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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은 시대정신 …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죠”
“동반성장은 시대정신 …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죠”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7.16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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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전국 고교를 돌면서 학생들과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며 소통을 시작했고, 소상공인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팔도 걷어 부쳤다. 서울대 총장 재직시 입학 정원을 축소하게 된 까닭을 설명하면서 수월성 교육, 다양한 인재 확보에 무게를 둔 대학 구조조정도 시사했다. 그가 남은 생애 동안 화두로 들고갈 ‘동반성장’을 구체화하기 위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과거 산업화시대 구로공단, 지금의 구로디지털단지다. 연구소 창립기념식도 중소기업과 관련된 곳에서 했다. 동반성장을 상징하는 그의 보폭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야구광으로도 유명한 정운찬 이사장은 곧 야구 관련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일시·장소 : 2012년 7월 10일 오전 10시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집무실
대담 : 최익현 편집국장
정리 :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 요즘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요즘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이런 저런 일로 바빴습니다. 연구소 발족식도 하고. 야구에 관한 책 준비도 하고, 저술하고, 강의도 많이 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주로 많이 나갔어요. 지난번에 많은 신문에서 경쟁적으로 학교 폭력과 비리를 보도한 것을 보고 과거 총장을 한 사람으로 실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서울, 창원, 진해 곳곳을 다니면서 학교 폭력이라든지 비리를 조사하기보다는, 학생들하고 주로 대화를 했어요. 학생들이 활발하게 질문하는 걸 보고 희망을 느꼈습니다. 질문 많이 하는 것을 보니 유대인만큼 한국인들도 창의적이 될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 건강은 어떠세요. “3개월마다 대학병원에 가고 있는데 괜찮아요. 피검사 했는데 좋대요.”

△ 야구책 준비하고 계시던데요. “6월 말이었는데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아서, 7월 하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만, 여름에 나올 것 같아요. 야구는 제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보기 위해 구상했죠. 야구와는 인연이 무척 깊어요. 어렸을 때 외로울 때 야구를 했죠. 지금은 기분이 착잡할 때 야구 구경을 가곤 하죠. 1958년에 세인트루이스카디날스 팀이 한국에 와서 서울대 야구팀하고 경기하는 것을 봤죠. 이미 그 때 메이저리그의 대타자들을 봤던 거죠. 2008년 필라델피아에 가서 월드시리즈를 보기도 했어요.

야구 좋아해서 덕본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습니다. 박사학위를 5년 만에 한 게 야구 안 봤으면 4년 만에 했을 거고요(웃음). 콜롬비아대에 가서는 첫 인터뷰에서 야구 이야기를 한 시간 반 하면서 자신감이 생겨서 두 번째, 세 번째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었어요. 이런 저런 다양한 야구와 인생을 내용으로 한 책이죠.”

 △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도 하셨는데, 새롭게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동기나 배경은 무엇인가요. “한국 사회는 지금 두 개의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는 무한 경쟁의 국제 환경에서 지속발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적으로 사회 양극화를 해소, 서민들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요. 사실 이것은 성장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복지 시스템을 만들면 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는 복지 시스템은 사전적 복지, 생산적 복지입니다. 핵심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라고 할 수 있고요. 우리나라 일자리의 88%는 99%의 중소기업에서 나옵니다. 중소기업을 육성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경제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장한 말이 있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乙死조약’이라고 부르더군요. ‘갑’인 대기업에 ‘을’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늘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을사조약’을 유발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를 없애 건실한 중소기업, 중소상공인을 육성해 이들을 중견기업으로 키워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비정규직도 없어질 것이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봉급도 늘어나 사후적 복지 부담이 줄면서도 복지사회가 돼 재정압박과 조세저항도 약해질 것입니다. 이런 부분이 ‘재벌개혁론’, ‘경제민주화론’, 또 기존의 ‘동반성장론’과 차이 입니다. 저는 ‘동반성장’이 지속발전하면서 양극화 문제를 풀고, 서민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딘가 케인스주의적인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관계가 없지는 않지요. 아담 스미스의 자유주의를 토대로 해서 자본주의 운영을 많이 하다보니까 한계가 있어서 수정자본주의를 한 것이 케인스주의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케인스주의의 시각이란 여러 경제체제 중에서 자본주의의 흠이 제일 적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동반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다보니까 균형을 잃고 사회적 격차가 너무 커져서 체제 자체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회적 균형을 회복하자는 것이 주요 아이디어라고 하겠습니다.

동반성장이 뭐냐고 하면, 더불어 함께 잘 살자는 것입니다. 누가 누구와 함께 잘 살자는 거냐 물어본다면, 부자와 빈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도시와 농촌, 또 수도권과 비수도권, 더 나아가서는 남과 북이 잘 사는 거죠. 아주 큰 개념이죠. 작년(정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재직할 때)에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먼저 해보자, 그 중에서도 제조업에서 먼저 시작해서 금년에는 유통·서비스업에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대중소 기업이 아닌, 다른 의미의 동반성장도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런 부분은 정부의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하고 있지만, 저희 동반성장연구소는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넓게 사고하고 여러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의 애로를 파악하고 타개할 수 있는 대책으로 법제화·정책화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방성장은 큰 개념으로 봐주셔야 할 겁니다. 더 넓게 생각하면 한국과 다른 나라간의 동반성장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만약에 동반성장 추구를 안 한다면, 그냥 내버려 둔다면 이 사회가 붕괴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가 시작된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 일을 맡게 됐고, 동반성장연구소를 올해 시작하게 된 거지요.”

△ 정치권에서도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등을 이슈화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의 ‘동반성장’은 어떻게 다른가요. “사실 지난 20년간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에 관한 글을 많이 썼습니다.『한국경제 아직 늦지 않았다』(나무와숲, 2007))라는 책인데요. 그런데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해왔지만, 어려운 문제입니다. 총리 때, 중소 상공인들이 찾아와서 일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더군요. 왜 그러냐했더니, 해도 너무한다, 뭐가 너무하냐고 했더니, 후려치기를 너무한다. 뭘 후려치느냐, 다 알면서도 물어봤죠. 제가 총리실 직원들에게 불공정거래 한 100여 곳을 조사하게 했거든요. 1997년 외환위기 이전 만하더라도 괜찮았는데, 외환위기 이후 무조건적 경쟁으로 들어갔어요. 경쟁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무엇이든지 철폐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양극화 생기게 된 거죠. 빈부간의 양극화 등등 완전 경쟁이 돼버린 거지요. 사실 숫자로 나타내기 힘들지만,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이거는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수행률 9%인데 중소기업은 2%란 말입니다.

 그리고 4대 대기업이 올리는 매출이 GDP의 50%를 훨씬 넘죠. 또 대기업은 안 하는 게 없어요. 뭐 이런 식의 양극화가 심해지면 경제적 부가 한군데 몰려서 사회가 균형을 잃고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제가 주장하는 ‘동반성장’은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입니다. 먼저, 동반성장은 대기업, 중소기업, 자본가, 노동자, 농민, 가정주부 등 모든 경제활동 주체들이 동반자 관계=대등한 관계를 갖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이런 대등한 관계(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려면 무엇보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전제돼야 하겠죠. 집중이 해소되지 않고는 동반자 관계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재벌 대기업으로 지나치게 경제력이 집중돼 있다는 것은 누구나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동반성장론은 ‘성장동력’을 상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 국제적으로는 지속 발전을, 국내적으로는 양극화 해소라는 과제를 풀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생산적 복지를 강조했던 것은, 과다한 복지재정은 조세저항과 성장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 동반성장의 이념을 구체화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정부에서 경험했듯,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존재합니다. 결국 어떤 어려움이 있냐는 질문은, 동반성장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은 대통령의 의지, 또 재벌총수의 의지에 달려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재벌 총수들이 조금 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하겠죠. 예를 들면 임직원 인사를 할 때, 단기실적 이익 내려고 중소기업의 납품가 후려치는 임직원들을 중용하는 행위 같은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주문-납품-결제 과정에서 불공정행위가 많이 있는데 이러한 불공정행위와 납품가 후려치기를 통해서 이익을 많이 올려야 승진하기가 쉽다는 거지요. 재벌총수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임직원 인사를 할 때, 단기실적보다는 동반성장 노력도 인사고과에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강력한 대통령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대통령 개인에게 많은 힘이 집중돼 있습니다. 대통령이 결연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할 텐데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이 재벌에 대한 이해심이 너무 많아요. 그러면 힘들지요.”

△‘동반성장’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힘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대통령과 관련해서 말씀드렸지만, 제 말씀은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관료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 관료들중에 재벌 장학생이 너무 많아서, 재벌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죠.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나 재벌총수의 의식변화도 필요하겠으나, 시민운동이라든지, 의식 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통령, 재벌총수의 의식 변화가 없을 때는 시민운동도 전개해야겠지요. 우선 동반성장의 가치,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좀 더 알릴 필요도 있습니다.”

△ 연구소 창립 발기인 명단을 보니 상당히 폭넓은 인사들이 참여했더군요. “동반성장이라는 게 포괄적입니다. 잘못 생각하면 대기업, 중소기업의 경제인만 참여할 거 같은데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 각계각층의 인사를 모셨습니다. 그래서 우선 은사이신 조순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일생동안 균형 발전을 외치신 분이니까요. 이헌재 전 부총리님을 모신 것도 이분만큼 한국 경제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분도 없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동반성장이라는 게 또 의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민주화의 상징인 김지하 시인도 모셨습니다. 40대 후반인가요, 81학번의 김상조 교수도 젊은 경제학자인데, 경제민주화에 뜻을 두고 있는 분이죠.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정치적 힘도 필요할 듯해서 여야 넘나드는 의원들을 모셨죠.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김영환 민주당 의원,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모셨습니다.

더 많은 분들을 모실 수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예를 갖추며 하다 보니 더 못했어요. 또 연구소 있는 분들은 원하는 사람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름 노출되면 부담되고 하니까요. 또 현장, 노동계, 중소기업계에서 많은 분들을 모셨습니다. 상당히 광범위하게 모셨어요.

△ 동반성장연구소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우선 7월 16일에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소상공인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합니다. 다음으로는 8월 24일에 동반성장에 관한 대토론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말로‘동반성장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한국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이죠. 지방을 돌면서 동반성장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힘을 받으려면, 각 지역에서도 활동해야 할 것 같아서 각 지역에서 포럼을 만들 예정입니다. 한 달에 큰 행사 하나씩 할 겁니다. 심포지엄, 포럼, 대토론회 등을 해 나갈 겁니다.”

△ 올해 대선의 해 아닙니까. 이사장님께 국민적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가 풀어야 할 문제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 저보고 한국이 어떤 사회가 돼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바른 사회, 따뜻한 사회,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이 5년 임기 마치기도 전에 측근이 다 줄줄이 감옥에 가는 것, 이건 참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이건 사회가 바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극화 심하잖아요. 잘사는 사람이 못사는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잘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나서 잘 사는 걸 수도 있지만, 지난 5년 간 혜택을 받은 거 아니겠습니까.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가야죠. 지금 와서는 자꾸 경쟁만 얘기하고 동반 얘기는 안 해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희망을 말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품격 있는 사회인데, 인구 5천만에 2만 달러 소득, 이런 나라 많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이와 같은 역동성을 예전부터 얘기하고 다녔습니다만, 이제는 좀 더 경제 외적인 것도 생각하자, 우리만 G7인 것처럼 행동하지 말고, 남들도 인정하는 사회가 되려면 좀 더 개방적이고 배려있는 사회가 돼야한다, 이런 생각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결국 양극화 문제가 핵심이군요. “맞습니다. 부자들 욕심은 끝이 없고 그걸 추구하다보니까 바른 사회가 필요하게 되고, 결국 따뜻한 사회, 품격 있는 사회로 다 연결이 되는 거지요.”

△ 대선 관련해서 말씀을 많이 아끼시는 것 같은데. “전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아까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지만, 전직 총장으로서, 또 전직 총리로서 위기감 느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책임감 느껴서 동반성장위원회 일도 하게 된 거지요. 사실 제가 어릴 적부터 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도 못 갈 상황이었는데, 스코필드 박사가 학비를 대주셨어요. 3·1운동 33인에 한 사람 더 포함하면 바로 이 분 스코필드 박사시죠. 서울로 이사 왔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병상 허드렛일 하시는 어머니께서 살림을 꾸려나가셔야 했습니다. 명절날 빼고는 수제비, 옥수수가루떡을 제일 많이 먹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스코필드 박사 같은 분의 물질적 도움과 정신적 교육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책임감, 의무감이 있어요. 그래서 나도 하고 싶습니다. 일생을 동반성장에 헌신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장기적인 플랜입니다. 단기적으로 12월 대선과 관련해서 물으신다면 전 어떤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대선에 관해서는 남을 도울 수도 있고 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서울대 총장으로 계시하면서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최근 국립대 개편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데요. “민주당에서 말하는 국립대 개편론은 사실 서울대 폐지론이에요.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하는 말이 그거였어요. 서울대를 물리적으로 없애자는 게 아니라 서울대학생을 뽑을 때 국립대학생으로 뽑으라는 거였죠. 고교평준화를 국립대평준화로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갈 때 컴퓨터로 선정하는 것처럼 국립대에서 학생들을 그렇게 뽑자는 것이죠. 국립대 서울캠퍼스, 광주캠퍼스, 전남캠퍼스 뭐 이렇게 하는 게 서울대 폐지론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노 대통령과 무지 싸웠습니다. 3년간 임기 겹치는 동안에 말입니다.”

△ 대학은 한국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사립대학이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대학을 선순환구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문제는 서울대가 사회 모든 부문에서 독식하는 데 있습니다. 서울대를 실질적으로 없앨 것이 아니라, 서울대 같은 대학을 만들자는 제안이 필요합니다. 전문대를 포함 350여개 대학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전국적으로 한 10개 대학을 뽑아서 대폭 투자를 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대 없애면 고려대가 서울대 되고, 연세대가 서울대 되겠지요. 서울대 폐지론은 그래서 의미가 없습니다. 국·사립을 불문하고 희망 있는 대학을 뽑아서 지원하자는 거지요. 미국처럼 하자는 겁니다. 하버드대는 2천500명에게 어드미션 주면 1600명 정도가 옵니다. 학생 개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대학의 특성을 선택하도록 하는 거죠. 민족혼 담긴 고려대, 예수 강조하는 연세대, 관료 배출 많이 한 서울대 이렇게 바뀌어야죠. 좋은 학교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울대 총장 재직할 때 서울대 입학정원을 대폭 줄였습니다. 비판 많았어요. 등록금 수입이 줄었다고요.

입학정원을 축소한 목적은 두 가지였습니다. 도쿄대 3천명, 베이징대 3천명을 선발합니다. 둘 다 최고의 국립대인데, 그 많은 인구에서 겨우 3천을 뽑는 거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얼마나 뽑습니까. 많이 뽑으면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 하나,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부처라고 생각되는 이곳을 완전히 서울대가 장악하면 어떻게 되느냐. 정운찬적 사고, 이준구적 사고, 이지순적 사고밖에 못하게 되는 거죠.

 

제자들은 스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니까요. 그래서 연세대, 고려대 등의 다른 여러 대학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서울대 정원 축소였던 것이죠. 다양성이야말로 창조적인 원동력입니다. 다른 대학도 관심을 보였지만 재정적 문제 때문인지 시들해지더군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여러 조직의 다양성을 위해서 주요 대학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다양성이 중요한가요? 한국 사회에 동반성장도 중요하지만, 지속성장 하려면 창의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학교 출신들이 섞여야 창의성이 발휘됩니다. 서울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대학 졸업자들이 갈 조직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서울대 정원을 줄인 것이지요.”

 

△ 대학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셨는데 “반값등록금 이야기도 나왔지만 제가 대학 다닐 때는 문과는 물론이거니와 이과도 별 돈이 필요 없었어요. 실험실도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이과는 물론 문과 계열도 등록금이 비싸졌습니다. 돈을 많이 필요로 하니까. 그런데 돈의 원천은 첫째 등록금, 둘째 기부금, 셋째가 은행 대출, 외국차관, 정부보조금 뭐 이 정돈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게 뭐가 있나요. 결국 정부의 돈, 국민의 세금입니다. 그러나 國庫를 낭비하면 안 되니까 적정 대학 수 이런 것들을 잘 생각해서 대학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어려운 대학은 스스로 퇴출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예를 들어 사립대학이 운영 못하겠다고 하면 졸업자들을 배려해주고, 설립자에게도 형편을 살펴줘야 합니다. 대학부지에 다른 시설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유재산의 환수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대학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지요. 그리고 투자가치가 있는 대학에는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의 대학 구조조정의 속도가 좀 더 빨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청년 실업 문제도 결국 동반성장으로 풀어야 할 것 같은데요. “동반성장이라기보다 우리의 시대정신이 뭐냐는 문제겠죠.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인이면 편해야겠지요. 안정된, 안락한 생활 말입니다. 제일 중요한 게 일자리에요. 청년들은 고등학교를 나왔건 대학교를 나왔건 자기 일자리를 하면서 원하면 평생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가장들은 노후 준비할 수 있어야겠죠. 일자리야말로 국민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입니다. 청년실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동반성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하는 것인데요. 중소기업가면 작업장도 열악하고 월급도 적어서 여성들이 시집도 안 가려고 합니다. 대기업 월급의 70~80프로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중소기업에 돈이 있어야겠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비슷해지면 해결 됩니다. 월급을 대기업의 80프로 준다고 하고 작업장도 좋다면 중소기업에도 장래가 있겠지요. 동반성장이야말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노동시장에는 미스매치가 있잖아요. 대학 졸업한 사람들이 중소기업은 도저히 못가겠다고 하고, 중소기업들은 구직란, 구인란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게 해결되면 훨씬 더 문제가 가벼워질 것입니다. 동반성장이라는 것은 청년실업에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정운찬 이사장은 자신의 三和정책을 다시한번 언급했다. 교육정책에 三不정책만 있다는 게 마뜩치 않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총리 시절 유난히 대학 자율화, 고교 다양화, 학력요건 완화 등의 삼화정책을 강조했다. 학력요건 완화의 경우 260여 개의 규제를 철폐하기도 했다. 예컨대 국책 연구원은 박사급으로 한다는 규정도 없앴다. “대학에 진정한 자율과 자유를 주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어요. 그리고 지금 고교 졸업자를 많이 뽑고 있잖아요. 삼화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는 거죠.” 동반성장연구소, 그리고 정운찬 이사장의 향후 행보는 그의 슬로건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안정된 사회를 지향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의 활동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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