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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프로 보노’ 교수와 교육기부
교육단상_ ‘프로 보노’ 교수와 교육기부
  • 양정호 성균관대·교육학과
  • 승인 2012.05.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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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
2012년은 ‘선거의 해’라고 할 정도로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처럼 큰 선거가 1년에 두 번이나 있다. 선거가 많은 해의 공통점은 대학에 있는 교수들의 활동도 활발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SNS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교수 중에도 수십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파워트위터리안의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올해에도 역시 교수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지면서 폴리페서 문제가 대학가에서 지적되곤 한다. SNS나 정치참여와 같은 대학교수의 사회봉사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우려스러운 면도 공존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는 사회봉사를 적극 권장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교수업적평가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봉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프로 보노’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에게는 ‘프로 보노’라는 거창한 말보다 최근 부각되는 ‘착한’, ‘상생’, ‘함께하는’이란 단어들이 더 친숙할 것이다. 프로 보노의 원래 의미는 ‘공익을 위해’란 뜻으로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라는 라틴어로부터 유래했다. 요즘 식으로는 대학교수의 사회참여나 재능기부처럼 전문분야의 능력을 지닌 개인이나 단체가 하는 봉사활동 모두가 프로 보노에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대학가의 최대 관심은 역시 등록금과 이와 연계된 대학 구조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취업 포기의 ‘삼포세대’라고 규정하고 미래의 희망을 상실한 세대로 얘기하곤 한다. 한 학기에 400~5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위해 시간당 5천원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는 제자의 모습을 보면 대학교수 누구나 안타까운 마음일 것이다. 젊은 대학생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세상이니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을 보내는 교수들 누구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대학이 처한 현실 속에서 단순히 대학등록금을 내리는 것보다도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할 때라고 본다. 대학교수나 대학 차원의 프로 보노 활동을 통해 좀 더 생산적인 사회봉사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생의 고민이 등록금과 취업이라면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을 설립할 수도 있다. 일종의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대학이 이제는 단순히 대학 내 울타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학 밖과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사회적 기업이다. 대학도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한 ‘착한 대학’이나 ‘아름다운 대학’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현재 공익성격을 지닌 사회적 기업이 전국에 걸쳐서 2천여개가 활동하고 있으며 정부의 올해 사회적 기업 지원 예산도 1천760억으로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 대학이 참여할 여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부터 방과후학교 사회적 기업 시범사업에 전국적으로 22개 대학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전공지식을 풍부한 학생들을 방과후학교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서 대학생에게 학교수업과 동시에 취업경험을 미리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학과 대학생 모두가 대학의 사회적 기업 활동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등록금 해결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학교수와 대학이 이제는 대학 내에서의 활동에 만족하지 말고, 사회적 기업처럼 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대학의 교육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교육기부 포털(www.teachforkorea.go.kr)를 만들어 일반인을 포함한 대학구성원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재능을 공유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대학교수의 사회참여가 정치참여 문제로 신문방송에서 회자되기보다는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사회와 공유하는 모습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의 교육기부는 기성세대인 교수나 직원이 20대의 젊은 학생과 함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재능기부를 스스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100세 시대에 적합한 프로 보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양정호 성균관대·교육학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를 했다.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과 입학전형지원실장을 지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과 입학사정관 교육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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