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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신입생 못 뽑는 대학이 늘어난다
초점 : 신입생 못 뽑는 대학이 늘어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2.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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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6 13: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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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율이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드러나 대학가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더군다나 대학의 모집정원이 고교졸업예정자보다 많아지는 내년 2003년부터는 신입생 미충원율이 올해보다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점쳐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2002년 정시 입시에서 4년제 대학들이 총 38만3천5백33명의 모집정원 중 2만7천1백82명의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에 1만2천8백97명을 선발하지 못한 것에서 볼 때,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경북과 전남의 5∼6개 대학은 이번 입시에서 모집정원의 50% 안팎의 학생을 뽑지 못했으며, 신입생 충원율이 70%이하인 대학도 30∼4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원율 70% 이하인 대학 30여 곳

규모면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있지만, 올해 신입생 미충원 현상이 몇몇 지방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것도 특징이다. 모집정원을 대폭 줄인 경남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의 신입생 미충원율이 2∼4배 가량 증가했다. 경북은 지난 해 4.9%에서 올해 12.2%로, 광주는 3.4%에서 12.3%로, 전남은 10.7%에서 21.7%로, 전북은 4.7%에서 16.2%로, 강원은 2.9%에서 8.9%로 급증한 것이다. 특히 전남은 1천3백여명 가량 모집인원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에 1천6백41명에서 2002년에 3천50명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소재 대학과 지방대 간의 격차도 컸다. 서울 소재의 대학과 경기 소재의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율이 각각 2.0%, 3.7%를 보였다면, 전남, 제주, 전북, 광주, 경북 등은 10∼25% 안팎의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월 22일 대학들이 일제히 신입생 등록을 마감하게 됨에 따라, 추가모집으로 빠져나간 학생들의 인원만큼을 또 다른 학생들로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속출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학생들은 수차례 진행되는 추가모집을 통해 대도시 소재의 대학들과 수도권 소재의 대학들로 빠져나갔고, 상당수 지방대들은 비상체제 속에 학생 모집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으로 등록마감일을 맞게 된 것.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학입학예정자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난 해 미충원인원, 휴학생, 편입학생 등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 모집정원을 늘려 올해 미충원율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대학재정의 상당 부분을 학생등록금에 의지하는 열악한 지방 사립대들이 학생수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정원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학생수가 감소하는 것은 현실이기 때문에 미충원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교육부의 정책을 탓하는 것은 넌센스이지만, 대학들은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이 정시모집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는 ‘수시모집제도 보완 방안’ 등은 직·간접적으로 대학의 미충원율을 낮추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원자는 줄어드는데 정원은 늘려

대교협의 관계자는 “모집정원을 늘려 미충원율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를 외면한 것이다. 모집정원을 줄였는데도 미충원율이 2∼3배 가량 증가했을 뿐 아니라, 미충원율이 높은 대학들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많은 지방대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될 뿐 아니라 더욱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입생 미충원의 문제는 지방대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수도권 중심의 서열화된 교육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방대가 자체적으로 경영합리화와 특성화 전략,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지라도 지방대 위기와 학생의 미충원에 따르는 문제점들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학생 부족현상은 향후 5∼6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3년 고졸예정자는 총 63만2천8백22명으로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정원 66만2천6백78명보다 3만명 이상 많아 미충원율의 증가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나아가 2003년부터 해마다 증가해 2005년에는 대학정원이 신입생 학생수보다 무려 5만명 가량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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