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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애국가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2.06.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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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

자신과 주변에 익숙한 것들의 가치를 대체적으로 모르고 산다. 그러다 그 것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있을 때 그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된다. 물과 공기 등 우리에게 필수적인 원소가 이에 해당되지만, 이 외에 수단이나 도구, 의식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국가(國歌)인 애국가도 그런 것이다. 이 노래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들에게는 익숙해져 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이 노래를 모른다면 속된 표현으로 '간첩'이다. 그러나 너무 '익숙'해지면 그에 함몰돼 다소 '무시'해도 된다는 뉘앙스도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비롯된 '애국가 부정 논란'로 시끌벅적하지만, 다른 한편의 차원에서는 새삼 '나라의 노래'인 애국가의 가치를 일깨워 준 역설의 측면과 함께 그 가치는 더욱 부각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의 발언이 비상식적이고 틀렸기 때문이다. 애국가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함께 나라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새기며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한 의지를 다짐하는 '나라의 노래'가 아닌가.

그의 발언에 이념적인 잣대를 들이 댈 생각은 없다. 그는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념적으로 너무 왜곡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이 문제를 연결시킬 경우 자칫 애국가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이 훼손될 수도 있다.

이 의원의 애국가를 둘러싼 워딩 가운데 핵심은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국가를 나라의 법으로 규정한 관점에서 본다면 맞다. 애국가는 지난 2010년 제정된 국민의례규정에 포함돼 있지만, 미국처럼 법률적으로 정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의식이나 감정을 꼭 규정이나 법률로 따져서 여부를 가질 필요가 있을까. 애국가는 규정이나 법률이전에 우리 국민들 누구나 국가로 알고 부르는 '나라의 노래'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안다. 말하자면 태극기와 무궁화, 한글처럼 ‘관습헌법’의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공동체가 합의하고 받아들여 함께 부르는 국가라는 것이다. 여기에 '그렇다, 아니다'로 그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을까.

또 하나. 이 의원은 애국가가 "독재정권에 의해서 (애국가가 국가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 이 의원이 운위하는 독재정권이 어느 정권을 말하는 것인지 안다. 그러나 그는 잘못 알고 있다. 애국가는 해방 전인 194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때도 불리어졌다. 그보다 때를 거슬러 1919년 3.1운동 때도 불렀다. 물론 그 때 부른 노래가 지금의 것과 다르긴 하지만, 가사 등 핵심적인 내용은 지금의 애국가나 마찬가지의 '국가'였다. 그런 애국가를 '독재정권의 산물' 정도로 치부하는 정도라면 이 의원은 정말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딴 나라 사람'이다.

이 의원이 말은 안 했지만, 그의 워딩으로 짐작컨대, 그는 지금의 애국가가 친일파에 의해 작곡된 것이어서 우리의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작곡가인 안익태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애기다. 안익태를 친일파로 본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다. 안익태가 미국 유학 중에 애국가를 새로 작곡한 것은 1935년이다. 미국 교포사회에서부터 불리어진 애국가는 1940년대 초 상해임시정부에 전해진다. 애국가는 그 무렵 임시정부 항일 광복군에서 불렀다. 친일파가 작곡한 노래라면 상해임시정부와 독립군이 부를 수 있었을까. 이 말 로 이 의원에게 되묻고 싶다. 이 의원은 친일파가 곡을 붙인 것이라는 이유로 애국가를 부정하고 있다. 판단은 제각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해서 임시정부가 불렀고 독립군도 부른 애국가를 쾌도난마식으로 부정하는 것은 너무 자기 위주의 독단이다.

마침, 오늘이 6.25 기념일이다.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모윤숙 '병사는 죽어서 말 한다' 중에서). 뙤약볕, 불타는 6월의 전장에서 산화한 국군용사들도 불렀을 애국가이다. 나라를 위해 숨져간 선열들을 생각하며 애국가를 한번 나지막이 불러본다.(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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