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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대학의 발전史에서 길을 찾자
원로칼럼_ 대학의 발전史에서 길을 찾자
  • 이은웅 충남대 명예교수·전기공학
  • 승인 2012.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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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웅 충남대 명예교수·전기공학
군사정권 초기(1962~1963년)에 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줄이고 입학자격 국가고시를 실시해 대학 정원의 2배수를 합격시켜 희망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했으며, 졸업 시에 학사번호를 부여했다. 그런데도 사립대학에서는 학사번호 없는 졸업자를 배출했고, 국력이 허약했던 당시 학사번호가 있어도 취업할 곳이 많지 않았다.

1964~1981년 입학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쳐야하는 제도로 바뀌었고, 산업이 급신장하면서 대학의 수준, 성적, 학사번호의 유무를 가리지 않을 만큼 고학력의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대학이 늘고 졸업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5공화국 초기(1982~1987년)에 교육개혁을 외치며 정원의 130%를 대입 자격고사(1982~1993년)로 입학시켜 졸업할 때까지 연차적으로 성적불량 자를 탈락시키는 졸업 정원제를 시행했는데 대학생의 민주화 투쟁과 맞물린 부작용이 발생해 뿌리 내리기도 전에 흐지부지됐다. 이때 성적미달로 제적된 학생들이 6공화국에서 민주화 투쟁으로 제적됐던 학생들의 구제에 싸잡아 복학했다.

그러나 국가정책을 순순히 따라 성적 미달 학생을 제적시키고 학생운동을 제지하는 데 동원됐던 대학의 교권과 교수의 학문적 권위는 추락하여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으며 사제 간의 소통을 막는 벽이 돼 있다. 1988년 다시 입학 정원제로 변했고 대학입시 지도교사조차 알기 힘들만큼 수능 점수제(1994~2007년), 수능 등급제(2008년), 다시 수능 점수제(2009~현재)로 자주 바뀌었다. 또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맡길 산업분야와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설정해 놓고, 대학 간에 경쟁을 통해 그 지향 목표에 맞는 대학을 특성화 대학, 국책대학, BK21사업 등으로 선정해 중점 지원함으로서 이공계 대학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게 했다.

이렇게 자주 입시제도가 보완되고 진화적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추진됐는데도 작금의 분위기는 이공계 출신 부모가 자식을 이공계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고졸자의 80%가 진학할 만큼 대학이 과잉으로 늘어나서 산업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는데도 취업률이 4년제 40%, 2년제 51%로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양산돼 사회적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그러니까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대학 정원을 적정 수로 줄이고 수월성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 시행했던 대학교육 정책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검토해 학문 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조정하고 인력 양성이 직종별 계층별로 과잉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실 대학 정리에 앞서 국립대학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다른 사립대학이 먼저 문 닫기를 기다리는 사학 재단에게 폐교에 따르는 재산 정리의 퇴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

등록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재학생 충원율, 교수 확보율, 취업률이 최하위인 대학에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부실대학 퇴출 정책을 시행하면서, 다른 평가기준으로 재정지원 사업을 공모 선정해 부실대학에도 지원됨으로써 폐교 시기를 연장시켜 주는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시정돼야 하고, 대입 정원보다 고졸학생 수가 적어지는 2018년까지 수학 능력 부족 학생을 반값등록금으로 받아 퇴출시기를 연장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2000년대 초, 정부는 국민복지 예산 증가율은 높이고 교육지원 예산율을 낮추면서 선진국 유명대학의 등록금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이 적다고 강조하면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 매년의 등록금 인상율을 물가 인상율보다 높게 허용함으로써 학생 부담을 높게 하고서 이제는 OECD가입 국가 중에 두 번째로 등록금이 높다고 해서 반값등록금 주장을 유발했다.

세계의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대학교육은 누구나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수학 능력이 우수한 인재에게 장학금을 줘 수학의 기회를 주고 학생 간에 경쟁을 유발시켜 면학분위기를 최고도로 진작시킴으로서 능력을 최고로 개발한다.

산업은 대졸자 기술자 외에 단순기능의 노동력과 공업, 농업, 상업, 수산업 등의 다양한 전문 계 고졸의 산업 기층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전문계 고졸 비율이 25%로 독일 65%, 대만 45%, 핀란드 40%에 비해 너무 적다. 게다가 이 전문계 고졸생의 20%만이 전문분야의 직장에 진출하고 나머지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니까 절대 부족한 산업 기층인력을 동남아와 남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에서 채우게 돼 해외 노동자 수와 과잉 양성되는 대졸 실업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정치권은 혁명적 교육개혁을 강력히 주도해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산업역군의 사회적 대우를 보장해 우수인력이 산업체로 모이게 해주기 바란다. 

이은웅 충남대 명예교수·전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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