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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국적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원로칼럼_ 국적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 엄창섭 관동대 명예교수·현대문학
  • 승인 2011.12.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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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관동대 명예교수·현대문학
한해가 저물어가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필자는 졸시 「어머니의 교훈」에 “지순한 이 땅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이가 자라/ 혈육의 의미를 깨닫게 될 때면/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이름이며/ 태극기는 겨레의 표징이라는 것과/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애국가를/ 목이 쉬도록 가르친다”라는 정감을 시적으로 형상화했다.

마침 지난 初夏에 지방의 한 일간지는 ‘365일 태극기 달며 애국ㆍ애향’이란 헤드라인으로,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22개의 통장협의회에서 나라ㆍ고향 사랑 연중 게양 운동을 펼쳐 지역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결집ㆍ화합해 동의 발전을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극기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다짐합시다’라는 지역주민들의 확고한 캐치프레이즈도 신선한 감동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특히 이 같은 구성원들의 화합과 애향심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한 발상의 전환에 뜨거운 관심과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에는 국경이 없지만, 예술가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역설은 필자의 어설픈 지론이지만, 국어의 세계화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모색해야 할 지금, 안타깝게도 민족의 혼이며, 역사요, 문화인 국어의 존폐가 한 때나마 현 정부 출범 직전에 ‘영어몰입교육’의 문제로 위협받았다. 또 안타깝게도 국보 제1호로 한국인의 자긍심의 표징인 ‘숭례문 소실’로 민족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다. 이런 현실에서 태극기나 우리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다시금 감동을 안겨주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간혹 우리가 외국의 여행길에서 체험한 일의 하나로, 한국 대사관 청사에 게양된 태극기를 응시할 때‘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 깃발입니다’라는 그 가슴이 찡한 감격, 한번쯤은 저마다 가슴 뭉클한 감정에 이끌려 조국에 대한 충성심, 민족에 대한 일체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춘천의 근화동 주민들이 합의 하에 365일을 비가 오나 눈이 와도 태극기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다짐한다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사실을 접했다. 필자는 일상의 소중하고 분망한 삶 속에서 많은 것을 다시금 되 뇌이게 됐다.

21세기의 화두인 ‘더불어 함께’라는 공동체 인식에서 비롯된 지극히 건강한 비판정신에 의거한 생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자명한 것은 국적이 있는 교육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목숨처럼 소중한 하루를 살아가면서 따뜻한 가슴과 온유한 품성으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형상으로, 언어의 배려와 분별력을 지니고 항상 ‘과거는 역사요, 미래는 꿈이요, 현재는 선물’이기에 다시금 생명 외경의 존엄성에 대해 관심을 지녀야 할 것이다. 특히 역사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확인은 물론이고, 2~3%의 염분이 오염된 바다를 정화시키듯 ‘극소수의 창조자’로서 처해 있는 현장에서 보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정신작업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삶의 일상에서 감동을 회복해야 할 뿐더러, 영혼의 깊은 상처로 고통 받는 소외된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밝은 축복을 안겨주기를 소망한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와 분별력을 지니고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의로운 일을 수행한다면 불신의 세상은 모름지기 밝아지고 깨끗해지고 분명 아름다워질 것이다.

엄창섭 관동대 명예교수ㆍ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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