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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독주·소통부재로는 발전 어렵다
독선·독주·소통부재로는 발전 어렵다
  • 오범세 前 인천 청천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2.04.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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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사태를 바라보면서

오범세 전 인천 청천초등학교 교장
학교 경영자의 리더십은 그 학교의 발전을 좌우한다. 지난 해 4월 학생과 교수의 잇따른 자살 사태 후 또다시 이번 4월에도 4학년 학생이 투신자살해 KAIST가 충격에 싸이고 있다. 우리가 알기로는 KAIST는 전국에서 선발된 영재들이 모인 학교요, 세계적으로 훌륭한 석학들이 가르치는 대학이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국내에서 최고로 많은 기부금과 발전기금을 조성해 첨단 교육시설을 갖추고 세계 상위권 대학이 됐지만 인사관리, 학생 교육법과 생활지도에 민주적이었고 교육적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세계 대학 경쟁력을 내세워 교수 정년심사를 강화하면서 훌륭한 교수들을 실망시키는가하면 성적 부진 학생에게 징벌, 징계식의 등록금을 내게 함으로써 문제의 발단이 됐다고 보는 견해가 국민들의 시각이다.

교수들은 신규임용 과정에서부터 엄격한 심사와 검증을 거처 온 국내외 실력자들이다. 그리하여 교수들은 카이스트 교수라는 긍지로 학자의 도를 지키려고 부단히 연구하고 있으며, 수업에서도 수년간의 경험으로 교수기법도 탁월한 학자일진데 어찌하여 그들을 재심사해 실망 시켰을까. 이런 인사 방침은 자칫 유능한 교수의 손실일 수도 있다.

공직자는 신분이 보장되는 아늑한 분위기에서 그들의 소신을 펼 수 있는 것이다. 불안 공포를 조성하는 분위기 가운데서는 그들에게 스트레스, 우울증만 조장할 뿐이다. 우울증은 연이어 열등감, 좌절감, 무능력, 염세주의에 빠지게 하는 무서움이 도사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기에 따른 정신 위생을 치유하는 생활지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무한경쟁 밀어붙이기식은 최고의 지성인인 교수와 진리 탐구를 하는 대학생, 뜻있는 국민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편법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교육의 본질은 벌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대안을 찾는 데 있다. 교육원리에 자발성 원리, 칭찬 격려의 수용적 언어 상호작용의 효과를 많이 적용한다. 학생들에게 벌을 준다는 것은 격분을 북돋아 주는 것이 되고 결국은 교육을 받을 수 없게 한다. 정신분석심리학자 에릭슨은 “어떤 일에 실패를 거듭하거나 질책을 받으면 열등감에 사로잡혀 평생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꽃이 성장하고 아름다움을 드러내려면 햇볕이 필요한 것 같이 사람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프랑스 교육철학자 루소도 말했다.

지난 사태 이후 경영방침이 호전됐겠지만 아직도 미진함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학교는 자기가 원하는 성공의 등용문이 되도록 지도하는 곳이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의의 경쟁과 부진한 학생의 선도가 따라야 하는 바 학생이나 교수들을 다그치는 일이 있다면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국의 영재 학생이 모인 학교에서 혹 상대적으로 부진하더라도 그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면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무슨 일리든 해낼 수 있는 저력과 轉移力을 갖고 있다고 본다.

모름지기 총장은 뛰어난 학자를 넘어 경영자다. 민주적 학교 경영은 전문적 식견과 권위를 바탕으로 소신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경영자 입장에서 교수나 학생이 나태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공부하기를 바란 것은 당연하다. 역으로 생각해 볼 때 권위주의로 조직을 이끌어 갈 때는 거의 반발과 불만의 소리가 높게 마련이다. 독선, 독주, 소통의 부재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어느 대학에도 협의하는 체제가 있을 것인데 의사소통으로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펴는 겸손한 지도자가 곧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자율성이 허용된 따뜻한 면학 분위기가 교수와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차제에 감히 바라기는 앞으로 심기일전해 다시는 학생과 교수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는 명문대학으로 명예를 회복해 가고 싶은 대학, 모든 학생들이 성공해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대학으로 더욱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정부에서 특별히 기대를 걸고 출연한 대학인만큼 첨단과학교육시설을 갖추면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교수사회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되는 대학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내는 대학으로 발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오범세 前 인천 청천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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