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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추함’등식 성립케 하는 사회적 담론이 노인문제 왜곡한다”
“‘늙음=추함’등식 성립케 하는 사회적 담론이 노인문제 왜곡한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4.17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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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노년인문학센터 학술발표회, ‘노년 담론의 인문학적 성찰’

고령사회로 변화, 프랑스 115년·한국 19년

의학기술의 놀라운 진보와 공공의료 정책의 실시로 사회가 안정화되면서 우리사회는 소득수준의 증가와 더불어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평균수명 역시 증가하게 됐다. 실제로 고령사회로 바뀌는데 걸린 기간이 프랑스는 115년, 스페인은 85년, 일본은 24년이였는데 비해 우리는 19년 만에 초고속으로 사회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급속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젊은 층에게는 자신들이 부양할 국민의 증가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국민연금문제와 함께 거론되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사회적 담론의 대다수가 노인을 경제적 활동이나 노동 현장에서 은퇴해 역할 상실과 건강과 소득을 상실한 인구층으로 지칭하고 있다. 노령인구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여전히 노인을 생산능력이 없고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존감이 매우 낮은 계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대다수의 언어 자료에도 그러한 인식이 반영돼 노인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내고 있다.

노인문제를 언급하는 신문기사에 등장하는 노인과 연어관계(collocation)를 형성하는 수식어를 통해 언어현상에 비친 노인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면 우리사회의 노인에 대한 전반적 의식구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텍스트화 된 자료에 나타난 노인에 대한 수식어의 결합관계를 살펴 우리사회가 노인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인식을 살펴보고자 했다. 말뭉치 검색기를 이용해‘노인’혹은‘늙은이’라는 단어가 선택된 말뭉치자료를 찾아 언어화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노인’과 결합한 수식어는 총 8개의 범주로 정리됐다.  

외모, 신체에 관련된 어휘(노인, 늙은이), 나이에 관련된 어휘(회갑, 환갑, 65세 이상의 등), 죽음(어차피 돌아가실, 죽을 날만 기다리는), 건강(실성, 치매, 노인의 신경증, 만성질환, 회복속도 느려 등), 고독, 소외 와 관련된 어휘(홀로 고립, 자식에게 집을 내 주고, 시중 들어줘야 하는 등), 사회/정보와의 관계(사회적 약자, 노인복지, 사회의 적, 정보화는 먼 등), 직업(점쟁이, 도박판, 집에서 노는, 술 취한 등), 긍정적 이미지(지혜, 예에 밝은, 깨달음, 지칠줄 모르는 기억력의 등) 이 그것이다.  

리프만(미국 평론가)은“우리는 대개의 경우 보고 나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하고 나서 본다”고 하고“어떤 스테레오 타입 체계가 확고히 정착돼 있을 때 우리의 관심은 그러한 스테레오 타입을 뒷받침하는 여러 사실에 이끌리고 그것과 모순된 것은 놓친다”라고 했다. 이것은 대중이 스테레오 타입을 일종의 여과장치로 사용하고 정보를 선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노인에 대한‘늙음=추함’이라는 등식을 성립하게 하는 이러한 단상이 담론을형성하면서 노인문제에 대한 왜곡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근대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기 전 농경 사회에서는 오래 산 사람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전제돼 있었다. 연장자의 경륜과 인격을 존중하는 미덕을 숭상하고, 가족과 친족 범위 내의 어른에 대한 부양을 당연한 도리로 여기던 전통이 산업화 이후 급속도로 희석됨에 따라 노령인구에 대한 유대감과 가족주의 등 대표적인 동양적 사회복지 사상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화 이후 노령인구 유대감 희석돼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반해 그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노인으로 치부되는 현실은 낡음과 늙음을 동일시함으로써 사물에만 적용되던‘낡음=쓸모없음=페기’이라는 공식이 사람에게로 확장돼 노인에 대한 존경을 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사회는‘효’규범의 지배하에 가족이 노인 보호와 부양을 책임지고 있었고 국가는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복지체계를 마련하는데 미흡했다. 그래서 사회전반에 노년기는 불행하고 절망스러운 시기라고 여기게 되고 삶의 질이나 행복에 관한 인식은 젊은 층만의 문제인 것으로 생각해 왔다. 연령이 증가하면 주관적 안녕(subjectivewell-being)이 낮아지는데 그 요인으로 빈곤과 질병 및 건강 악화, 경제적 빈곤 및 쇠퇴, 사회적으로 역할 상실,소외고독 등이 있다.

이제 노년기에 경제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이란 다양한 영역으로 채워지게 돼있으며 삶의 마디마다 우리 삶에 새겨지는 무늬는 가족, 친구, 여가, 문화, 종교 등 여러 가지가 엮어져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노년기에 대한긍정적 태도를 함양하고 노년기 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하여 바람직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의식의 전환과 준비가 필요하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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