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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음악 교수들 "취업률 대학평가 폐지하라"
실용음악 교수들 "취업률 대학평가 폐지하라"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11.03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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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의 목적은 취업이 아니다"…이주호 장관 퇴진 촉구

11월 3일 오전, 전국대학실용음악교수연합회 소속 교수들이 서울 정부종합청사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술계열학과의 취업률 평가 폐지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교수들은 항의서한과 함께 취업률을 기준으로 하는 대학평가에 대한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교과부에 전달했다.
"예술가를 취업률로 평가하는 것은 이공계열을 예술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

전국대학실용음악교수연합회(전실련)가 3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근처 카페 '나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용음악과를 포함한 예술계열학과의 취업률 평가 폐지, 예술인과 예술학도들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연극, 미술 등 다른 예술 계열 교수들과 각종 문화 예술 단체들도 전실련의 주장에 대해 지지를 표시했다.

이정선 전실련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실용음악분야는 졸업생들이 예술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예술인의 취업은 교과부의 취업 기준인 '직장건강보험 가입'으로 파악되지 않는다"라고 직장인건강보험 가입을 기준으로 파악한 취업률로 실용음악계열 대학을 평가하는 교과부의 정책 폐지를 주장했다.

마도원 동덕여대 교수(실용음악과)는 "지금까지 예술대가 연합한 적이 없어서 성명서 지지 서명을 받는 데 일일이 작업을 해야 했다"라며 "총 288명의 교수가 서명에 참여했다. 실용음악계열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계열 교수들도 지지를 보냈다. 90%이상의 대학이 지지 의견을 표명했는데, 일부 대학은 학교에서 만류하는 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막는 것 외에도 각 대학에서 예술 대학에 대한 압박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청주대는 공연예술 전공을 폐지했고, 배재대는 칠예과와 공연영상학부 연극영화전공을 폐지했다. 동아대는 무용학과를, 계명대는 미술대학의 서예학과, 루터대는 공연예술학과를 폐지했다. 순천향대는 현재 무용과와 영화과 폐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석대와 백석문화대의 경우 2012년 봄학기부터 각각 20명과 50명씩 정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최우혁 백석대 교수(실용음악과)는 "정원을 감축하면 시간 강사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도리어 시간 강사들의 취업률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이번 평가를 비판했다.

이외에도 낮은 취업률 때문에 각 대학의 실용음악계열 교수들은 압박을 받고 있다. 손무현 한양여대 교수는 "학교마다 편차는 있지만 실용음악과의 취업률은 10~20%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입생 지원율은 학교에서 가장 높다. 취업률 평가 때는 천덕꾸러기 평가를 받지만, 입시 때는 브이아이피 대접을 받는다"라며 모순된 상황을 전했다.

교과부가 취업률 파악 보완책으로 제시한 국세청 DB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배동석 전국미술디자인계열대학장협의회장(홍익대)은 "국세청 DB를 보완책으로 제시한 것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인 상황이기 때문에 국세청 DB에도 포함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장혜진 한양여대 교수는 "대중음악가이면서 교육자의 입장에서 대학을 취업률로 평가하는 것은 예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한다"라며 "대학을 이제 막 졸업해 예술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제자들에게 실용 음악 학원 강사라도 해서, 앞으로 국세청 DB에라도 포함되도록 해달라고 말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또 "때로는 멍하니 있거나 배짱이처럼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간동안 응집된 감정이 음악을 통해 흘러나와 감동을 주는 것"이라며 "좀 내버려달라"고 말했다.

전실련 교수들은 취업률이 아닌 학생들이 수업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근거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할 것을 주장했다. 또 직장건강보험 가입여부로 측정할 수 없는 예술인들의 취업 특성을 감안해 각 예술인 협회에서 발행하는 등록증을 기준으로 취업 여부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후 전실련 교수들은 항의서한과 함께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교과부 장관에 전달했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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