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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도 ‘학령인구 감소’ 겪었다
1980년대 미국도 ‘학령인구 감소’ 겪었다
  • 채재은 가천대·교육대학원
  • 승인 2012.04.17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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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 있나

수년 내에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학령인구 감소는 모든 대학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미충원 문제를 겪는 정도와 양상은 다르겠지만, 모든 대학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학생 수 감소는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들에게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대처하는 방안으로서 그동안 학과 구조조정, 외국인 유학생 및 성인대학생 유치 등이 주로 논의되어 왔는데, 이외에도 대학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들이 다각도로 모색될 필요가 있다.

미국 대학 사례들을 참고해보면, 1980년대 중반에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학생 확보와 유지(student recruitment and retention)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당시 논의됐던 여러 방안은 국내대학에도 시사적이다.

첫째 ‘학생자원의 확보와 유지’를 대학경영과 연계시키는 ‘등록경영 시스템(enrollment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하는 것이다. 등록경영은 개별 대학의 미션과 유지에 필요한 적합한 수준의 학생등록 규모와 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대학 마케팅, 입학정책, 학업중단 예방 프로그램, 학자금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국내대학 중에도 학과 경쟁력, 재정규모 등을 고려해 학과별 정원규모를 관리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다 많은 대학이 대학행정의 주요영역을 학생 확보와 유지 차원에서 상시 점검하는 등록경영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둘째 학과(전공) 개설 및 폐지를 유연화 하는 것이다. 미국 대학들의 경우, 융합학문을 비롯해 학문 변화 추이, 인력수요 변화 등을 반영한 학과의 신설·폐지가 유연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는 ‘학과 이기주의’로 인해 신입생이 줄어들고, 휴학율과 전과율이 높은 학과들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수들을 학과가 아닌 ‘단과대학’에 소속시키고 전공의 신설·폐지가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한 교수 자원의 활용도 가능해지고 사회 수요에 부응한 전공 개설로 인해 대학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셋째 ‘학업중단 예방’을 학생 교육과 지원 서비스의 키워드로 삼는 것이다. 미국 대학들은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만학도, 소수민족 학생 등)’을 별도로 구분해 학업지원, 정서적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소위 상위권 대학 편입이 휴학의 주요 원인이지만, ‘학생의 부적응’도 공통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부적응의 원인은 학생에게도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학생 확보에만 매달리는 국내 대학의 관행에도 있다. 따라서 우수 학생의 확보뿐 아니라, 학생 개인별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시스템을 단위 대학 안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경영, 학생선발, 학사운영, 학생지도 등 모든 면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는 처음에는 삼키기 어려운 ‘쓴 약’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대학들이 ‘학생 중심의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도와주는 ‘좋은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채재은 가천대·교육대학원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했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관련, 다수의 연구를 수행했다. 오는 6월 전국교무·기획처장협의회 공동세미나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대처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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