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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고전’ 통해 서구중심주의 넘어서려 합니다”
“‘현대의 고전’ 통해 서구중심주의 넘어서려 합니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6.18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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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김용규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장 소장

“공자, 맹자, 플라톤이 지금 우리 시대에 해결책이 되나요? 세태를 따라가는 고전붐은 우리 사회에서 자기계발의 논리 속에 함몰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갈등으로 가득한 오늘에는 ‘현대의 고전’을 읽어야 합니다.” 

김용규 부산대인문학연구소 소장(영어영문학)
김용규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장(48세, 영어영문학과·사진)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5년 전 그가 HK연구소의 전신인 비교문화센터장 시절에 추진했던 프로젝트는 지금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의 대표 브랜드 ‘고전번역학’이 됐다.

서양이론 중심의 부산대 인문학연구소는 1998년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보자는 인문대학 교수들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2005년 중점연구소에 선정됐고, 2007년 한국·동아시아고전 연구에 매진하던 점필재연구소와 컨소시엄으로 HK연구사업을 시작했다. 동서양의 진정한 학제 간 연구가 시작된 셈이다.

부산대 인문학연구소는 ‘고전번역연구팀’과 ‘비교문화연구팀’으로 구성돼있다. 고전번역연구팀은 지난 5년간 유럽중심주의와 민족주의 시각에 갇힌 고전을 구해내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중심이 어떻게 주변을 억압하는지를 파악한 1단계를 지나, 근대 한국, 라틴아메리카가 어떻게 서구문화를 되받아치는지 2단계에서 살펴본 것이다. 1950년대 이후 작가들인 가야트리 스피박, 피에르 부르디외, 김우창의 저서를 현대의 고전으로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김 소장은 고전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번역’을 꼽았다. 문자 그대로의 번역이 아니라 고전형성 자체가 문화번역에 근거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는 플라톤이 그리스만의 문화일 수 없고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를 종합·번역한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고 그 근거를 제시한다.

서구중심주의 시각을 벗어나려는 김 소장의 노력은 ‘비교문화연구팀’활동에도 드러난다. 유럽중심주의가

매축지인문학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전제되고 국가 간 우열의 논리가 작동하는 비교문학연구와는 다르게, 비교문화학은 문화연구의 차원을 일국에서 다국과 초국으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김 소장은 미국 내 인디언·소수자 문화가 지배적 백인문화의 흐름에 맞서는 대안적 상상력을 제공하는지 등의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비교문화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의 심도있는 이론연구는 대중과의 교감도 이끌어내고 있다. 쪽방촌, 독거노인에게 식사봉사를 하던 안하원 동부쪽방상담소장이 김 소장에게 식사 봉사에 인문학 강좌를 접목시키면 의미있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는 ‘희망의 인문학’의 출발이 됐다. 유년시절 가난한 동네 경험을 가진 강사들이 진심으로 이들을 대하면서 반응이 좋아졌고, ‘매축지인문학’, ‘산복도로 인문학강좌’로 확대됐다. 김 소장은 최근 ‘대중인문학연구실’을 신설했다. 밀려드는 강의 요청에 대중인문학을 모델링한다는 생각으로 우수한 연구자를 연결시켜준다.

“중형이지만 대형 못지않은 역량으로 2011년에는 우수연구소로 선정됐습니다. 2개 연구소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가랑비에 옷 젖듯, 연구자들이 아젠다에 적응하고 자기화했으니 3단계에는 우수한 성과들을 기대해 봅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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