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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위헌소송 하겠다” … 문화부 “기회 충분히 줬다”
비대위 “위헌소송 하겠다” … 문화부 “기회 충분히 줬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7.09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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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목적보상금제도, 불가피한 선택인가, 시기상조인가

수업목적보상금제도가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교수신문>이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부와 대학 책임자들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형규 수업목적보상금제 비상대책위원장(한양대 교무처장, 왼쪽)과 임원선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오른쪽)

수업목적보상금제도’(이하 보상금제)를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와 대학들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수차례 만남과 공동연구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화부는 ‘강행’, 대학은 ‘거부’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화부가 지정한 수령단체인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사장 조동성, 이하 복전협)와 대학 간 약정체결 기한이 끝났지만 약정을 체결한 대학은 문화부 산하의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자진폐교 절차를 밟고 있는 건동대 두 곳이고, 육군사관학교와 간호사관학교가 계약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4월, 문화부가 보상금 기준을 고시했지만 대학들이 반발하면서 올 4월에는 문화부가 수정고시안을 내놓기도 했다. 수정고시안에는 학생 1인당 연간 납부액(포괄방식 기준)을 기존 4천474원에서 3천132원으로 내리고, 어문 1%·음악·영상저작물 5% 이내 이용 시 공정이용을 적용하는 방안이 새롭게 담겼다. 문화부는 보상금제 안착을 위해 시행 초기에 연차별 조정계수를 적용했다. 일반대의 경우 2011년부터 학생 1인당 1천879원으로 시작해 2015년이 되면 3천132원으로 고정시킬 계획이다.

대학들은 그러나 수령단체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분배와 징수, 사유재산권 침해 등을 문제 삼으며 ‘전면 거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와 기획처장협의회가 꾸린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형규, 이하 비대위)는 지난달 27일 제주도에서 열린 공동하계세미나에서 ‘현행 보상금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약정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보상금제에 대해 위헌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실과 심포지엄을 열고 보상금제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보상금제를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이 저작권 소송 등의 형태로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문화부와 비대위 대표자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 일시: 2012년 7월 3일 오전 11시
● 장소: 서울 프레스센터
● 대담: 임원선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 이형규 비상대책위원장(한양대 교무처장)
● 사회: 최익현 교수신문 편집국장
● 사진·정리: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사회: 보상금제는 문화부와 대학의 입장차가 분명하다. 서로가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선에서 수용가능한지 의문이다. 우선, 대학은 왜 보상금제를 ‘거부’하나.

이형규 비상대책위원장(한양대 교무처장)
이형규: 문화부가 복전협을 통해서만 ‘저작물 이용 보상금’을 징수토록 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다. 저작재산권은 사유재산권의 일종이다.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재산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교수들은 복전협에 가입하지 않았고, 신탁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자신의 저작재산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다면 과도한 제한이고 침해다. 더구나 문화부는 유독 대학에만 기준을 제시하고 보상금을 징수토록 한다. 국가기관, 지자체 교육지원기관은 법을 안 지켜도 되고 대학만 지키라는 건 편파적이고 부당한 법집행이다.

임원선: 저작권은 저작권자가 스스로 행사하는 건 맞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선 이용자가 저작권자를 찾아서 그때그때 허락을 받기엔 한계가 있다. 일괄적으로 실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정인이 특정 대학강의를 문제 삼으면 대학이 항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게 보상청구권이다. 특정 단체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불하면, 면책되는 거다. 이용자를 위태로운 상황에 빠뜨리지 않게 하면서도 권리자가 권리를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대학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의 차원이다. 저작권과 관련, 대학이 규모가 가장 크다. 급한 쪽 먼저 시행하는 것일 뿐이다.

사회: 최근 비대위는 ‘이중징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형규: 교수가 수업목적으로 이용하려면 복사를 해야 하는데, 중앙도서관에서 복사를 하면 5원씩 복사료를 낸다. 물론 업소 주인이 지급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복사하는 사람이 내는 거다. 이걸 수업목적으로 쓰면 7.7원씩 내라고 하는 건 이중징수다. 책을 사면 인세가 포함돼 있다. 복사비를 냈는데 강의료를 또 내라는 건 ‘이중징수’다.

임원선: 그건 ‘사적복제’에 대한 부분이다. 수업목적 이용은 다르다. 복제된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말하는 거다. 개인적으로 DVD 샀는데, 이걸 왜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영하지 못하냐는 것과 같다. 명백한 공연이다. 저작권은 개별 논리가 아니고 ‘다발의 논리’로 이해해야 한다. 노래방도 마찬가지다. 업주는 기계를 산다. 기계에 음원이 장착돼 있거나 추가 공급시 돈을 낸다. 이건 복제권료다. 노래방에서는 공연이 이뤄지니 별도로 매월 얼마씩 내게 돼 있다. 공연에 대한 대가다. 수업도 (공연처럼) 별도의 목적으로 봐야 한다.

이형규: 물론 예로 든 DVD는 공연이다. 그러나 복사는 한 장 한 장마다 이용료를 지불한 거다. 복사물을 읽는다고 해서 또 돈을 내라는 게 이중징수라는 말이다.

사회: 보상금액 산출근거에 대한 공방도 뜨겁다.

이형규: 영리 목적이 아닌, 널리 읽히기를 바라면서 발행된 비매도서(정부간행물, 포교서적, 자서전 등),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을 복제 또는 전송하는 경우, CCL(Creative Commons License) 등에 포함되는 복사나 전송에는 이용보상금이 면제돼야 한다. 특히 대학교수 5만 6천 600명이 자신의 저작물을 수업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무료로 이용해도 된다’는 데 동의했다. 이걸 복전협에서 제시한 ‘저작권 포기 문서’로 하지 않았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임원선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
임원선: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것에 방식이 따로 정해질 필요는 없다. 다만 법률 문서로서 효력 여부는 법적으로 다툴 필요가 있다. 저작권 포기 문서는 보상금제를 고시할 때, 법률적 효력을 가지려면 이런 내용을 기재해 달라고 샘플로 제시한 것이었다. 법률 문서로 효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법률문서로서 효력이 없다면 교수 5만 명의 무료이용 동의서는 의미 없다.

사회: 대학에서는 지난해 9월 문화부와 대학 측이 공동연구를 통해 합의안을 이끌어내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임원선: 협의한 적 없다. 대교협에서 연구할 기회를 달라고 했고, 문화부는 이례적으로 고시 효력을 중단시키면서까지 기회를 줬다. 이보다 앞선 2011년 보상금제를 고시하기까지 문화부는 상당히 많은 의견수렴과정을 거쳤고 연구도 했다. 고시된 이후에 대학이 문제제기해서 기회를 한 번 줬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산업연구원에서 했던 선행연구보다 훨씬 못한 보고서를 내놨다. 기본적으로 선행연구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은 기회를 스스로 날린 셈이다. 새삼스럽게 다시 연구하자는 건 어불성설이다.

사회: 대학은 강의 저작권료를 안내겠다는 건가, 깎아달라는 건가.

이형규: 두 가지 다다. 보상금제를 담고 있는 문화부 고시는 위헌소송으로 법·제도의 문제점을 바로 잡을 것이고, 보상금 기준을 제시한 연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 하는 것이다. 계약당사자 중 한쪽이 잘못된 점을 지적했으면, 이를 바로 잡아 계약을 체결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표본조사나 전수조사를 하고 이것을 토대로 합리적인 이용보상금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임원선: 보상금제는 이미 고시됐다. 이제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대학이 법을 수행하는 것과 권리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권리자에게 맡긴다는 건 ‘보상금제를 폐지’한다는 말이다. 대학이 전면 거부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저작권자들에게 ‘온전한 권리’를 줄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대학이 문화부에 일방적으로 기준 마련을 요구하기보다, 대학이 이용 당사자로서 교육 목적에서의 공정이용 기준을 연구하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권리자를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부는 정책조정자로서 적극 중재해 나갈 것이다.

양측은 시종일관 날을 세웠다. 의견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이달 중순부터 강의저작권을 둘러싸고 대학가에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익현 교수신문 편집국장, 이형규 비대위원장, 임원선 문화부 저작권정책관, 김경영 문화부 저작권산업과 사무관

대담 사흘 뒤인 지난 6일, 문화부는 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대학에 복전협이 임의로 보상금 산정방식(종량·포괄 중 택일)을 정하도록 승인했다. 이날 복전협은 오는 13일까지 산정방식을 임의로 선정하고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내용증명을 각 대학에 보냈다. 복전협 관계자는 “대체로 ‘포괄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업목적보상금제도란
교육기관에서 수업 목적으로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방송 또는 전송하는 경우에 저작재산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모든 타인의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이용하는 대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하는 단체(복전협)에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가지도록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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