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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고시원 총무’ 되다
신임교수, ‘고시원 총무’ 되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4.24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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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인터뷰_ 이동규 동아대·석당인재학부(정책이론)

인터뷰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서른 일곱의 신임교수는 낮부터 걸려온 기자의 채근에 못 이긴 듯 전화를 받았다. “학생 면담 중이었어요.” 이동규 동아대 교수(37세, 석당인재학부)는 해가 지면 고시원 총무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동규 동아대 교수
이 교수가 부임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는 법학과가 로스쿨로 전환된 일종의 자유전공학부다. 국가고시·공인회계사·로스쿨 세 트랙이 있다. 생긴지 3년째 접어드는 신생학부라 최고 학년이 3학년이다. 휴학생을 빼면 89명, 전원 기숙사 생활이다. 잠은 5층에서 자고 4층엔 학습실이다. 학습실은 고시촌을 방불케 한다. 이 교수 연구실은 학습실과 복도 하나를 마주하고 있다. 부임 2개월 만에 이 교수 연구실은 고시원 총무방으로 변했다.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고민을 상담한다.

원래 고시원 총무는 주말이 따로 없다. 그의 존재는 고시원 안에서만 유효하다. 이 교수가 학생들의 선배이자 총무를 자청한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지역대 신생학부의 잠재력을 증폭시킬 복안을 품고 있다. 국정평가연구소, 국회예산정책처를 두루 거치면서 익혀온 공공정책의 연구방향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론이었다. 학생들의 축 처진 어깨를 볼 때면 신진학자의 눈빛은 빛난다.

“미국 이론을 수입해서 한국 현실을 짜맞추는 식의 연구에 저는 계속 문제제기 할 거에요. 왜 ‘지금 우리’를 보지 않을까요, 왜 우리는 미래가치를 포기하고 현재만 볼까요.” 이 교수는 부임 첫해 연구주제를 아예 ‘동아대 발전방안’으로 잡았다.

미래가치는 학생들이다. “리더가 되고 싶으면 먼저 주변인이 돼봐라.”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학생들과 마주할 때면 이 교수는 주변인이 된다. 학생들은 이 교수의 눈에 비친 자신을 발견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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