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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650호
새로나온 책 650호
  • 교수신문
  • 승인 2012.06.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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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책읽는수요일, 434쪽, 16,000원
과학과 철학에 대한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 ‘휴먼 3.0 시대,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이 책의 궁극적 주제는 ‘인간성의 재탐색’이다. 이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물음, 즉 “인간은 ( )하는 유일한 동물이다”라는 오래된 수수께끼의 빈 괄호를 채우려는 시도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은 우리를 야생의 동물이 아니라, 우리들의 모방자인 기계(컴퓨터)와 비교해야 하는 거대환 전환의 시기이기 때문에, 저자가 던지는 ‘낡은 물음’은 역설적으로 더 중요한 숙제가 된다. 점점 더 많은 컴퓨터와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조건 속에서 참된 인간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도와준다.

■ 라틴아메리카의 전환-변화와 갈등(상·하),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엮음, 512쪽·520쪽, 각권 40,000원
오늘날 라틴아메리카는 매우 다양한 대항헤게모니운동이 출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라틴아메리카가 지난 30~40년 동안 다른 어떤 지역보다 신자유주의 개혁이 가장 먼저, 가장 강도 높게 적용됐으며, 가장 먼저 해체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발전을 위한 유일하고 필연적인 모델이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총 30개 이상의 국가와 준독립적 지역, 5억 5천만의 인구, 스페인어·포르투갈어·불어·영어의 다양한 언어, 다양한 인종, 라티노 공동체처럼 초국가적 영역까지 포괄하는 방대하고 복잡한 대륙이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가 인문한국(HK) 사업의 일환으로 라틴아메리카에 관해 총체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면서 쌓은 결과물을 묶은 것이다.

■ 식민지 법정에서 독립을 변호하다 ━허헌·김병로·이인과 항일 재판투쟁, 한인섭 지음, 경인문화사, 688쪽, 27,000원
종래 역사학자들의 연구들은 재판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재판 대상이 된 사건 자체의 재구성에 역점을 두는 편이었고, 그들을 처벌하는 형사사법과정 및 법정투쟁의 역동적 측면을 소홀히 취급한 감이 있다. 법정투쟁에 대해서는 그냥 건너뛰거나 에피소드 중심으로 소개하고 곧바로 수형단계로 넘어가는 경향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런 기존 접근에서 탈피, 형사재판과 형사법정에 포커스를 맞췄다. 저자에 의하면, 이들 변호인은 피고인과 연대해 요식행위로 전락할 법했던 재판을 온통 긴장의 무대로 재구성해낸다. 이들 변호인은 선처변론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활동을 적극 변론하며 무죄를 역설하고, 독립의 대의를 미묘한 방식으로 역설한다. 재판투쟁의 드라마는 독립운동이 제대로 전파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들 3인의 변호사들이 최일선에서 법정투쟁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라고 평가한다.

■ 얼굴·국가·사건━들뢰즈/가타리와 사유하기, 박지웅·김영진 외 지음, 도서출판 한티재, 372쪽, 18,000원
이 책은 대구, 경북 지역의 다양한 전공을 배경으로 하는 인문학자들이 들뢰즈/가타리와 관련해 사유의 지평을 넓혀나가면서 쓴 책이다. 책은 주제별로, 영역별로 3가지로 나뉘어 배치됐다. 1부에는 들뢰즈/가타리의 ‘얼굴’과 연관된 3편의 글이, 2부에는 ‘국가’ 문제를 다루는 2편의 글이, 3부에는 ‘사건’과 연관된 글이 4편 수록돼 있다. 영역별 배치를 살펴보면, 1부에는 영화와 조소와 문학에서의 얼굴 문제를 다뤘고, 2부에서는 경제학과 문학의 영역에서 국가 문제를 고려했다. 3부에서는 들뢰즈와 화이트헤드 철학과 들뢰즈의 접속을 시도했다. 들뢰즈와 화이트헤드 철학의 접속은 기존의 들뢰즈 연구와 구별되는 특징이며, 들뢰즈 철학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해줄 것이다.

■ 윌리엄 모리스-낭만주의자에서 혁명가로 1·2, 에드워드 파머 톰슨 지음, 조애리 외 옮김, 452쪽·764쪽, 25,000원·32,000원
저자 톰슨은 평생에 걸친 모리스의 광범한 활동을 크게 둘로 대별해 그가 전반기에 보여준 낭만주의적 예술가로서의 공적과 후반기에 발휘한 사회주의 혁명가로서의 활동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톰슨은 문학가·화가·장식예술가로서 모리스가 그려낸 예술가로서의 다양한 열정이 낭만주의적 기질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데 톰슨이 보여주는 혜안은 모리스의 중세적 낭만주의 기질이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치부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19세기 영국의 극단화된 산업자본주의 사회가 지니는 비인간적인 삶의 여건을 비판하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발굴해내는 데 있다. 책 전체를 통해 톰슨은 인간 모리스와 예술가 모리스, 또는 인간 모리스와 혁명가 모리스의 일치를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독자인 우리는 예술가와 사회주의자로 모리스를 대할 때 만나게 되는 인간 모리스의 모습에 매료된다.

■ 제국의 지배, 티머시 H.파슨스 지음, 장문석 옮김, 까치, 584쪽, 25,000원
이 책은 워싱턴대 교수인 티머시 H. 파슨스가 살펴본 제국의 역사이다. 저자는 로마령 브리타니아, 이슬람 에스파냐, 에스파냐령 페루, 인도 회사, 나폴레옹 치하의 이탈리아, 영국령 케냐, 나치 치하의 프랑스라는 7개 제국을 선정해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구미에서부터 아프리카까지의 광범위한 시간과 공간을 대상으로 제국 지배의 실제 경험을 조사했다. 저자는 정복자의 관점에 의해서 왜곡된 역사 그리고 제국을 옹호하며 낭만적으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고, 제국의 제국 지배의 실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해 신민의 관점에서 제국을 조망함으로써 제국의 실체를 보여주고 제국이 몰락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 미조구치 유조·이케다 도모히사·고지마 쓰요시 지음, 조영렬 옮김, 글항아리, 368쪽, 18,000원
이 책은 중국사상 연구의 거장으로 얼마 전 타계한 미조구치 유조가 책임편집한 중국 사상과 중국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외부적 시각에서는 필연적으로 중국사회의 역동성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한다. 저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내재적인 사상사를 제안한다. 그 방법은 중국 역사상의 네 가지 커다란 변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서 어떠한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는지를 해명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중국의 공산혁명이 16세기부터 이어져온 중국 향리 공간의 상호부조 전통이 무르익은 가운데 출현할 수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비롯해 현대 중국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공존하는 세계 최강국 현대 중국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사회적 변혁의 힘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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