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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바라본 2000년 대학가
교수신문이 바라본 2000년 대학가
  • 교수신문
  • 승인 2000.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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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8 16:47:30
초 점 : 교수노조·전국대학교수회 건설 추진

올 한해를 통틀어 교수사회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흐름은 ‘교수노조’와 ‘전국대학교수회’ 등 전국적 교수조직을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정부의 거듭되는 일방적인 교육개혁 정책과 2002년 계약제임용과 연봉제의 전면 도입이 임박한 가운데 쟁점으로 떠오른 두 기구의 설립은 현장을 담아내지 못하는 개혁정책을 바로잡고, 추락하는 교수의 지위를 재정립할 수 있는 대안적 채널로서 모색됐다.
물밑에 맴돌던 교수의 노동조합 설립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공동의장 최갑수 서울대 교수, 이하 민교협)가 지난 7월 5일 서울대에서 가진 공청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론화 한 후 빠른 속도로 진전됐다. 민교협은 지난 10월 31일 충남대에서 가진 대의원대회에서 ‘교수노조 추진기획단’을 구성하고 내년 2월 노조설립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협의회(의장 강덕식 경북대 교수, 이하 국교협)가 올 초부터 교육정책에 대한 정부와의 교섭권 확보를 목표로 ‘전국 사립대학 교수협의회연합회’(회장 김태정 한국외대 교수, 이하 사교련)와 함께 추진중인 ‘전국대학교수회’도 지난 8월말 창립발기선언대회를 가지고 창립대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 한해 교수단체들이 이렇듯 새로운 교수조직 건설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크게 보자면 경쟁과 시장원리에 바탕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 정책에 의해 대학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며, 작게 보자면 그 속에서 개혁의 주체여야 할 교수가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신분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두 기구 모두 교수의 대표조직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적 장애를 먼저 해결해야 하고, 분산된 현장교수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가 새로운 교수조직의 모색기였다면 2001년은 이 실험의 성공여부를 가리는 시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대 정책 : 국립대 발전계획·지방대 육성대책·사립학교법 개정

국립대도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대상

7월 교육부가 내놓은 ‘국립대 발전계획안’은 전국 국립대들의 지형을 바꿔놓을 만큼 막대한 파괴력을 지니고 대학가에 선보였다.
‘국민의 정부’ 들어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출발한 ‘국립대 발전계획안’은 국립대를 연구중심·교육중심·실무교육중심으로 구분하고, 사립대와 경쟁할 수 있는 분야는 사립대학 수준으로 등록금을 올리고, 중복 개설된 부분은 대학간 통폐합을 유도한다는 등 사안 하나 하나가 국립대의 지형을 뒤흔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국립대 교수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마련된 ‘총장직선제 폐지’, ‘교육부가 주관한 총장 공모제 실시’, ‘업적평가제·성과급제 강화’등의 내용은 대학을 기업적인 시각에서, 교육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교육적 시각보다 시장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발전계획안’은 대학들과 교수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고, 학생들과 국립대 교직원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농성과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결국 장관의 잇따른 교체 과정에서 ‘발전계획안’은 아직도 검토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 당초계획보다 석달이나 지난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발전계획’은 2001년에도 대학가의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지방대 위기 해법은 ’정책’ 보다 ‘실천

신입생 부족, 편중된 정부의 재정지원, 졸업자의 취업 차별 등 3중고에 시달리는 비수도권 지역대학들에게 올해는 기대와 실망이 되풀이 된 한해였다.
올해 초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지역순회 간담회에서 “지방대를 육성하고 지방대 졸업생에 대한 취업 차별을 없애겠다” 고 한 것은 비 수도권 지역대학들에게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그 결과 교육부가 구성한 ‘지방대학육성대책위원회(위원장 박찬석 경북대 총장)’는 전국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방대학육성특별법’제정과 지역대학들의 통폐합을 골자로 한 대책안을 마련했고, 정부뿐만 아니라 대교협도 ‘지역대학육성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한 몇몇 기업들은 지역출신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대학 육성과 관련, 정책마련이나 아이디어보다는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 3중고에 시달리는 비수도권 지역대학들의 하나된 지적이다.

되풀이된 사학분규와 법개정 촉구

새 천년에도 대학가의 분규는 끊이지 않았고, 사립학교법의 개정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해보다도 거세게 일어났다.
올해 사학분규의 특징은 이미 국정감사를 통해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한 대학들에서 구 법인이 대학을 재장악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다시 분규에 빠져든 경우가 많았다. 경문대, 덕성여대, 청주대가 이와 같은 이유로 올해 또다시 국정감사장에 올랐고 서일대도 구 법인 이사장이 법원에서 복귀판정을 받아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이미 국정감사나 법원에 의해 몇 해 전부터 분규의 원인이 사학 운영자에게 있는 것으로 드러난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운동 본부를 결성, 비리사학 척결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촉구하고 있다.
올해도 대학을 사유물로 여기는 법인의 전횡과 이를 개선하려는 대학 구성원들의 학원 정상화 운동은 계속됐다. 서남대, 계명대, 제주정보산업대가 이러한 경우. 아주대는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이 총장으로 복귀하면서 그 동안 일방적인 행정처리에 누적됐던 구성원들의 불만이 폭발, 현재도 양자간에 고소 고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3대 사건 : 김민수교수 1심 승소·‘한국사회의 이해’ 무죄 판결·서울대 첫 국정감사

근거없는 재임용 탈락은 부당

올해 초 김민수 서울대 교수는 재임용 탈락 문제와 관련 기존의 판례를 뒤집고 최초로 법정 싸움에서 승리했다.
지난 98년 9월 ‘연구실적 미달’이라는 판정을 받고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민수 교수(산업디자인과)는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부당한 재임용 탈락 처분의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결과, 지난 1월 18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재홍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재임용 심사는 합리적인 기준과 함께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8월 31일 서울대가 서울고등법원에 낸 항소심에서 ‘재임용 탈락 처분은 계약기간의 만료에 불과하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2심에서 패소했다.
지금까지 재임용권은 임용권자의 재량행위로 여겨져 왔던 상황에서 김 교수의 1심 승소판결은 사법적 통제영역에서 벗어나 있던 대학과 학교법인의 자의적 임용권 행사에 대해 법원이 첫 제동을 거는 것으로써 앞으로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이 앞으로 그 부당함을 법에 호소할 수 있는 길을 연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김 교수의 재임용 탈락 문제는 서울대 국정감사에서 다시 지적이 되는 등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국가보안법에서 풀려난 학문의 자유

지난 6년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논란을 빚어오던 ‘한국사회의 이해’사건이 7월 무죄 판결로 끝이 났다.
지난 94년 이후 경상대 교양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를 집필한 장상환 교수와 정진상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굴레를 써왔다. 그러나 지난 7월 24일 창원지방법원 1심재판부(재판장 이재철 부장판사)는 “이적성 문제는 집필 동기와 전후사정, 조직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마르크스주의 방법을 원용해 한국사회를 분석한 것은 문제가 없으며, 민중·신식민지·종속 등의 문구가 있으나 사회과학계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것으로 이적성은 없다”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현실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검찰은 계속해서 교수들의 학문적 저서나 활동에 국가보안법이라는 사법적 잣대로 ‘학문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 무죄 판결로 검찰에 의해 자행되는 학문활동에 대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무리한 억압은 부당한 것임이 판명됐다. 동시에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경상대의 ‘한국사회의 이해’ 수업은 검찰의 압력으로 94년 2학기부터 폐강된 상태이나 이번 승소를 계기로 내년 1학기부터 다시 개설된다.

국감 도마위에 오른 ‘국립’ 서울대

국립 서울대가 개교이래 처음으로 국정 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 30일에 열린 서울대 국정감사에서는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로부터 서울대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실패한 정책에 대한 지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의원들은 교육지원예산의 서울대 독식과 폐쇄성을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이 날 의원들의 성토는 빗발쳤으나 서울대의 답변은 궁색했으며 오히려 개혁이 더딘 탓을 정부로 돌렸다. 또한 이번 서울대 국정감사가 기존에 제기됐던 문제를 반복하는 등 서울대 문제의 근원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대가 우리 나라 대학 정책의 흐름을 좌지우지 해왔을 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의 난제들이 서울대를 중심으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서울대 문제를 거론한 이번 국정감사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3대 흐름 : 남북교류열풍·교수벤처창업·영어교육강화

수많은 시도 그러나 미미한 성과

분단 55년만에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남한 사회에 ‘북한열풍’을 불러 왔고, 이는 대학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상회담 발표 이후 대학들은 북한의 대학과 교류, 현지 방문 조사, 공동연구를 하겠다고 나섰다. 부산대, 서울대, 이화여대 등 수십개 대학이 북한의 현지 학술조사를 계획했고, 숭실대와 한남대, 한양대는 북한에 교육기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학생운동의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해가며 이뤄졌던 남북한 대학 자매결연이 학교차원에서 검토되기도 했다.
대학들의 북한관련 사업들이 늘어나자 대학교육협의회는 ‘교류협력추진단’을 결성, 대학의 남북교류에 교통정리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이나 경제·문화분야의 활발한 교류에 비해 교육기관과 학술단체의 교류는 현재 가장 더딘 상태. 대학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성사되거나 성과를 거둔 것은 거의 없다. 최근 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이 연구인력 교환 방문 등 학술교류를 제안한 바 있어 2001년에는 북한을 방문하려는 대학가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벤처창업 전분야로 확산 … 규제책 마련도

교수의 벤처기업 참여를 허용한 이래 교수들의 벤처창업은 줄을 이었고, 올해는 ‘벤처교수’의 증가 속에 서울대가 처음으로 연구와 교육을 소홀히 하고 벤처에만 몰입하는 교수들을 규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올해까지 전국에서 약 1천여명의 교수들이 벤처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 분야도 공학분야에서 자연, 경영, 의료, 디자인 등 전 분야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벤처가 교수와 학생, 대학에 주는 이점과 사회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기본활동은 교육과 연구. 서울대 국정감사에서는 벤처참여 교수들의 연구논문 발표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는 등 벤처사업으로 인한 교육과 연구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결국 서울대는 교수들의 벤처활동을 총 근무시간의 5분의 1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제정했고, 고려대도 교육과 연구의 범위 내에서 총장의 승인 하에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원이 학과교수의 5분의 1 이상은 벤처창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대학마다 졸업자격에 영어성적 규정

‘영어 잘하는 학생을 뽑고, 영어로 가르치고, 영어를 못하면 졸업도 시키지 마라.’ 올 한 해 대학들은 전공의 구별 없이 교육과정에서 영어의 비중을 크게 강화했다.
성균관대와 경희대가 토플이나 토익점수를 졸업자격으로 제한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22명이 졸업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으며, 서울대도 내년 졸업자들 중 영어를 하지 못해 학교를 더 다녀야 하는 학생들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졸업자격 인정제를 도입하면서 영어성적을 반드시 획득하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영어교육강화바람은 졸업자격제한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에도 ‘영어강좌’를 늘리는 현상을 불러왔다. 부산대가 교수와 학생의 국제화를 내걸며 정규과목 중 60개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고, 이화여대는 모든 전공에 영어 강좌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 서울대는 모든 학생들에게 자체개발 영어시험인 TEPS 성적이 일정수준 이상 되지 않는 경우 필수과목인 ‘교양영어’ 강의를 듣지 못하도록 해 결국 TEPS에서 성적을 받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토익과 토플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이어 졸업을 할 때까지 영어를 장벽으로 세운 대학들의 영어 과열 정책에 대해 정작 영어관련 교수들조차 우려의 시각을 던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대학들의 영어 강화바람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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