색 있는 고문서들도 전해져 주목되는데, 보부상단의 활동상을 알아볼 수 있는 고문서, 충청도 면천군수를 지낸 관인의 일기, 양반가의 분재기(재산의 상속과 분배에 관한 문서), 당시 민원 현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지류 문서(관부에 올리는 訴狀·청원서·진정서〕가 그 예이다. 

지방에서 수집되고 발견되는 고문서 자료들은 지역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어 지역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연구대상에만 관심이 집중돼 그 지역의 특수성이나 개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려 한다는 점이다. 지역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지역과의 끊임없는 비교연구를 통해 특수성과 보편성을 아울러 규명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호서지방의 고문서를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 접근하여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문화적 특수성을 찾아내고, 또 한편으로는 보편성을 규명하여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는 시각을 유지하기위해 노력했다. 책 구성은 소장처(문중, 향교, 서원), 유형별(관인, 양반, 무반, 보부상, 소지류)로 나눠져 있다.

 湖西는 충청남도와 충청북도의 별칭으로 제천 의림지의 서쪽이라는 뜻인데, 위치상 한반도의 거의 중앙부를 차지하여 예부터 정치적 중심지를 이 지방에 두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서울에 수도가 정해지자 경기와 경계를 이룬 호서지방이 중요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이 지방은 서울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기후가 온난하고 산악지대가 적으며 비옥한 평야가 많아 物産이 넉넉해 살기에 알맞았다. 따라서 서울에서 관직생활을 하던 양반들이 실각이나 당쟁 등의 이유로 낙향을 하게 될 때 호서지방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낙향하여 이 지방을 생활 근거지로 삼으며 다시 官界에 진출할 시기를 엿보기도 한 것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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