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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할 못한 교과부 … ‘폐지론’ 주장도
제 역할 못한 교과부 … ‘폐지론’ 주장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11.06 2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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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대학재정’ 감사, 무엇을 남겼나

 

 

감사원의 ‘대학 재정 운영 실태’ 감사에서 대학들의 지출 부풀리기 실태와 교비 횡령 등의 비리가 대거 확인됐다. ‘예산 부풀리기’나 ‘비리 감사’는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는데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대학 자율화를 핑계로 관리감독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교과부 고위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른 사실까지 드러났다.

1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는 등록금 및 대학 재정 운용의 적정성(35개 대학), 법인 및 대학 재정집행의 책임성(56개 대학), 교과부의 부실우려 사립대 관리의 적정성(22개 대학) 등 3개 분야로 나눠 실시됐다.

감사원은 지난 3일 중간결과 발표에서 “전국 35개 대학의 최근 5년간 예ㆍ결산 내역을 조사한 결과 다음해 예산을 편성할 때 지출 규모는 실제보다 크게 책정하고 등록금 이외의 수입은 적게 잡아 한 해 평균 6천552억원, 대학별로 평균 187억원을 남겼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교비 횡령 등 비리를 저지른 이사장, 총장, 교수 등 9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160여 명에 대해서는 교과부가 고발하거나 징계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예산 ‘뻥튀기’나 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 등의 규모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지난 10여 년 동안 지적돼 왔는데도 교과부가 등록금 책정은 대학 자율이라는 이유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안 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사후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ㆍ공립대처럼 사립대도 감사 주기를 명확히 하고 상시감사로 바꿀 수 있게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교과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은 드러난 비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동대학 이사장 일가는 4개 학교를 운영하면서 교비 160억여 원을 횡령해 이 중 40억여 원을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는데도 교과부는 2002년 이후 변변한 감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이사장이 과거 횡령 사고로 퇴진했고 횡령액도 변제하지 않았는데 복귀를 승인해 이 같은 추가 횡령사고의 단초를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교비회계로 전출한다는 조건으로 교육용 토지를 매각하고도 이를 법인 수입으로 처리한 일부 대학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교과부가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교과부 고위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A국장은 K국립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직원들로부터 승진 청탁과 함께 수시로 돈을 받고, 직원들과 해외 골프여행을 가면서 비용을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직원들과 도박판을 벌여 1년간 1천500만원을 따기도 했다. 한 서기관이 지역 사립대 산학협력단 교수로부터 골프장 이용료, 부인 골프채 구입비, 유흥비 등으로 수백만 원어치의 접대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부실 우려가 높은 사립대 22곳에 대한 감사에서도 학생 충원율이나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편법과 비리가 발견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교과부가 부실대학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말이다.

강원도의 한 사립대는 소속 학과 신입생 충원율이 90% 미만이면 보수를 매월 150만원만 받겠다는 서약서를 교수들에게 쓰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한 교수는 1938년생인 자신의 아버지를 신입생으로 입학시킨 뒤 제적시키고, 이듬해 다시 아버지와 언니, 동생을 신입생으로 입학시켰다.

이 대학은 또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을 맞춰 학자금 대출제한을 피하려고 교육ㆍ연구 경력이 없는 외국인 등 무자격자를 전임교원으로 부당하게 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대학은 올해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되지 않았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교과부가 일상적이고 정기적인 감사 시스템을 확립했어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다가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것 자체가 직무유기”라며 “사학법인에 대해서는 거의 통제를 하지 않는, 사학에 대한 배려정책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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