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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를 바라보는 계간지의 두 시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어디에?
'한국정치'를 바라보는 계간지의 두 시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어디에?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3.14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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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 계간지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두 시선이 있다. 동시선거가 치러질 2012년의 한국정치 진단이다. <역사비평> 98호는 외면당한 현 정당들에게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조건이며, 연합정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해문화> 74호는 무너지는 정당정치의 빈곤한 현실을 탄식하지만, <역사비평>과는 대조적으로 정당의 본질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위기를 초래한‘여론’의 실체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며‘다시’정당정치로의 복귀를 주장한다. 여기에 탈정당정치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서도 대선이 치러진다. 중요한 두 선거를 앞두고 <역사비평>봄호는‘연합정치’를 특집으로 다뤘다. 조성대(한신대)·홍재우(인제대) 교수는「연합정치의 비교정치적 맥락과 한국적 적용」에서 현재진행형인 한국 연합정치의 쟁점을 한국 연합정치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조 교수와 홍 교수는 연합정치를“‘대통령제의 위험성’을 제도적으로 보정하려는 작업의 일환으로 제안된 정치 형태”라고 이해하면서, 연합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대통령의 권한 축소 및 의회선거의 비례대표제, 대통령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라는 제도적 장치를 제안한다.

반면 김지형 한양대 교수와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는 과거 연정실패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2012년을 대비하자고 말한다. 김 교수는「1956년 대선과 민주당-진보당 야당연합」에서“고 신익희 씨에게 투표하는 것은 이승만 박사에 대한 불신임 의사표시일 수 있다”라고 한 민주당의 사고력은 박기출 후보가 사퇴한 진보당보다 현실에 만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한다. 결국 장면 부총리의 당선으로 민주당은 보수야당의 자리를 굳건히 한다.“거대 보수야당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야권연대는 힘을 모으기보다 분산시킬 수 있다”는 그의 결론은 1956년이라는 과거시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의 불안인가 새로운 정치의 출현인가」가 시사하듯 <황해문화> 74호의 문제의식은 정당정치로의 복귀를 모색하는 동시에‘새로운 정치’의 출현 가능성을‘세대동맹’과 풀뿌리정치에서 찾는 데 놓여 있다. 박상훈, 한귀영 등이 정당정치의 복귀를 강조했다면, 박권일 <자음과 모음 R> 편집위원(「세대와 정당정치」)은 좀더 나가 정치주체의 시선으로‘세대동맹’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시민이 정당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대에서 40대까지의 세대동맹이라는 언술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안철수 현상’에 담겨 있는‘정상적 근대의 실현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이들에게 공통적 선거의제가 될 수 있다면 현실화의 가능이 있다”라고 지적한다.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운영위원(「탈정당정치의 정치-풀뿌리정치의 꿈틀거림」)은 기존의 정당정치에 발본적 문제제기를 던졌다. 그에게 새로운 정치의 중심은 정당이 아니라 풀뿌리 운동이다. 이 움직임이 최근‘녹색당’창당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풀뿌리 정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정치의 과정 자체를 넓여 제도와 일상 속에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백가쟁명식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이들 계간지에 담긴 주장들은 좀더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자체가 실험 무대에 올라 서 있는 지금, 사회과학자들의 삶과 정치를 잇는 대안적 비전 제시가 어떻게 제출될 지 궁금하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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