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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은 왜 대립하는가?
북한과 미국은 왜 대립하는가?
  • 구갑우 서평위원/북한대학원대학·정치학
  • 승인 2011.11.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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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정치학
서울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1988년 10월 미국의‘공화당’행정부는 중립지역에서 북한과의 접촉을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냉전의 해체에 즈음해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던 미국이, 주한미군의 감축을 계획하면서 한국의 노태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북방정책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미국에게 북한은 ‘평화를 위협하는 비열한 적’이었고, 북한에게 미국은, ‘철천지 원쑤’였지만, 북한과 미국은 1988년 12월부터 중국의 베이징에서 실무급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말 푸에블호 사건을 둘러싼 북미협상을 제외한다면, 북미의 최초 회담이었다. 북한말로 심각한 위기를 표현하는 관형어인 ‘착잡한’국제정세 속에서 북한은 미국이 접촉의 문을 열자 호응했다.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기회로 북한은 이 만남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보낸 신호는, 장달중·이정철·임수호 교수가 함께 쓴『북미 대립: 탈냉전 속의 냉전 대립』(서울대출판문화원, 2011.3)이 지적하는 것처럼, “서울을 경유하지 않는 한 워싱턴으로 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北美 對話는 시작됐지만, 북미는 동상이몽의 상태였다. 북미의 동상이몽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북미의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북미는 왜 싸우는가.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당사국들의 양자, 다자협상이 지루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던지는 질문이다.

『북미 대립』은 북미관계의 역사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하는 시도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북한이 생산한 ‘말’을 중심으로, 북미갈등의 원인과 역사를 추적하고자 한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전달하려던 메시지 속에서, 북미관계를 갈등으로 인도하는 법칙을 찾으면서, 동시에 역설적이지만 그 법칙을 붕괴시킬 수 있는 기회의 창을 발견하려는 시도다. 저자들이 생각하는, 북미대립의 전진적 해결방안의 모색이 가능한 이유기도 하다.

『북미 대립』은, 북미갈등의 한 표현인 北核위기가‘한반도에서의 탈냉전이 갖는 비대칭성과 북미 대립이 빚어낸’결과이기는 하지만, 북핵위기를 선과 악 또는 패권국과 약소국의 대립이 낳은 ‘예정된 필연’으로 보려 하지 않는다.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북미관계의 역사는 실제로 그렇다. 1990년대 초반 ‘미국 대사관이 평양에 들어오기를 기대했’음에도 시작된 핵문제는, 전쟁위기를 거치며 1994년 제네바 합의(agreed framework)로 봉합됐다. 북한의 흑연감속로를 경수로로 대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미관계의 정상화도 이 합의의 의제였다.

북한이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의 안보우려를 해소해 주는 교환이었던 페리프로세스를 거쳐,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0년 10월 북미는 관계정상화 핵심으로 하는 공동코뮤니케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의 국내정치가 이 합의의 실행을 가로막았다.

결국, 2002년 10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해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2차 북핵위기가 시작됐다. 이 시점에, 특히 미국이 이라크에 개입하면서, 북한은‘핵억제력’을 반복해 언급한다. 2005년 2월 북한은 핵보유를 선언했고, 2006년 10월 핵실험을 했다.

그 사이인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는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 의제화한 9·19공동성명 그리고 2007년의 2·13합의와 10·3합의를 거치며, 북미갈등은 종착역에 접근하는 듯 했다. 비핵화 과정 속에서 미국은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12월 이후 6자회담은 중단된 상태고, 2009년 5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했다. 2010년 한미동맹 대 北中同盟의 대립이 절정에 오른 뒤, 2011년에 들어서면서 6자회담의 재개를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탈냉전시대에 반복되고 있는 북미갈등의 법칙은 어떻게 깨질 수 있을까.『 북미 대립』은 선과 악의 이분법이 작동하는 한, 갈등의 해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현실주의적이다. “어느 국가나 체결된 합의가 자신들의 국가이익에 합치하면 지키려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키려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북한도 이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이 결론에 동의한다면, 북미관계의 역사는 이익 불합치의 시간이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서 벗어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지와 행동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고려가 복귀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냉전시대와 같은 이분법의 작동은 불가능한 상태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마음의 체계를 바꿀 수 있는, 이익의 합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북미관계의 역사에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투사돼 있었음을 생각할 때, 2012년 6자회담 참여국의 정권교체가 만들어낼 방정식도 북미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구갑우 서평위원/북한대학원대학·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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