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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 박재우 제주대(에너지공학과)
  • 승인 2012.06.05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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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박재우 제주대 교수
작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국내로 방사성 물질이 유입됐을 때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감이 초등학교 휴교령까지 발동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방사성 요오드의 체내흡수를 차단하는 데 천일염이 효력이 있다고 믿고는 천일염을 사잰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필자는 제주지방 방사능 측정소장을 맡고 있어 당시 공기 중 방사성 물질의 변동추이를 3시간 단위로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까지 날아온 방사성 물질이 극히 적은 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요즘은 방사성 검출기의 성능이 매우 향상돼서 아주 낮은 농도도 검출이 되므로 오히려 識字憂患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었는데 대기 중에 최대 농도로 검출됐을 때를 기준으로 1년간 받는 방사선 피폭량을 환산해보면 병원에서 가슴 X-선 1회 촬영 시 받는 양보다 수백분의 1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 필자가 잘 아는 어느 분은 담배는 골초로 피우면서 방사성 오염을 염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우리의 생활주변에는 천연 방사성 물질이 항상 존재하며, 이것으로부터 일정량의 방사선 피폭을 언제나 받고 있다. 인류는 태초부터 방사선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적응하고 진화했다. 그러므로 일정 한도 이하의 방사선 피폭은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일부 학자는 적은 양의 방사선 피폭은 인체의 면역력을 자극해 오히려 건강에 유익하다는 소위 방사선 호르메시스 학설을 주장한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X-선 촬영 시 받는 방사선 피폭에 의한 위험성보다 흡연으로 인하여 사망할 위험성은 약 60배, 음주로 인한 위험성은 약 40배, 자동차 운전 위험성의 약 20배 높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방사선 피폭에 대해서 안심해도 되는 일정 한도를 과거의 피폭사례를 조사해 일상생활의 다른 위험 요소보다 덜 위험하도록 설정했고 우리나라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전문가나 정부는 이 한도를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발표한다. 작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하여 우리나라에 날아온 방사성 물질의 양은, 최대 농도일 때를 기준으로 1년 동안 받게 되는 방사선 피폭량이 법정 선량한도의 수천분의 1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공포감을 갖는 데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과장된 주장과 인터넷 공간에 돌아다니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누출된 방사성 물질의 영향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해 체르노빌 강에서 잡혔다는 길이가 4m인 괴물메기, 보통보다 10배가 큰 지렁이 사진이 등이 대표적 예이다. 후쿠시마에서는 귀 없는 토끼가 태어났다는 사진도 있다. 이런 주장들은 과거의 사례로 볼 때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 이런 소문들은 인터넷 공간에서는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그 과정에서 실제 사건과 관련성이 없는 끔직한 영상자료까지 동원되어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신문과 방송 역시 사소한 방사선 관련 사고라도 다른 사건보다 우선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도 궁극적으로는 상업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특이하고 평소에 잘 발생하지 않아서 소비자인 대중이 호기심을 보이는 사건에 더 많은 시간과 지면을 배정하게 된다. 사건 자체의 심각성보다는 발생 빈도는 낮지만 특이한 사건에 더 비중을 둔다. 작년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진 해일로 약 1만5천명이 사망한 사실은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거의 보도되지 않고 전혀 인명 피해가 없었던 방사능 누출이 주된 뉴스거리가 됐다. 우리나라로 날아온 방사능 양에 비하면 언론이 과잉 보도를 한 측면이 있었다.

근래 많은 대형 병원들은 첨단 검사법인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실시하고 있고 단순 건강검진 목적으로 CT나 PET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검사법은 모두 방사선을 사용하는데 1회 검사 때 받는 방사선 피폭량이 제법 높은 편이지만 대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와 같이 우리는 이미 자연 방사선이나 의료 방사선에 상당히 노출된 상태에서 별 문제 없이 살고 혜택을 보고 있으므로 정부나 전문가가 안전하다고 발표한 일정 한도 이하의 방사선 피폭은 감수하면서 그에 따른 이득을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 피폭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공포감을 갖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박재우 제주대 교수·에너지공학과
미 미주리대(콜롬비아)에서 핵공학으로 박사를 했다. 현재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교육과학기술부원자력분야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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