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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윤리? 연구 분야의 특수성?
개인윤리? 연구 분야의 특수성?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6.0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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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대 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

또 BRIC이었다. 강수경 서울대 교수(수의학)의 논문에 사진이 중복 게재됐음을 밝힌 진원지다. 익명의 제보를 받은 국제학술지 중 <ARS>는 그의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29일,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고, 제보 받은 PPT자료로 이번 주 본 조사에 착수한다. 서울대측은 강 교수의 2010년 논문에도 사진 조작으로 보이는 사건이 있었음을 이미 밝힌 상태다. 하지만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이었기에 ‘경고’조치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강 교수가 소속돼 있는 한국줄기세포학회(회장 서해영 교수, 아주대)도 발빠르게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의적 실수’임이 증명될 경우 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체골수에서 유래한 중간엽줄기세포의 배양  모습이다.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 또 한 번 국내 줄기세포 연구자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연구윤리의 필요성과 과학의 룰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계속되는 논문 조작 의혹이 연구자 개인의 윤리의식의 문제인지, 연구 분야의 특수성 때문인지를 묻는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A대 ㄱ교수는 “윌리엄 브로드가 쓴『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미래M&B, 2007)을 보면 외국의 경우에도 생의학 분야에 스캔들이 많다. 그렇다고 딱히 그 분야 연구자들이 비도덕적이라기보다는 연구대상이나 방법, 성격상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 B대 ㄴ교수는 “황 박사 때 하도 질려서, 더 알고 싶지도않다. 그런데 왜 또 수의학과에서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속상하다. 의대, 자연대, 공대 등 여러 분야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한다. 잘못이 있으면 통렬하게 반성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반성을 촉구했다.

자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엄정한 처벌을 요구한 목소리도 있다. C대 ㄷ교수는 “논문 조작은 어느 분야나 있다. 단지 생물 분야 자체가 언론의 관심을 끌 요소가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작과 단순 복제는 다르다. 조작은 다른 이들이 보고 인용해서 확대 재생산하도록 한다. 학문의 중범죄이므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윤리정보센터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D대 ㄹ교수 역시 생명과학 분야의 특성상 조작이 많을 것이라 추정했다. 그는“황 박사 사태 이후에도 연구자가 많다. 경쟁이 많다보니 연구비 특성상 부정행위가 벌어질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물리나 화학과는 달라서 연구자가 자료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주장하면, 다른 연구자들이 두세 달에 걸려 재현해보지 않는 이상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연구자 개인의 윤리 의식도 중요함을 지적했다.

한국 줄기세포학회는 8월에 예정된 국제학술대회에서 ‘연구윤리’에 관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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