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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가 미래 보장하나” … 국제추세는 '교육여건보다 학습성과 평가'
“대학평가가 미래 보장하나” … 국제추세는 '교육여건보다 학습성과 평가'
  • 정리 최성욱 기자
  • 승인 2011.10.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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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어디로 가고 있나

대학평가 홍수시대, 대학평가 만능시대에서 어떻게 대학의 생존과 발전을 도모할 것인가. 대학평가는 이제 정부차원에서 법제화ㆍ의무화 되고, 재정지원, 구조개혁 등에 평가결과가 직결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7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공법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나민주 충북대 교수(교육학과) 가 발표한 「대학평가와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평가가 대학에 어떤 미래를 보장해주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정량적·상대평가로 대학을 경쟁시키면 대학 본연의 가치가 창발할 수 있을까. 나 교수의 논문을 소개한다.


 

대학평가는 대학이 얼마나 교육을 잘하는지, 새로운 가치창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질적 문제를 양화시켜 판단해야 하는 ‘매우 미묘하고 논쟁의 소지가 많은 작업’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일부 언론기관이 제공하는 대학순위나 SCI 등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평가가 대학의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견해가 많다. 그동안 대학평가의 범위와 내용은 대체로 체제모형을 기반으로, ‘투입-과정-산출’의 모든 측면에서 주요 지표들을 망라함으로써 대학을 망라적, 전반적,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가내용에서 대학의 특성, 계열별 차이를 반영하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대학이 지향하는 목표, 교육과 연구 혹은 산학협력의 비중과 내용은 대학마다 차이가 있고, 대학운영의 여건과 전략도 대학의 규모와 위치, 위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재정지원사업 '심사'를 '대학평가'와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7일 연세대에서 한국공법학회(학회장 홍준형)는 '대학과 국가의 책임'을 주제로 추계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교과부의 대학구조개혁정책을 비판했다.

대학평가의 내용은 대학교육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대학평가를 통해서 향상시키고자 하는 교육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야 한다. 대학교육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학생들의 학문적 능력인지, 졸업 후 취업에 필요한 실용적 능력인지,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인지 등에 따라 대학평가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대학평가의 범위와 내용은 설립유형별, 대학별 사명이나 교육목표에 따라 달라야 한다. 이러한 대학평가ㆍ인증의 범위와 내용은 대학평가의 핵심사안이므로 평가인증기구에 일임하는 것보다는 주요 내용을 관련법령에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증의 초점이 ‘교육의 질’ 보장에 있는지, 아니면 대학운영 전반을 평가하는지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대학평가(인증)는 교육활동에 초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의 대학평가는 지향하는 목적에 적합한 기준을 설정하고 서로 다른 평가모형을 개발했기 때문에 목적들이 곧잘 상충된다.

예컨대 대학평가의 목적을 국제경쟁력 강화에 둔다고 할 때, 국제적 수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대교협 평가인증제의 경우, ‘국제적 통용가능성’이 최저기준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목표기준을 의미하는지 모호하다. 평가인증제를 통해 국제적 수준에 도달가능한지도 불분명하다.

어느 정도 준비하면, 순위 얼마나 오를까

미국의 경우, 대학평가인증기구가 연방교육부의 기관인증을 받기 위해서 ①기관의 대전제가 되는 목적에 비춰 성공적인 학생성취도, 과정 이수율 고려, 주에서 실시하는 자격증 시험 합격률 및 취업률 ②교육과정 ③교직원 ④시설ㆍ장비ㆍ공급하는 물품 ⑤규정된 운영 기준에 적합한 행?재정적 역량 ⑥학생 지원 서비스 ⑦선발ㆍ입학ㆍ학사력ㆍ출판물ㆍ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⑧프로그램의 기간, 제공된 학위와 자격증의 목적 ⑨인증기구에 의해 받은 학생 불만에 대한 기록 ⑩고등교육법 ‘Title IV’를 준수한다는 기록 등에 관한 인증기준을 설정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영국은 연구평가(RAE), 교육평가(QAA), 재정영역, 자격증 영역의 평가가 분리돼 있고 별도 기관에서 평가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평가에서는 정성평가보다는 정량평가를 활용하는 것이 더 확대되고 있다. 특히 언론기관에서는 거의 100% 정량화된 지표를 활용하여 대학순위를 내고 있고,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도 여건 및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를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

대교협에서는 새로운 기관평가인증제의 특징으로 기존의 양적 평가 중심(가중치 및 정량적 평가지표 활용)에서 질적 평가 중심의 인증(대학교육 및 운영을 구성하는 제요소 종합적 판단)으로의 전환이 강조되고 있으나, 필수 평가준거와 그 최소 요구수준은 모두 정량화돼 있다. 대학자체평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정량지표에 의존해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대평가에 의해서 평가등급을 설정하거나 점수를 부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경우, 모든 지표값을 상대평가 성격의 T점수로 전환하여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어느 정도 노력을 해야 순위가 올라갈 수 있는지 목표치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자체평가에서도 다른 경쟁대학과 비교하는 지표를 활용하여 점수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벤치마킹대학(비교대상대학) 중 몇 위, 몇 %, 해당지표 1위 대학 대비 몇 % 등이 있다.

상대평가는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고 우수한 여건을 갖추고 성과를 보이는 대학을 선별할 수 있으나, 대학 간 과열경쟁을 초래하고 대학 간 사소한 편차를 확대 해석하는 도토리 키재기 식 평가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대학평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결고리다. 재정지원사업을 위한 평가는 궁극적으로 대학의 수월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만, 정부가 고등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행ㆍ재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본래적 의미의 대학평가와는 분명히 구별된다. 오히려 신청대학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한 ‘심사’라고 보는 것 더 정확하다.

평가결과 활용에서 핵심쟁점은 정부의 행ㆍ재정지원과 연계방법이다. 평가인정의 기본개념에 따라 최소 수준을 갖춘 대학에 재정지원 시 신청자격이나 학자금 대출 신청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대학을 선별해서 재정을 지원하거나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경우에는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평가결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키므로 오히려 부실한 대학에 우선 지원함으로써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수한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동시에 부실한 기관에 대한 개선을 유도하는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평가결과를 정부의 행ㆍ재정지원과 연계하는 경우에는 대학의 자율성 침해에 대한 더욱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평가에 의한 선별적, 차등적 재정지원방식은 대학의 모습을 바꾸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재정지원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차원을 넘어서 재정지원 대상대학이 되는 것이 대학의 질적 수준, 경쟁력과 위상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는 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재정지원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통해 정부의 정책목표나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학을 변화시키고자했다.

유사목적대학 협력해 자체평가모형 유도

세계 유수대학의 대학평가에서는 산출, 성과, 국제협력 등이 강조되고 있다. 먼저 투입중심에서 산출 및 성과중심평가가 강화되고 있다. 대학평가에서 교수진의 구성, 도서관 장서 수, 교육지원 시설, 교육재정 등과 같은 교육여건 혹은 투입변인이 핵심지표로 다루어져 왔으나, 근래 들어서는 투입과 더불어 산출요소들이 중시되고 있다. 산출요소 가운데 학습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고등교육의 경쟁력 확보와 질 보장을 위한 노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평가가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경쟁대학 ‘따라잡기’, 외국 명문대학 ‘따라하기’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학자체평가가 지나치게 재정지원사업이나 언론기관의 순위발표에 대응해 이루어질 경우 대학의 목표 달성, 특성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대학이 운영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대학평가에 구성원의 상향식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학평가를 위한 대학 간 협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유사한 목적을 지향하는 대학과 협력을 통해 자체평가모형을 발전시킬 수 있다. 또 제한된 인력으로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관리할 경우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므로 인근지역이나 유사목적을 지향하는 대학들이 공동세미나, 사례발표 등을 통해 협력한다면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리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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