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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국제공조인가? 北 요구 수용인가?
해법은 국제공조인가? 北 요구 수용인가?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3.27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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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4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개최

후쿠시마 사태, 고리원전 사고은폐, 그리고 26일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까지, ‘핵’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 핵 문제를 진단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22일 프라자호텔에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동북아시아 핵문제의 제고'가 그것이다.

북한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극동문제연구소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이번 학술대회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꼬일대로 꼬인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협의와 국제 공조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 없이는 국제 공조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때 비핵화가 급물살 탈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는 대목이다.

「오바마 독트린 평가」를 발제한 리언 시걸 미 뉴욕사회과학원(SSRC) 국장은 서울이 북미간의 대화를 중지시키려고 했던 때를 가장 위험했던 시기로 지적하면서 "비포용 정책은 결코 북한 내부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비핵화를 위해 경제적 조치를 취하고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제공에 주력을 기울이지만, 비핵화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화해의 문제"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사벨예프 러시아 국제안보센터 전략연구소장은 「대량살상물질과 무기확산에 대한 국제파트너십 재평가」에서 '지구적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성공한 사례로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강력한 정치적 요소가 종종 미국과 러시아간의 불신과 의심을 야기했고, '지구적 파트너십 프로그램'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비확산프로그램과 같이 국제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실행계획은 국가간의 관계를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제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학술대회의 흥미로운 장면은 발표자들이 아니라 토론자들이 연출했다.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북한정치)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을 평가해 달라"라는 요청에 리언 시걸 국장은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이 취한 조치들은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좋은 영향도 못 미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이 사과한다고 달라질 것이 뭐가 있는가. 향후 교전이 재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국지적 도발에는 단기적 대응보다는 1992년 공동성명처럼 협의를 근거로 계속해서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외교)는 탈냉전 시대 러시아의 비핵화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유럽영토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불만을 표시한 러시아가 다자간협상에서 탈퇴를 시사한 점을 들어 “러시아는 교착상태와 세계평화로의 전진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라고 러시아를 꼬집었다. 사벨예프 박사는 군비통제와 관련해 “누군가 상대국가에게 속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상대국가보다 우월성을 확보한다는 유혹이 존재하는 한 GPP 국가들의 신뢰형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피터벡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는 국제 공조나 협의가 무용하다는 반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이스라엘과 인도가 이미 비핵화 체제에 큰 구멍을 냈고, 이란 역시 핵보유국 문전에 서 있는 지금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주변국의 의사결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표현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줄 때, 유의미한 화해와 진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3면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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