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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 포함한 성과연봉제는 위법
수당 포함한 성과연봉제는 위법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3.0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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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대구가톨릭대 ‘성과연봉제’ 판결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고정임금)에 산입될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 간의 합의는 무효다.”

대구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채해)는 지난달 2일, 대구가톨릭대 교수 38명이 낸 ‘취업규칙무효확인등’ 소송 가운데 ‘각종 수당을 성과연봉제에 포함’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교수들은 전체 교수를 9등급으로 상대평가하는 성과연봉제를 철회하라면서 지난해부터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교수들은 “체력단련비, 명절휴가비 등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각종 수당을 성과연봉제에 포함시키고 차등지급해 안정적인 급여수급권을 침해당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가톨릭대(총장 소병욱)는 지난 2010년 9월 ‘교직원수당규정’을 개정하면서 △정근수당 △체력단련비 △명절휴가비 △성과조정수당을 ‘개인의 업적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구가톨릭대는 지난해 9월 정근수당과 명절휴가비를 성과연봉 대상에서 빼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서 대구가톨릭대는 “성과연봉제로 인해 임금이 감소된 교원은 일부에 불과하고, 학교 측이 지출해야 할 비용이 기존 급여체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며 “성과연봉제 개정안은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구가톨릭대, 체력단련비 ‘항소’

재판부는 그러나 “개정된 규정(교원성과연봉제)으로 인해 25%의 교원들이 상대적 지급비율이 100% 미만에 해당하는 성과연봉을 지급받게 됐다. 교원 개인에 따라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개정된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변경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립대학의 전임교원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학교법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면서 “전임교원의 자격·임면·신분보장·징계 등은 사립학교법을, 퇴직·직무상 질병·사망 등에 관한 급여제도는 사립학교 교원연금법이 적용되지만 전임교원의 보수에 대한 다툼은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상여수당 문제 △지난해 임금 감소분에 대한 보상 △절차적 적법성 여부 등에 대한 다툼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상여수당은 개정 이전에도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받아왔기 때문에 소송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외의 수당들은 전액 수령할 권리가 있지만 개정 전후의 정확한 임금액을 비교할 수 없어 교수들이 제시한 ‘임금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가톨릭대는 지난달 17일 체력단련비(250%)에 한해 항소했다. 박승환 대구가톨릭대 기획처장(전자공학과)은 “체력단련비를 통상임금으로 본 부분은 법리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대학구조조정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지표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교수들이 부담을 나눠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지난달 21일 절차적 적법성, 임금 감소분 보상문제 등에 항소했고,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복 대구가톨릭대 교수협의회 의장(정보통계학과)은 “대학이 물가인상률(성과조정수당)까지 성과연봉제에 포함시킨 것은 교수들의 급여를 깎고 보겠다는 심산”이라며 “지금처럼 연봉을 계약제로 할 거라면 임금을 논의할 수 있게 사립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일 같지 않은 국립대 교수들 “일단 고무적”

한편 이번 판결은 올해 신임교수부터 점진적으로 ‘성과급적 연봉제’를 도입하는 국립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대 교원들의 ‘성과급적 연봉제’는 현재 교과부와 행자부가 관계법령 정비를 위해 확정안을 협의 중이다. 이에 앞서 국립대 교수들은 지난해 5월,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헌법제판소에 제출했다. 

이번 대구가톨릭대 1심 판결을 지켜보는 국립대 교수들의 심정이 남다르다. “수당까지 성과연봉제에 포함시킨 사립대에 위법 판결이 났다는 점에서 일단 고무적”이라는 이병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부산대)은 “사립대나 국립대나 성과연봉제의 방법은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교과부가 국립대 교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철회하거나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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