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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51 내장세균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51 내장세균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1.11.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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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은 세균·바이러스·곰팡이·원생동물의 집이요 정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우리 몸 안팎은 미생물 범벅이요 그들의 천국이렷다! 은근히 이 세상을 쥐략펴락 하는 것은 단연 미생물들인 것. 어디 감히 ‘무균세상’에 살려 하는가.”

세균 따위의 미생물들은 사람의 피부(겉)에서만 지천으로 있어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니다. 치아(‘이빨’은 사람 아닌 동물에 쓰는 말이라 함)나 침, 위, 소장, 대장 등 구석구석에서 엄청나게 득실거리고 있으니 그 미생물의 수는 적어도 사람 체세포(100조개)의 열배는 될 것이라 한다. 입안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세균이 마냥 서식하니 거짓말 좀 보태서 ‘당신의 입안은 세균ㆍ바이러스ㆍ곰팡이ㆍ원생동물의 집이요 정글’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안팎 모두가 온통 세균 덩어리라, 이를테면 손을 서로 맞잡는 것도 미생물 교환이듯 입맞춤(接吻) 또한 뻔할 뻔자다.

미생물은 거지반 세균으로 600여종이나 되며 침 1㎖에 1천여 마리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일부를 빼고는 이로우면 이롭지 해롭지 않다. 일부 ‘문제 세균’이 있으니 잇몸이나 충치의 원인 세균인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 무리들이 포도당을 발효시켜 젖산 등의 여러 유기산을 만들어 이(齒)를 녹여 구멍을 낸다. 뿐만 아니라 치아에는 심지어 원생동물인 치은아메바(Entamoeba gingivalis)까지 버젓이 주렁주렁 달라붙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눈에 안 보여서 망정이지….

위(胃)로 내려간다. 거기엔 아주 강한 위산(염산) 탓에 침이나 음식에 묻어들어 간 미생물들은 거의 다 죽는다. 허나 위벽을 파고들어가 멀쩡하게 사는 놈이 있으니 말썽꾸리기 헬리코박터 피로리(Helicobacter pylori)라는 세균이다. 그 녀석이 그 강한 염산에 타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尿素(urea)를 분해해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를 생성하고, 알칼리성인 암모니아는 염산을 중화시키는 탓이다. 헬리코박터는 위염이나 위궤양ㆍ위암ㆍ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몸체(길이 3㎛, 지름 0.5㎛)보다 훨씬 더 긴 나선상의 4~6개의 鞭毛를 가져 운동성이 매우 강하다. 학명의 속명 Helicobacter는 ‘꼬불꼬불한 세균’이란 뜻이며, 위 아래 幽門(pylorus)에 주로 살기에 pylori라는 종명을 얻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미생물은 어느 것이나 숙주(사람)와 적응해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녀석들은 별나게도 병원균 행세를 하는 영문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해로울 수도 유익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에 감염된 80% 이상의 사람들이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으로 봐 오히려 ‘위 생태(stomach ecology)’에 중요한 몫을 할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암튼 막돼먹은(해롭기만 한) 병원균은 아닐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가 하면 소장점액 1㎖에 10만 마리 세균들이 살고 있고,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초식동물들처럼 일부 분해되지 않는 탄수화물을 세균들이 분해해 소장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 안에는 가위 천문학적인 500여종의 세균이 수두룩이 살고 있는데(그 중 99%는 30~40종이 차지함), 건강 상태나 나이 정도, 먹은 음식에 따라서 종과 양이 달라진다. 걸쭉한 대장액 1㎖에 10억 마리 이상의 대장균이 산다니 누가 뭐래도 대장은 세균의 별천지다. 거기에 서식하는 대 장 균 (대 표 적 인 것 은 Escherichia coli임)을 무게로 환산하면 약 1.5kg이 되고, 대변의 60%(건조중량)가 바로 대장균이라 한다. 똥 덩이가 온전히 세균 덩어리다!?

하기야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장균은 덜 분해된 영양분을 발효시키면서 얻은 에너지로 살아가면서 숙주인 사람에게는 면역성을 높여주고, 창자 상피의 세포분열을 촉진하며, 해로운 세균을 조절(억제)하고, 비오틴(biotin)이나 비타민K와 같은 것을 만들고, 지방을 저장하는 호르몬을 합성해 주면서 상생한다. 결코 꼽사리 끼어 사는 천대 받을 생물이 아니다. 우리가 마시는 요구르트에 들어있는 유산균들은 대장의 세균들 총중에 유난히 이로운 것을 순수 분리
해 대량 배양한 것이다.

그저 세균끼리도 언제나 다툼이 있다. 그 유익한 세균에 힘을 실어주느라 요구르트나 김치(국물)나 고추장, 물김치를 먹어서 유산균을 보충해 준다. 하여, 대장 속의 유익한 세균들이 기세등등해 평화(균형)를 유지하면 큰창자는 건강한 것이다. 그래서 항생제를 오랫동안 잔뜩 쓰고 나면 마침내 설사를 한다. 우리 몸 안팎은 미생물 범벅이요 그들의 천국이렷다! 은근히 이 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것은 단연 미생물들인 것. 인생사가 그렇듯 어디 감히‘무균 세상’에 살려 하는가. 어림없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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