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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능나눔, 어렵지~ 않아요”
“지식·재능나눔, 어렵지~ 않아요”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12.26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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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하늘’·‘情과 재능나눔’을 꾸린 교수들

“지식·재능나눔은 다른 기부나 자원봉사보다 쉽죠.”
지식·재능나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월 마지막주 토요일, 전국 43개 도서관에서 동시에‘10월의하늘’과학 강연이 열렸다. 강원도 영월도서관에서 진행된 강연에는 도서관 주변 지역의 중·고등학교 학생 4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지식·재능기부는 일종의 문화현상으로까지 확산돼 가고 있다. 많은 교수들은 강연 행사에 참여해 전문 지식과 생각을 나누고 있다. 재단, 외부 단체 등에서 꾸린 행사에 참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몇몇 교수들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직접 만들고 있다. 매년 10월 마지막 토요일 전국 소도시 도서관에서 지역 학생들에게 무료 과학 강연을 전하는‘10월의하늘’과 일 년에 4차례 마케팅 관련 강연회를 진행하는‘情과재능나눔’이 대표적이다.

‘10월의하늘’의 짧은 한 줄에서 시작했다. 지난 해 9월 초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는“인구 20만 이하의 작은 도시나 읍·면에서는 과학자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없습니다.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 중에서 강연기부를 해주실 분을 찾습니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대학교수, 대학원생, 의사, 기업체 연구원, 과학전문기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강연을 하겠다고 지원했다.

정 교수가 트윗을 남긴지 두 달 후인 지난해 10월 마지막주 토요일, 29개 도서관에서 총 69개의 강연이 열렸다.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다. 96명의 강연자가 참여해 경기도 북부 지역부터 목포, 통영에 이르기까지 전국 43개 도서관에서 과학 강연이 진행됐다. ‘10월의하늘’은 앞으로도 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지역 도서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10월의하늘’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숨은 조력자들이 도움이 컸다. 황지은 서울시립대 교수(건축학전공)도 그 중 한 명이다.“ 그 트윗을 보고, 저도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좋은 뜻에 동참하겠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많은 지원자들의 정보를 어떻게 취합하고, 관리할지 문득 걱정이 됐습니다. 자다 말고 일어나서 구글독스를 이용해 신청서 서식을 만들어 정 교수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황 교수는 참가 지원자들의 첫 모임에서 자신과 같은 이들을 만났다. “회사에서 인력 관리를 해 본 분들은 각 팀 등을 조직하고, 글 쓰시는 분은 보도자료 등을 쓰겠다고 자원했어요.”‘10월의하늘’특징은 이처럼 완전한 자발성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점이다. 지식 및 재능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지방까지 이동하는 교통비 전액을 기부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일정에 맞춰 빨리 진행하다보니 도서관 선정 등이 자의적인 면도 있었어요. 올해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협회와 함께‘10월의하늘’을 진행했어요.”2년차, ‘10월의하늘’은 참여자 수가 늘었고, 강연도 다양해졌다. 진화하고 있지만 고민도 있다. 어떻게 지속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재단 등에 의존하지 않고, 참여자의 자발성에 의해 모든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情과재능나눔’을 꾸린 이두희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지식·재능나눔에 나서면서 지속성의 문제를 많이 고민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해 연구하면서 기업이 핵심 역량을 활용해서, 기업이 통합적으로,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 기여 모델이었습니다. 내 자신을 돌아보니 나도 핵심역량을 활용해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교수는 제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핵심역량을 활용해,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식 나눔을 추진하는 것이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제자들도 모두 동의했다.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것은 마케팅이죠. 일반인들에게 그것을 전달하려면 고급 이론보다는 이론은 쉬운 말로 짧게 하고, 가능하면 성공 사례 등을 많이 설명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강연 내용과 강연자는 꾸려졌지만, 누구를 대상으로 어디서 강연을 할지 문제가 남았다. “마침 한국경제신문에 아는 분과 만나는 자리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국경제신문도 사회적 기여를 고민하고 있던 터였죠. 한경은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강연이 필요한 대상을 알고 있었고, 신문을 통해 소식을 전하는 역량도 있어요. 강당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일사천리로 해결됐어요. 한국경제신문의 핵심역량과‘情과재능나눔’의 핵심역량이 만나면서 장소, 홍보, 강연 내용 등 필요한 여건이 모두 갖춰졌습니다.”

‘情과재능나눔’은 지난 1월부터 올해 4차례의 마케팅 무료 특강을 진행했다. 서구원 한양사이버대 교수(광고미디어학과), 유시진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를 비롯해 기업 실무진 등 20여명이 강연자로 참여했다. “매 강연마다 100여명 정도가 참석해 강연을 듣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올까 걱정도 했는데, 호응이 좋습니다.”이 교수는 내년에도 4차례의 강연을 계획하고 있다. 첫 강연은 내년 1월 12일 한국경제신문사 강당에서 진행된다.

이 교수는‘情과재능나눔’을 더 확장해 갈 계획이다. “지금은 제 연구실을 중심으로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대학의 교수, 기업의 실무진, CEO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강연자의 폭을 넓히고 싶습니다. 인문·사회·문학·예술 등의 분야로도 확산하고 싶어요.” 이두희 교수와 황지은 교수는 많은 이들이 지식·재능나눔에 참여하는 이유를‘쉽다 그리고 즐겁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재능기부는 핵심역량을 활용하는 것이에요. 때문에 따로 준비할 것이 별로 없어 부담이 적죠. 또 제가 우리 모임의 이름을‘情과재능나눔’이라고 지은 것 처럼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것은 즐거움이고 기분 좋은 일이에요”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거죠. 또 지금이 비교적 풍족한 시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흔쾌히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또 이공계 기피현상, 학과 폐지 등의 문제로 기운이 빠졌던 과학자들이 아이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기운을 받는 즐거움도 있죠”라고 말했다.

윈-윈 게임. 지식·재능나눔을 다른 말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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