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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포르노그래피
교수와 포르노그래피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2.05.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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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

미국의 고등교육전문지인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 최근 보도한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끈다. 교수, 그것도 여교수와 포르노그래피에 관한 기사다. 팩트를 전제로 이미 보도된 것이기에 실명을 쓰기로 한다.

제이미 프라이스라는 미국 아팔라치안주립대의 사회학과 정년보장 교수가 학교 당국으로 부터‘휴직(administrative leave)’조치를 당했다. 이유는 포르노 관련 영화를 보여주는 등‘부적절한’강의 방법 때문이라는 것. 발단은 사회학개론 강의를 듣는 학생 수 명이 대학당국에 프라이스 교수의 강의 방법과 내용에 대해 항의하는 편지를 보낸 데 있다. 학생들의 항의에 대학측은 프라이스 교수에게‘휴직’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프라이스 교수는 이 조치에 반발,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대학에서 8년간 봉직해온 프라이스 교수는 대학측의 조치에 여러 경로를 통해 항의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학교와는 별도로 학생들의 반발이‘강의의 적실성’에 맞춰져 있다는데 있다. 사안의 문제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수업방법이지만 교수가 포르노 영화로 강의를 진행한 것이 적절한 것이냐, 이게 학생들이 항의하는 이유다. 강의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 학생들로부터 뭔가‘불편하게’받아들여진다면, 대학측은 그 강의를 진행한‘교수’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마침 이 뉴스가 나온 즈음에 우리나라에서도 교수들이 포르노그래피를 본격 조명해 화제가 됐다. 지난 21일 건국대 몸문화연구소가 개최한‘포르노를 말한다’제하의 학술대회가 그것이다. 교수와 포르노그래피 간의 얘기지만, 물론 내용은 다르다. 그러나 프라이스 교수가 주장하는‘학습방법으로서의 포르노’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유사한 측면도 있다. 음지에서 방치되다시피 한 포르노를 학문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고자 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학술대회를 주최한 연구소 소장의 말이 재미있다. “상아탑에서 내려다보는 고고한 자세가 아니라 교수라는 계급장을 떼고 동시대인으로서 얘기하기 위해 연구자들 모두 포르노를 열심히 봤다.”포르노가 불법으로 규정된 사회에서 학자들이‘교수라는 계급장을 떼고’‘공개적으로’‘열심히’봤다고 고백했으니, 세인들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프라이스 교수가 사회학 개론 강의시간에 보여준 포르노는 미국에서는 잘 알려진「쾌락의 댓가(The Price for Pleasure)」라는 영화다. 포르노 산업과 이를 통해 돈을 버는 관련 기업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프라이스 교수는 이 영화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에서도 인정한 이른바‘학습도구(teaching tool)’라는 점을 내세워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 프라이스 교수에게 휴직조치를 내린 대학은 과연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포르노그래피를 강의에 가져온 교수는 또 자신의 선택을 윤리적으로 옹호해 낼 수 있을까.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의 포르노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이런 게 있다. “포르노의 특징은‘더욱 더’의 과잉에 대한 집요한 요구”라는 것. 이 내용에 프라이스 교수를 놓고 그의 강의를 다시 생각해 본다. 그 사이로“연구자들 모두 포르노를 열심히 봤다”는 연구소 소장의 말이 슬며시 끼어든다. 春四月은 이래저래 春興의 계절이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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