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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649호
새로나온 책 649호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06.19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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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와 진주-금아 피천득의 문학세계, 정정호 지음, 푸른사상, 542쪽, 24,000원
금아 피천득은 ‘수필‘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그의 문학 전체를 조망하는 저작은 드물었다. “금아 선생을 당대에 직접 만났거나 배운 사람들이 다 사라진 후에도 선생의 문학을 이야기하는 소책자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세대적 질문을 안고 저자가 금아의 문학세계 전체를 촘촘하게 조명했다. 특히 피천득의 글에 대해 가지는 일종의 거의 자동화된 반응들에 대한 의도적인 비평적 문제제기를 던진 부분이 독특하고 신선하다. 금아 문학의 시작에서부터, 1930년대초 문단 등단과 창작활동, 시와 수필, 번역 등을 추적했다.

■ 여성들의 도시, 크리스틴 드 피장 지음, 최애리 옮김, 아카넷, 484쪽, 28,000원
이 책은 르네상스 인문주의가 발흥했던 15세기, 당시 수많은 남성들에 의해 재생산되던 여성 비하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한 작품이다. 서양 최초의 여성 전업 작가인 저자 크리스틴 드 피장은 성모 마리아에서 시인이자 철학자인 사포,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 성경에 나오는 룻,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 등 실제 역사와 신화 속에 등장하는 본이 될 만한 여성들을 예로 들며 여성을 폄하하는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 책은 흔히 페미니즘의 선봉으로 손꼽히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권의 옹호』(1792)보다도 4세기나 앞선 페미니즘 저작의 효시라 볼 수 있다.

■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 이야기, 도시재생사업단 엮음, 한울, 360쪽, 28,000원
이 책은 고유의 역사적·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쇠퇴해가던 도시를 되살려내는 데 성공한 세계 주요 도시를 소개하고, 각 도시가 재생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이를 위해서, 전문가 14명이 이 책에 소개된 각 도시를 방문해 연구·조사한 결과를 엮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삶의 질이 보장되고, 지속 가능하며,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삶터를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략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12개 도시의 성공사례에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 영향에 대한 불안, 해럴드 블룸 지음, 양석원 옮김, 문학과지성사, 302쪽, 16,000원
20세기 최고의 문학비평가 해럴드 블룸의 시적 영향에 대한 독창적 이론. 시의 역사는 시적 영향과 구분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강한 시인들은 자신들의 상상적 공간을 개척하기 위해 서로를 오독함으로써 이 역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 짧은 책은 시적 영향 혹은 시의 내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기술하는 방법으로 시의 이론을 제시한다. 이 이론의 한 가지 목적은 교정하려는 것, 어떻게 한 시인이 다른 시인의 형성을 돕는가에 대한 우리의 공인된 설명을 탈이상화하려는 것이다. 또 다른 교정적인 목적은 좀 더 적절한 실제 비평을 육성할 시학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 중국인 이야기1, 김명호 지음 한길사, 548쪽, 19,000원
<중앙 선데이>에 연재했던 글을 토대로 청조 멸망에서 문화대혁명까지 격동기 중국 근현대사의 전개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복원한 책이다. 중화민국 탄생, 공산당 창당, 북벌전쟁, 항일전쟁, 국공내전과 합작, 중소와 중미외교, 신중국 수립과 문화대혁명 등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 혁명가, 지식인, 예술가 등 소설 속 주인공보다 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담아냈다. 본문은 총 7부로 구성돼 있다. 마오쩌둥과 2인자 류샤오치의 관계를 통해 문화대혁명의 과정의 내막을 보여주고, 장제스를 중심으로 반목했던 아들 장징궈, 爭友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자유주의자 후스, 그리고 수많은 학술·사상의 인재를 배출했던 시난연합대학교의 일화 등을 들려준다.

■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시공사, 520쪽, 22,000원
이 책은 ‘민주주의란 무엇이다’라고 섣불리 정의하지 않는다. 또 민주주의에 관한 이론과 분석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대신 실제 역사 속에 존재했던, 한 시대 문화와 역사의 반영으로서의 민주주의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은 아테네 이후 프랑스, 영국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중국까지 전 세계 역사 속에서 함께했던 민주주의를 살펴봄으로써 민주주의가 태동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 속에서, 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또 오늘날과 같이 대다수의 국가가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 나라가 ‘얼마나’ 민주적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피노체트 넘어서기-칠레 민주화 대장정, 리카르도 라고스 지음, 정진상 옮김, 삼천리, 400쪽, 19,000원
이 책은 급진주의 경제학자, 사회주의 정치가로 칠레의 민주화 대장정의 선두에서 활약한 끝에 선거를 통해 피노체트의 독재를 종식시키고 마침내 집권에 성공한 전 칠레 대통령 리카르도 라고스가 쓴 칠레 현대사 비망록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떠벌이는 정치인들의 흔한 회고록과는 다르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투옥된 뒤 망명길에 올랐고 다시 돌아와 ‘칠레 민주화 대장정’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지만, 한 걸음 물러나 한 사람의 증언자로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객관성을 잃지 않고 있다. 지은이 스스로 “40여 년 동안 칠레 사람들이 걸어온 집단을 그려 보려고 했다”고 말했듯이, 마치 한 편의 기록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 한문산문 글쓰기론의 논리와 전개, 김철범 지음, 보고사, 432쪽, 25,000원
20세기 근대를 향한 개혁의 과정에서 우리는 한문 글쓰기를 완전히 청산하고 국문 글쓰기를 정착시켰다. 글쓰기의 변화는 단순히 표기수단의 세대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문과 국문 사이의 간극에는 문법 체계에서부터 표현방법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體裁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또 아주 다른 세계관이 작동하고 있었다. 근대의 글쓰기는 대체로 문학에서 철학을 분리시키는로 데 적극적이었고, 글쓰기에서도 내용과 형식을 별개로 인식하려고 했다.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인지, 오늘날 글쓰기에 관한 논리들이 그다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할 지점에 이르렀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근대를 탈피한 세계관을 담을 글쓰기 모색에서, 한문고전의 글쓰기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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