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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탁사업 한다고 교과부 산하기관이냐”
“정부 위탁사업 한다고 교과부 산하기관이냐”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3.27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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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감사로 불거진 대교협 정체성 논란

새 회장 취임을 앞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19일 나온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감사 결과 때문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대교협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교과부가 대교협을 감사한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10년 만이다. 노재익 교과부 연구감사팀장은 “정부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원칙적으로 3년에 한 번 감사를 받게 돼 있다”며 “감사인력은 부족한데 감사 대상은 너무 많아 그 동안 실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 결과 지적 건수가 총 27건에 달했다. 교과부는 전 평가지원부장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부당하게 지급된 연구비와 수당 등 6억4천만원을 회수하도록 조치했다. 대교협에 대해서도 ‘기관 경고’를 내렸다. 교과부는 “대교협의 사무에 대한 감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정부 위탁사업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교협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위탁해서 운영한다지만 대교협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감사에서 지적된 대학생 글로벌현장학습 사업도 교과부와 다 협의해서 진행한 것인데 모두 대교협이 잘못한 것처럼 말하니 당혹스럽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무리한 감사’라는 논란도 있다. 교과부는 정부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에 대한 감사라고 이유를 댔지만 감사 지적사항의 상당 부분이 기관 운영, 그 중에서도 인사 문제에 집중됐다. 이는 대교협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대교협은 기본적으로 200여개 4년제 대학이 내는 회비로 운영하는 협의체다. 회원 대학이 대교협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교과부가 운영에까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근거가 있냐는 것이다.

대교협이 교과부 감사 결과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대교협은 대학 간 협의체로 민간기구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단체인 만큼 기관 운영에 관해 감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과 규정을 검토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것에서도 이런 속내가 읽힌다. 다만, 정부 위탁사업에 대한 지적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대준 대교협 사무총장은 “교과부 사업을 위탁 운영한다고 해서 대교협의 성격이 대학 협의체에서 교과부 산하기관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데 처분 내용이 과한 면도 있다. 대교협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감사 결과라면 그냥 받아들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라며 “법률 자문이 끝나는 대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대교협이 자초한 면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교협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입 업무를 시작으로 교과부로부터 많은 사업을 넘겨받았다. 최근에는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정보공시제도 역시 대교협으로 넘어왔다. ‘대교협이 교과부인 줄 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작 사업 기획과 주요 의사결정 권한은 대교협에 있지 않다.

대교협에 근무했던 한 교수는 “대교협은 사실상 단순 집행기구에 불과하다. 교과부가 직접 통제가 어려운 부분을 간접 통제하면서 일일이 간섭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과부 입장만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교협 역할 강화와 자율, 4월 6일 취임하는 함인석 대교협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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