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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많아도 재정 있어야 개혁 구체화 … 지표 좋아지니 인지도 ‘선순환 효과’”
“아이디어 많아도 재정 있어야 개혁 구체화 … 지표 좋아지니 인지도 ‘선순환 효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5.03 2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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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

“가톨릭대, 뜨는 대학 아닙니까.”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59세, 사진)은 자신만만했다. 대학경영·철학에 강한 확신이 듬뿍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가톨릭대는 최근 1~2년 굵직굵직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연이어 따냈다. 학부교육선도대학지원사업(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신설 약학대학 우수사례대학·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취업지원역량 우수대학(2011년), 산학협력선도대학(2012년) 등등. 지난 3년 사이, 국책사업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축하인사를 건네자 “사업을 추진할 때 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뛰어난 인적자원을 집중시킨 데 따른 평가”라고 손사레쳤다.

중소규모 수도권대의 저력을 이끄는 가톨릭대는 지금, 격변기의 대학사회에서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빠른 변화는 바른 변화다’ 정문에 큼지막하게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지난 3년, 박 총장의 대학경영과 철학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말해준다. 박 총장을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 일시 : 2012년 4월 26일 오전 10시 30분
● 장소 : 가톨릭대 총장실
● 대담 : 최익현 편집국장
● 사진·정리 :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전세계 20명 밖에 되지 않는 로마 교황청 성서위원이다. 교황이 직접 임명한다. 보통 70대 중반이지만 박 총장만 유일하게 50대다. 잠언, 코헬레 등 지혜문학을 담당하고 있다. 성서위원들은 대개 4~5년 연구해서 겨우(?) 네 쪽 정도만 쓴다. 박 총장이 내건 기조 '가장 빠른 변화는 바른 변화다'는 성서위원이자 신부로 살아온 그의 철학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연이어 선정됐다. 비결이 뭔가.
“가톨릭대는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대학 중 하나다. 입학사정관제부터 산학협력까지 대학교육의 틀을 총체적으로 잡았다. 입학부터 취업까지 ‘잘 가르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비교과 프로그램인 교수-학생 멘토링과 자기주도적 학습커뮤니티는 타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말해준다. 2009년과 2011년 2년 사이 취업률(건강보험DB 기준)이 28.6%나 올랐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 대외 평판도도 높아지고 우수한 학생들이 속속 입학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생명과학과 3.90%, 경영학전공 3.98%, 국제학부 4.46% 등 수능 상위 5% 이내의 학생(정시 일반전형 다군 최초합격자 기준)들이 합격했다. 평가지표가 좋아지니 도미노효과가 나는 것이다.”

△ 교과부 정책과 대학의 발전 방향을 일치시킨 것인가.
“대학개혁의 관건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지다. 결국 재정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의 여러 사업들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때만해도 ‘개천에서 용 난다’고 했다. 지금은 아주 좋은 환경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못 간다. 그러나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학원근처도 안 간 학생들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여전히 많다. 대학시설, 교수진 등 교육여건을 마련치 않고 어떻게 학생들 꽃 피우게 하겠나.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외부연구비로 ‘구현’해 내는 것이다. 덕분에 대학 지명도가 높아지는 등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

△ 대체로 대학평가에 거부감이 많은데, 가톨릭대는 평가를 자기동력으로 쓰는 듯하다.
“학생들 가르치면서도 평가를 한다. 학생들은 짜증을 낸다. 그러나 한 학기 배운 바를 다시 공부하면서 정리하면 피와 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학생들을 줄 세우냐며 부정적으로만 본다면 세상의 모든 평가는 없어져야 한다. 과연 그렇게 부정적이기만 한가. 평가는 ‘정리’하는 거다. 예컨대 최선을 다했는데 10등밖에 못했어도 괜찮다. 분명히 남는 게 있다. 대학평가도 마찬가지다. 1등 하면 좋다. 가톨릭대는 최근 모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14위에 그쳤다. 마음 같아선 2, 3등은 해야 하는데… 그러나 최선을 다하면 된다. 누군가는 평가해서 채찍을 가해야 건전한 대학교육의 체계를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도 평가하고 지원해야 한다. 노력해서 기준에 맞춰가면 된다. 똑같이 엄격한 평가를 받는 거다.”

△ 가톨릭대의 교육의 강점은 무엇인가.
“윤리적 인재양성(ELP: Ethical Leader Path)이다. 자기가 가야할 길을 스스로 가는 거다. 한길로 새지 않는 것이고, 바르게 사는 거다. 바른 길을 가는 사람은 다른 길을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들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끌어줄 수 있다. 수요자 중심 교육, 학생관점 경영을 중시하지만 전적으로 학생들의 요구에만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과 학생들이 가야할 길은 다르기 때문이다. 영혼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내세우는 게 지성과 인성이다. 지성만 가르치면 ‘대학 1.0’이다. 지성과 인성을 같이 하면 ‘2.0’이다. 영혼과 철학이 있으면 영성이 있다. ‘대학 3.0’이다. 바르게 가야 늦은 듯하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가다가 멈출 일이 없기 때문이다.”

△ 박사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원 정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고학력 실업,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안타까운 면이 있다. 박사학위자는 자기 분야에서 ‘대단한 전문가’여야 한다. 박사학위는 있는데, 많이 공부했나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다. 학위중심으로 공부한 거다. 개인도 사회도 불행한 일이다. 적어도 10년 안에 학령인구가 20만명 줄면 교수요원은 적어도 2만~2만5천명의 자리가 없어지는 거다. 너도나도 박사학위 양산하지 말고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가톨릭대도 마찬가지다. 대학원 과정 학생 한두 명 가르치려고 9시간을 개설하고, 교수 2~4명이 매달려야 한다. 비효율적이다. 학과를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박사학위는 신중해야 한다. 정말 공부할 사람, 가르치는 것이 좋은 사람은 학위를 하되, 그렇지 않으면 자제해야 한다.”

 

△ 논의를 대학구조조정으로 이어보자. ‘2030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대응이 화두다. 가톨릭대의 복안은 무엇인가.
“우선 대학은 기존의 전공체계를 깨야 한다. ‘융·복합’ 분야를 중심으로 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줄어드는 학생 수만큼 학과 정원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옛 패러다임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체제로 학제를 개편해야 한다. 대학은 이 자체를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소니나 지엠이 이렇게 급격히 무너질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나. 이들 기업은 전략종목 ‘하나’만 고수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원하는 것 빨리 선택해서 전공을 다시 배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절대로 안 무너진다. 실제론 10년도 채 안 남았다. 입학생 공백을 메우려면 ‘인바운드 국제화’가 중요하다. 취임 때부터 24시간 영어기숙프로그램(GEO: Global English Outreach)을 강조했고, 규모가 벌써 3배 이상 늘었다. 10년 내로 상당 부분의 전공강의도 영어로 진행할 계획이다.”

△ 대학개혁의 시대라 그런지 요즘 부쩍 재임하는 총장들이 많다. ‘재임’ 계획하고 있나.
“모르는 일이다. 성직자는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사람이다. 내일은 내일에 맡기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나는 공부하는 학자다. 공부할 땐 최선을 다해서 했다. 지금은 최선을 다해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공부하듯이 한다. 총장도 1등하고 싶다. 그럴 때다. 다만 오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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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승환 2012-05-05 18:07:04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가톨릭대학교를 더욱더 훌륭한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총장님께서도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