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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디지털 시대의 전체주의와 이기주의
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디지털 시대의 전체주의와 이기주의
  • 조태영 서강대 HK연구교수·언어학
  • 승인 2012.05.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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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영 서강대 HK연구교수·언어학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우리들』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그리고 조지 오웰의 『1984』는 세계의 대표적인 3대 디스토피아(dystopia) 소설로 꼽힌다. 미래의 전체주의 정부에서 통제받는 사회를 배경으로 삼은 3개의 소설에서는 인간 개인에 대한 존엄성은 철저히 배제된다. 어디를 가나 비밀리에 숨겨진 카메라와 도청 장치, 그리고 보안요원에 의해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전체주의 중앙정부에 보고되고 감시된다.

1969년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했을 때, 지구에서는 제이거(Zager)와 에반스(Evans)가 듀엣으로 부른 ‘서기 2525년(In the year 2525)’” 이라는 팝송이 크게 유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래의 내용은 과학문명이 눈부시게 발달한 미래사회의 인간 利己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철저하게 과학문명에 의존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 실망한 신께서 고개를 흔들며 후회하는 부분은 노래의 압권이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2천100만명을 넘었다.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의 작은 창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하철에서는 모두들 스마트폰 속의 사이버세계에 제어된다. 말을 배우기도 전에 스마트폰과의 대화를 먼저 배우는 어린아이들도 생겨났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의 사이버세계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것이 더욱 친숙하다. 실시간으로 서로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먼 나라의 낯선 외국인들과도 쉽게 사귈 수 있다. 사생활이 공개되고 세계가 가까워진다.

사이버세계에서는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실시간으로 개인의 정보를 업로드하고 타인의 것을 열람한다. 넘쳐나는 정보를 열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이버세계의 보안요원이 된다. 이는 사이버세계를 지탱하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눈에 안 보이는 전체는 이에 반하는 개인이라면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제거한다. 여기에 진실의 해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직 ‘전체에 희생당하는 개인’의 논리만이 작용할 뿐이다. 사이버세계에 전체주의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사이버세계가 북적거리는 동안 현실세계에서는 이기주의가 팽배해졌다. 이웃의 냉대한 무관심 속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쓸쓸히 맞이한 독거노인들의 시신이 속출한다. 아이들은 누구 하나 고민을 들어줄 친구가 없어 ‘왕따’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지하철에서는 상식을 넘어선 ‘~녀’, ‘~남’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외부세계와 단절하고 방안에서 하루 24시간 사이버세계의 게임에 빠진 대학생들의 수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눈은 여전히 스마트폰의 작은 창에 고정돼 있다. 사이버세계에 너무 친숙해졌는지, 우리는 현재 소설 속의 이야기가 현실이 돼 버린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정말 신께서 고개를 흔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조태영 서강대 HK연구교수·언어학
인도네시아 하사누딘(Hasanuddin) 국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서강대 동아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있다. 인도네시아 고대문자 발전사 및 고대문헌 해독이 주요 연구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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