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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화제] 한국생명윤리학회 봄철 학술대회 ‘줄기 세포연구와 생명윤리’
[과학화제] 한국생명윤리학회 봄철 학술대회 ‘줄기 세포연구와 생명윤리’
  • 교수신문
  • 승인 2002.06.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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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4 18:34:45
지난 2000년 여름 국내 한 연구자의 인간배아복제 성공 발표 후 본격적으로 촉발된 배아연구 논쟁은 관련 부처들의 법안 마련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듯 하다. 물론 모든 쟁점들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고 관련 법안이 법제화된 것도 아니지만 현재의 논의 내용은 논쟁 초기에 비해 상당히 정교해지고 다양해진 측면이 있다. 이런 변화는 각계 각층의 다양한 입장들이 표출될 수 있도록 각종 토론회를 개최한 학회나 시민단체, 사회적 합의를 이끌려고 노력한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줄기세포연구와 생명윤리’라는 주제로 한국생명윤리학회 봄철학술대회가 열렸다. 눈여겨 볼 부분은 ‘성체줄기세포’와 ‘배아복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조사’.

성체 줄기세포 연구 이견 확인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논의가 배아연구 논쟁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 동안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의 잠재적 가능성에 묻혀 활발히 논의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성체줄기세포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가 생길 만큼 상황이 바뀌고 있다. 물론 성체줄기세포의 가능성에 대한 시각은 학자마다 차이가 있다.

오일환 가톨릭대 교수(의학)는 성체줄기세포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오 교수는 “과학자는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니며 하고자 하는 연구에 대해 자진이 속한 사회와 정직한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의무가 있다”는 외국 학자의 말을 빌어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실상과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할 때임을 주장했다. 또한 그는 성체줄기세포가 이미 의학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외국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철근 한양대 교수(생물학)는 성체줄기세포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성체줄기세포는 분화할 수 있는 세포유형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를 대체할 유일한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를 동시에 연구해 각각의 장단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령 성체줄기세포 중심의 세포치료가 이루어 지더라도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선 배아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강경선 교수(수의학)는 성체줄기세포 한계점들을 지적하면서도 장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분화되는 방향이 고정돼 있다는 측면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즉 배아줄기세포는 어디로 분화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성체줄기세포는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기에 연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인간배아와 관련된 논쟁에서 연구나 복제의 허용 여부와 함께 많이 논란됐던 부분은 규제의 범위와 정도에 관한 문제였다. 이인영 한림대 교수(법학)는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관리 시스템과 제재시스템의 입법 현황’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외국의 배아연구 관리 시스템이 기관심사위원회, 행정부의 관리지침, 생명윤리위원회의 규제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배아의 공여에서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이 행정기관의 엄격한 관리하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한 논의는 법과 윤리의 영역에서의 규범적 가치결정의 문제로 볼 수 있고 보건복지부와 과기부 법안의 규제는 이것에 근거해 정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무성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잔여배아에 대한 연구는 허용하되 배아복제는 반대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그는 입법과정에서 추구해야할 원칙으로 ‘사회적 갈등의 최소화, 생명중시문화 육성,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을 제시했다.

인간배아 복제에 대한 의식조사 화제

조성겸 충남대 교수(언론학)는 일반인들이 배아복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런 인식의 형성 과정에 대중매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 교수는 조사 수단으로 인터넷, 핸드폰, 전화를 모두 사용했으며 그중 전화조사가 가장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의 조사에서는 설문 문항에 정보를 제공해 여론이 아니라 주어진 정보에 대한 반응을 측정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기존 조사를 비판했다. 구체적인 예로 이번 조사에서 59%가 배아복제를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는데 이는 이전의 한림대 인문학연구소의 반대 77%와 대조적인 결과이다. 즉 인터넷 조사인 이전의 연구는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했고 일반인 전체라기보단 생명공학에 관심이 있는 계층의 결과라는 것이다. 조교수는 “일반시민들은 생명윤리에 대해 상호 모순적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인식에 대중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명공학에 대해 긍적적인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선 사회적 논의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조홍섭 한겨레 기자는 우선 생명공학에 대한 언론보도에 편향이 존재함을 인정했다. 그는 몇몇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배아복제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54%나 되는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조사방법이 유효한지를 지적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과학기술정책 연구소의 송성수 박사는 조사 결과중 일부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조사방법과 설문구성을 달리 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들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다뤄진 일부의 쟁점들은 더욱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논의가 그것이다. 또한 배아연구 및 생명공학에 대한 일반인 인식조사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그간 국내에서 행해진 일반인들에 대한 인식조사는 조사방법, 설문문항, 조사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왔다. 따라서 기존의 설문조사 방법과 결과를 정리, 분석하고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는 작업들이 필요할 것이다.

김병수 객원기자 bsk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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