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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나라 만드는 公人의 자질은 무엇인가
성숙한 나라 만드는 公人의 자질은 무엇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11.11.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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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책_ 정범모 지음, 『내일의 한국인』(학지사, 2011.11)

한 나라를 어엿한 나라로 만들 수 있는 공인으로서의 자질은 무엇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거기에는 수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그것을 ①國力을 기를 수 있는 사람, ②國格을 올릴 수 있는 사람, ③國魂을 간직한 사람으로 개념화해 본다. 나는 한때 국가의 발전을 국력 신장과 국격 고양의 두 차원으로 규정해 보았다. 그러나 근래에 셋째 국혼 견지라는 차원의 필요를 절감한다.

첫째, 한 나라의 공인은 자기가 맡은 직업활동을 유능하고 탁월하게 수행함으로써 국력 신장에 기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선 공인의 자질이고 나라사랑의 길이다. 나라사랑의 길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교관은 외교를 능란하게 수행하고, 군인은 빈틈없이 나라를 지켜 내고, 학자는 뛰어난 연구를 해내고, 거리의 청소부는 능률적으로 거리를 청소해 내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자질이고 애국의 길이다. 모든 직업은 직업인 한 어떤 모양으로든 사람들과 나라의 공익에 공헌하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부는 그로 인하여 거리가 깨끗해지면서 사람들에게 상쾌감을 주는 공공성을 지닌다.

지금 한국에는 2만 내지 3만을 헤아리는 직업의 종류가 있다고 한다. 나라가 발전할수록 직종도 복잡다기해지고, 분류 원칙을 더 세분화하면 그 종류는 더 많아질 것이다. 결국 한 나라의 국력은 이 모든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 수행능력의 총화를 의미한다.

둘째, 한 나라의 공인은 국격을 드높일 수 있는 심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국격은 사람의 인격人格에 견주어 본 개념이다. 힘이 센 사람도 성미가 고약하고 예의가 없는 사람이 있고, 성미가 부드럽고 예의도 바른 사람도 있다. 인격, 인간적 품격의 차이다. 나라에도 비슷하게 국격, 나라의 품격의 차이가 있다. 한 나라의 국격은 세 가지, 법과 도덕과 정서의 수준이 결정한다. 사람들의 법 준수 관행이 흐트러져 있고 당국의 법 집행 관행마저 허술해서 각종 불법과 부정과 부패, 사기와 무고 등이 잦은 나라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존경과 호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지도층의 잦은 부정부패는 그 가시성이 높고 그 미치는 영향이 넓기 때문에 국격을 심각하게 퇴락시킨다.

법과 도덕은 뿌리를 같이한다. 법은 성문율이고, 도덕은 불문율인 셈이다. 도덕을 꼭 여러 윤리학설처럼 까다롭고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까다로운 윤리 이론도 많고 시대와 사회에 따라 도덕관념의 차이도 있으나, 아주 기본적인 도덕행위는 대부분 까다로울 것도 없고 어느 사회에서나 자명하고 공통적으로 요구된다. 소박한 공중도덕을 넘어서 좀 더 높은 사명적인 도덕관념, 예컨대 사랑·자비·인 또는 정의·의리·성실·청렴 등에서는 더 큰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소박한 공중도덕, 나아사 사명적 윤리의 실천 수준이 국격의 높낮음을 정한다.

도덕과 정서도 또 다른 의미에서 뿌리를 같이한다. 善의 판단은 유쾌감·위안감을 전제로 하고, 惡의 판단은 불쾌감·혐오감·불안감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1장에서 인용한 골만의 분류를 다시 빌리면, 자신의 감정이나 욕정을 스스로 알고, 필요하면 그것을 삭이고 참을 줄도 알고, 특히 남의 감정을 내 것으로 감정이입할 줄 아는 것이 대인관계를 원만하고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대인관계가 부드럽다는 것이 인정 있고 친절하고 남을 배려하며 남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곧 도덕적 감각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 나라의 공인의 자질에는 긍정적인 법의식에 따른 법 준수의 정신, 기본적인 공중도덕을 위시한 도덕적 심성, 감정이입을 비롯한 성숙된 정서가 포함된다. 이런 특성을 갖춘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품격만이 아니라 나라의 품격도 드높인다.

셋째, 한 나라의 공인은 국혼을 간직해야 한다. 여기에 국혼이란 단적으로 정의해서 ‘나라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보통 표현의 ‘애국심’을 비장한 결의로까지 승화 또는 심화한 정신, 경우에 따라서는 온갖 형극과 죽음까지도 각오하면서 國難을 이겨 내려는 정신을 말한다.

사회적 존재이기 마련인 인간은 모두 생득적으로 애국심의 맹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나는 믿는다. 자신이 그 속에서 자라난 소속 집단은 자신을 길러 준 어머니의 품과 같고, 소중하고 그립기 때문이다.

외국팀과의 축구시합에서 한국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지 않는 한국 사람은 없다. 다 애국심이고 애국자다. 그러나 그 애국심을 앞의 국혼으로까지 승화 또는 심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다.

단, 애국심이 심화된 국혼이 국제사회에서 배타적이고 ‘나르시시즘’적인 독존적 쇄국주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도리어 국제무대에서는 自害에 가깝다. 또한 국내적으로 애국심이 기존 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묵종과 찬양으로만 이어져서도 안 된다. 나라가 빗나가지 않고 제 갈 길을 갈 수 있게 자성하고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국력과 국격의 계속적인 고양에 기여하는 것도 애국심과 국혼의 길이다.

 □ 이 책의 저자인 雲州 정범모 한림대 명예석좌교수는 인간심리를 깊이 통찰, 앞으로 성숙의 연대가 필요하며, 이 시대에는 어떤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한국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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