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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대학가 방학중 특별 프로그램 분석
[해설] 대학가 방학중 특별 프로그램 분석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2.07.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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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9 19:56:05
각 대학들이 방학중 잇단 특별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취업난을 의식한 듯 많은 대학이 산학협동 프로그램이나 해외 연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꾸미고 있다. 한편 대학의 ‘낭만’과 ‘실천’을 상징하는 대표적 여름철 행사인 ‘농활’은 올해도 계속되지만 참여는 조금씩 줄고 있다.

낭만인가 현실인가

KAIST·경북대·한성대는 올 여름, 삼성SDS가 운영하는 IT 교육기관인 삼성멀티캠퍼스(소장 류병수)와 공동으로 ‘IT 여름학교’를 연다. 학생들이 대학에 개설된 삼성멀티캠퍼스의 실무강좌를 들으면 정규학점으로도 인정되고, 실무를 배워 취업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조선대는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세종리더십개발원 및 민주시민교육센터 등을 초청, ‘하계 여대생 캠프’를 열었다. 캠프에 참가했던 한 여대생은 “그간 지방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웠던 교육인 만큼 주위에서 알차다는 반응이었다”고 귀띔한다. 행사를 주관한 학생처 여학생개발실에서도 최근 ‘여자’인데다 ‘지방대생’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온 여학생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숙명여대 또한 ‘2002 숙명 밀레니엄 장학금 해외문화탐방단’을 구성, 학생 72명에게 각각 1백만원씩의 경비를 지급해 3명씩 팀을 이룬 학생들이 2주 동안 외국을 탐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대학 여건종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여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 기회들을 제한받아왔다”며 “새로운 가능성들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많이 나가서 배우고 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계명대 역시 여름방학 중 재학생들의 해외연수를 적극 지원, 해외 7개 자매결연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재학생 1백36명에게 각각 50만원씩을 지급하고 섬유패션산업특화 국제전문인력양성 국책사업단 학생 15명의 이탈리아 섬유전시회 참관 경비 전액을 지급하는 등 학생들의 국제화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명석 단장은 “교수들이 오히려 ‘가본 학생과 안 가본 학생이 확실히 다르다’며 학생들의 해외 파견 제도를 적극 권장한다”고 밝혔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 뿐 아니라 넓은 세상에 대한 문화적 충격과 우리나라가 어떤 곳인지, 내가 하는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체감이 생긴다는 것.

영남대도 학생들의 현장체험과 해외경험을 장려한다는 취지 아래 ‘워크 앤 트래블 유에스에이’프로그램을 시행, 지난달 19명의 학생들을 미국 외식·호텔업체 등에 파견했다. 경북대의 해외인턴 제도도 눈길을 끈다. 이번 달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미국 커넥선트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경북대의 네 학생들은 항공료·숙식은 물론 비자수속비, 월 4백60여 만원의 급여 등과 함께 첨단 기술 체험과 실무능력 습득의 기회를 갖게 됐다.

줄어드는 자원봉사 활동

이처럼 치열하게 진행되는 특별 프로그램과 해외 여행 및 연수의 한켠에는 대학과 학생들의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이화여대의 한 학생은 “취업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돼 방학 때 친구들과 여러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취업률에 신경을 바짝 쓸 수밖에 없는 대학과 취업지도실 측에서도 이같은 ‘바쁜’ 방학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반면 진로에 뚜렷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농활’ 등의 자원봉사활동은 과거에 비해 아무래도 숫자가 줄고 있다. 연대 자원봉사동아리 로타렉트의 한 회원은 “새내기 학번의 참여율이 높지 않다”며 “학생들 대부분이 어학당 같은 곳을 다닐 계획인 걸로 안다”고 밝혔다. 광주대 농활 인원도 예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로 크게 줄었다. 충남대 동아리 연합회의 한 학생은 “진로에 대한 걱정, 학부제로 인한 개인주의 현상의 심화 등으로 인해 농활 뿐 아니라 동아리 등 전반적인 학생활동에 대한 참여가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학과)는 “남들이 안가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자신의 전공에 대한 고민을 해보길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몰리는 곳은 더욱 몰리고 부족한 곳은 더욱 부족해지는 가운데, 대학가 역시 ‘대학생’ 만들기와 ‘준사회인’ 만들기라는 두 가지 역할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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